[스크랩] 국박의 투고원고입니다.
자투리 시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라면 더욱 보람차고 알뜰한 시간이요, 공간이고,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세 사이 간(間) 있기에 한결 푸근한 마음이 드는 곳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연장 개관하는 때를 맞춰 이루어지는 특별한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만남이 있기에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박물관만이 할 수 있는 최고요, 최선의 접대이기에 충분하다. 나 같은 일반 직장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투리 시간들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다.
첫 번째로 마련한 신라의 금속문화는 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에서 신라인들이 누린 금속공예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금관을 중심으로 한 신라인의 금속 다루는 기술은 당시의 한 시기에 유행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시간이었다.
세계에서 금관이 출토가 된 것이 7개 정도인가 되는 데 그 중 4개가 신라 금관이었다고 한다. 이 금관에 대해서 많은 의문들이 있지만 그 크기가 크고 또한 너무 얇아서 쓰고 다니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라 금관이 부장용품이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생긴 모양이 사슴의 뿔 또는 나뭇가지 모양이다. 이것은 시베리아 쪽의 샤먼(무당)이 쓰는 관과 모양이 거의 똑 같다고 한다. 이것으로 보아 신라의 금관 문화는 북방계통에서 내려 온 스키타이 문화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신라의 금세공 기술은 지금도 따라 하기가 매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그 얇기가 종이와 비슷하고 무늬에 있는 세공기술은 금속에 따라 다른 녹는점을 이용한 기술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거의 비슷하게 하고 있지만 세공의 크기나 기술은 지금도 따라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홍진근 선생님의 강의와 유물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은, 다소 홍보가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나 같은 직장인에게는 자투리 시간의 활용이라는 점에서는 너무나 훌륭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4월의 주제는 불교 조각이었다. 주로 불상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진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첫 번째보다는 많은 인원으로 동선이 좀 힘들었지만 열기는 첫 번째 보다는 훨씬 높아 보였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한 시간 반 가까이 이루어진 해설은 차분한 분위기와 관심있는 분들의 열정은 첫 번째 보다도 훨씬 높았다.
불교 조각의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한다면 국립 중앙박물관에서는 국보 83호와 78호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일 것이다.
덴마크의 언어학자이면서 철학자인 야스퍼슨(예스페르센)이 동양을 여행하다 전후의 일본에서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을 보고 “내가 세상을 여행하면서 많은 웃음, 미소를 지닌 걸작품들을 만났지만, 여기 이곳에서 만난 미소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이 미소야말로 내가 경험한 최고의 미소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경복궁박물관을 마감하는 중앙박물관 마지막 기획 전시에서 두 분을 함께 모시고 전시한 적이 있다. 그 해 10월 한 달 정도 전시된 공간에서 나는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을 넘게 거기서 붙박이가 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전시실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있는 그 분과는 독대가 최고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서로 무언의 경지로, 무아의 경지로 만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시간이요, 공간이요, 인간의 만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5월의 주제는 ‘고대의 금속문’이었다. 이 땅에 철이, 금이, 동이 발견되면서부터 인간은 그렸고, 기록하고, 흔적을 남겼다. 우리는 거기에서 조상들의 삶의 흔적을 발견하고 감탄한다. 금석문(金石文)은 말 그대로 철이나 청동 같은 금속성 재료에 기록한 금문(金文)과 비석처럼 석재(石材)에 기록한 석문(石文)을 합하여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토기의 명문(銘文)도 여기에 들어가며, 목간(木簡)도 여기에 들 수 있다고 한다.
6월의 주제는 고고학 기행의 하나로 “영혼의 전달자, 새”였다. 아쉽게도 다른 일과 겹쳐 참여하지 못하고 말았다.
7월은 “한국의 불교 공예”이다. 수많은 불교 예술품이 등장하리라 기대해 본다. 이제 박물관은 시민들의 품으로 들어와서 함께 숨쉬고 나누고 있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조상들의 숨결로 박물관은 나의 품으로 들어오고 있다.
동두천중학교 국어교사 정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