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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심으로 내려온 나무를 걱정하며--
깜보입니다
2007. 9. 30. 19:06
** 도심으로 내려온 나무를 걱정하며- **
박 상 인
이른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 뒤 한가위 날 오후.
서울 시내를 통과 했다.
막 남산 3호 터널을 빠져나와 한국은행이 마주보이고
그 앞 분수대, 그리고 백화점 언저리가 확 달라보였다.
더구나 명동 가는 충무로 입구에 새로 나타난 거물 빌딩.
그 이름을 “마징가 Z”, 누구는 “장작개비 빌딩”
혹은 “지퍼 빌딩” 등으로 비아냥거리는 별명만 있지.
아직 정식 이름도 없는 괴물 같은 건물이 나를 위압한다.
그런데 뭐 눈에는 뭐만 띈다고 건물 앞에
새로 심어놓은 가로수 그 나무가 나를 울린다.
애처롭게만 보인다.
넓은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그 나무들이
내 눈에는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그 비극 후 심양으로 끌려가는
세자와 삼학사들 모습이 오버랩 되어 온다.
부목으로 댄 지지대며 꽁꽁 묶인 줄기가 그 생각을 일게 한다.
왜 내 눈에 그 새 빌딩이 왜 청골대 모습으로 보였을까?
옷이나 액세서리에만 유행이 있는 것은 아닌 터,
명동 가까운 충무로, 유행의 첨단을 걷는 거리이기 때문일까?
하도 강도가 많아 은행은 퇴출 되고.
이제 저 높은 산 바위틈의 제자리을 내려와 도심 거리에서,
작은 공원에서, 회사 와 청사 정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그 나무를 지금 우리들은 그저
좋아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상념은 종점 갈 때까지 이어진다.
"모든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릅답다"고 했다.
나무도 마찬가지 이다.
애국가에도 나오는 나무.
우리나라에 사는 나무 4천5백여 종 중에 언제 인기투표해도
항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무.
그래서 국민 정서 깊숙이 묻혀 “민족수”라고 불리는 나무.
위풍당당 고고함 그리고 지조와 절조,
만고상청 기품을 지닌 나무.
대궐 법전 용상 뒤 일월오악병에서 임금님을 호위하는 나무.
대궐의 기둥과 동량이 된 나무.
왕의 무덤까지 동행하는 나무.
조선 왕조 실록에 656번이나 나오는 나무.
우리나라 지명에 619번 나오는 나무.
초가집의 뼈대와 석가래 가 되었던 나무.
저 가난한 시절 민생의 주린 배를 채워 주던 바로
초근목피의 나무. 쪽마루 판장이 되었던 나무.
자기를 태워 천년 비색의 청자 백자를 만든 나무.
황금 동급의 하얀 금, 소금을 굽던 나무.
국토방위의 싸움배를 만들던 나무,
경국대전 대동회통 속대전에 올려 법으로 엄히 보호하던 나무.
봉산 금산으로 손대면 목 자르고 곤장 치던 나무.
금강산 신계사. 구룡폭포 가는 길에서 만났던 줄기 붉은 나무.
울진 소광리 깊은 골짜기에서 장군처럼 버티고 선 나무.
백담사 입구 돌덩이 싸인 계곡 가에 무리지어 살던 나무.
전국 곳곳에서 전설과 신화를 지니고 수백 수천 해
마을 지킴이로 살아온 나무.
전설과 신화을 주저리주저리 달고 있는 나무
전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20그루의 노거수 이름난 나무. 정이품 높은 벼슬 받은 나무,
세금 꼬박꼬박 잘 내는 나무,
막걸리을 50 말이나 마신다는 나무.
경주 남산 삼릉 언저리에서 눈 밝은 임자 만나
최고의 모델료 받은 나무.
조상님 산소를 지켜주시는 도래솔 나무.
추사의 세한도에도 나오는 나무,
핵가족 시대에 동당삼대(同堂三代)로 조손이 함께 사는 나무.
20청년이면 신의 식품인 향기 나는 귀한 버섯을 주는 나무.
지난 한 때 최고급 담배 이름에도 나온 나무.
허리 잘려 돌아가신 후에도 끝내 뿌리에 고구마 같은 선식을 주어
구황과 약으로 쓰였던 나무.
백목지장(百木之長) 만수지왕(萬樹之王)으로 불리던 나무.
혼례식 동뢰상(同牢床)에 청실홍실 걸던 나무.
그래서 부부는 생이동실(生而同室-살아서는 한방에)
사이동혈(死而同穴-죽어서는 한 무덤에)하라는 나무
(주- 이 나무 잎이 산 나무에서나 낙엽 진 뒤에나
항상 두개가 한속에 묶여 있는 모양의 상징),
화투장 일월의 나무.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 가로수로 선 나무,
눈 온 날 더 고풍스런 성대 입구에서 대학로 가는 길 가로수 그 나무.
숭례문 주위에 갑옷입고 나타난 장군 같은 그 나무.
서울 중구청이 2010년 까지 5000그루를 시내에 심고자 선포한 나무.
그래서 이 나무 도둑놈이 많이 생긴 나무.
일제 말기 칼 찬 순사가 동네 입구에 들어 설 때
울 엄마 가슴 두근거리며 생가지 숨긴 나무.
전쟁 준비 송진 체취로 가장 상처 받은 나무,
사진으로 만 봤지만 로마 가도의 우산 같은 나무,
이 나무는 개선장군 퍼레이드 길 병사들이 잠시 쉬라고 심은 나무.
새천년 초반 우리의 가슴을 숯덩이처럼 태웠던 강원도 일원의 그 나무,
참나무 육형제에 밀려가는 나무.
억지춘향 안니 억지 춘양 이름으로 기차에 실려 서울 올라오던 나무.
나무 에이즈인가 제선충인가 때문에 공포에 떨게 하는 나무.
아 아 그 푸르던 나무가 시방 제발로 걸어올 리 없이,
모셔 오신건지 팔려 온신건지
아니면 인질로 잡혀오신건지
원산지 출신지 표시하나 없이 나날이
대도심 거리로 뜰로 내려와 계신다.
또다른 실향민같은 나무.
이 매연 투성이 살벌한 거리에서, 대형건물에 가위 눌려서
제대로 고고한 삶을 누리실지 염려가 앞선다.
솔나무님! 아니 송공(松公)!
부디 어디에서나 건승을 비나이다.
진정으로 당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허적은 사람이 씀
박 상 인
이른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 뒤 한가위 날 오후.
서울 시내를 통과 했다.
막 남산 3호 터널을 빠져나와 한국은행이 마주보이고
그 앞 분수대, 그리고 백화점 언저리가 확 달라보였다.
더구나 명동 가는 충무로 입구에 새로 나타난 거물 빌딩.
그 이름을 “마징가 Z”, 누구는 “장작개비 빌딩”
혹은 “지퍼 빌딩” 등으로 비아냥거리는 별명만 있지.
아직 정식 이름도 없는 괴물 같은 건물이 나를 위압한다.
그런데 뭐 눈에는 뭐만 띈다고 건물 앞에
새로 심어놓은 가로수 그 나무가 나를 울린다.
애처롭게만 보인다.
넓은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그 나무들이
내 눈에는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그 비극 후 심양으로 끌려가는
세자와 삼학사들 모습이 오버랩 되어 온다.
부목으로 댄 지지대며 꽁꽁 묶인 줄기가 그 생각을 일게 한다.
왜 내 눈에 그 새 빌딩이 왜 청골대 모습으로 보였을까?
옷이나 액세서리에만 유행이 있는 것은 아닌 터,
명동 가까운 충무로, 유행의 첨단을 걷는 거리이기 때문일까?
하도 강도가 많아 은행은 퇴출 되고.
이제 저 높은 산 바위틈의 제자리을 내려와 도심 거리에서,
작은 공원에서, 회사 와 청사 정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그 나무를 지금 우리들은 그저
좋아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상념은 종점 갈 때까지 이어진다.
"모든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릅답다"고 했다.
나무도 마찬가지 이다.
애국가에도 나오는 나무.
우리나라에 사는 나무 4천5백여 종 중에 언제 인기투표해도
항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무.
그래서 국민 정서 깊숙이 묻혀 “민족수”라고 불리는 나무.
위풍당당 고고함 그리고 지조와 절조,
만고상청 기품을 지닌 나무.
대궐 법전 용상 뒤 일월오악병에서 임금님을 호위하는 나무.
대궐의 기둥과 동량이 된 나무.
왕의 무덤까지 동행하는 나무.
조선 왕조 실록에 656번이나 나오는 나무.
우리나라 지명에 619번 나오는 나무.
초가집의 뼈대와 석가래 가 되었던 나무.
저 가난한 시절 민생의 주린 배를 채워 주던 바로
초근목피의 나무. 쪽마루 판장이 되었던 나무.
자기를 태워 천년 비색의 청자 백자를 만든 나무.
황금 동급의 하얀 금, 소금을 굽던 나무.
국토방위의 싸움배를 만들던 나무,
경국대전 대동회통 속대전에 올려 법으로 엄히 보호하던 나무.
봉산 금산으로 손대면 목 자르고 곤장 치던 나무.
금강산 신계사. 구룡폭포 가는 길에서 만났던 줄기 붉은 나무.
울진 소광리 깊은 골짜기에서 장군처럼 버티고 선 나무.
백담사 입구 돌덩이 싸인 계곡 가에 무리지어 살던 나무.
전국 곳곳에서 전설과 신화를 지니고 수백 수천 해
마을 지킴이로 살아온 나무.
전설과 신화을 주저리주저리 달고 있는 나무
전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20그루의 노거수 이름난 나무. 정이품 높은 벼슬 받은 나무,
세금 꼬박꼬박 잘 내는 나무,
막걸리을 50 말이나 마신다는 나무.
경주 남산 삼릉 언저리에서 눈 밝은 임자 만나
최고의 모델료 받은 나무.
조상님 산소를 지켜주시는 도래솔 나무.
추사의 세한도에도 나오는 나무,
핵가족 시대에 동당삼대(同堂三代)로 조손이 함께 사는 나무.
20청년이면 신의 식품인 향기 나는 귀한 버섯을 주는 나무.
지난 한 때 최고급 담배 이름에도 나온 나무.
허리 잘려 돌아가신 후에도 끝내 뿌리에 고구마 같은 선식을 주어
구황과 약으로 쓰였던 나무.
백목지장(百木之長) 만수지왕(萬樹之王)으로 불리던 나무.
혼례식 동뢰상(同牢床)에 청실홍실 걸던 나무.
그래서 부부는 생이동실(生而同室-살아서는 한방에)
사이동혈(死而同穴-죽어서는 한 무덤에)하라는 나무
(주- 이 나무 잎이 산 나무에서나 낙엽 진 뒤에나
항상 두개가 한속에 묶여 있는 모양의 상징),
화투장 일월의 나무.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 가로수로 선 나무,
눈 온 날 더 고풍스런 성대 입구에서 대학로 가는 길 가로수 그 나무.
숭례문 주위에 갑옷입고 나타난 장군 같은 그 나무.
서울 중구청이 2010년 까지 5000그루를 시내에 심고자 선포한 나무.
그래서 이 나무 도둑놈이 많이 생긴 나무.
일제 말기 칼 찬 순사가 동네 입구에 들어 설 때
울 엄마 가슴 두근거리며 생가지 숨긴 나무.
전쟁 준비 송진 체취로 가장 상처 받은 나무,
사진으로 만 봤지만 로마 가도의 우산 같은 나무,
이 나무는 개선장군 퍼레이드 길 병사들이 잠시 쉬라고 심은 나무.
새천년 초반 우리의 가슴을 숯덩이처럼 태웠던 강원도 일원의 그 나무,
참나무 육형제에 밀려가는 나무.
억지춘향 안니 억지 춘양 이름으로 기차에 실려 서울 올라오던 나무.
나무 에이즈인가 제선충인가 때문에 공포에 떨게 하는 나무.
아 아 그 푸르던 나무가 시방 제발로 걸어올 리 없이,
모셔 오신건지 팔려 온신건지
아니면 인질로 잡혀오신건지
원산지 출신지 표시하나 없이 나날이
대도심 거리로 뜰로 내려와 계신다.
또다른 실향민같은 나무.
이 매연 투성이 살벌한 거리에서, 대형건물에 가위 눌려서
제대로 고고한 삶을 누리실지 염려가 앞선다.
솔나무님! 아니 송공(松公)!
부디 어디에서나 건승을 비나이다.
진정으로 당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허적은 사람이 씀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글쓴이 : 老巨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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