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보입니다
2007. 11. 26. 21:49
숲 속에 쌓이는 눈의 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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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 내린 눈은 봄철 가뭄기에 큰 도움을 준다. 숲 속에 쌓인 눈은 서서히 녹아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봄이 되어 땅이 녹으면 계곡으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적은 편이 아니지만 계절적 편중이 심하여 여름철에 절반정도가 내리기 때문에 나머지 기간에는 물이 모자라게 된다. 여름철 장마에 이어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건조한 가을에 접어들게 되는데 겨울을 거쳐 봄에 이르면 내리는 비의 양이 더욱 줄어 모내기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숲은 물이 부족하기 쉬운 이러한 때에 큰 도움을 준다. 숲 속은 햇볕이 직접적으로 들지 않고 온도 변화가 적기 때문에 내린 눈이 잘 녹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물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숲 바닥에 되도록 많은 눈이 쌓이도록 해야 한다. 나뭇가지나 잎에 쌓인 눈은 햇볕을 받으면 증발되어 하늘로 그냥 날아가게 되므로 쓸 수 있는 물하고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는 양을 숲 바깥하고 비교하면, 낙엽이 지지 않는 침엽수림은 지나치게 우거진 경우 10% 정도 덜 쌓이고 활엽수림에서는 10%정도 더 쌓인다. 숲에 공간을 내면 20%정도 더 쌓이게 된다. 나무가 너무 빽빽하여 공간이 없는 곳은 솎아베기나 가지치기를 해 주어 공간을 열어주어 나뭇가지나 잎에 걸리는 눈을 적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봄철에 유난히 비가 오지 않는 나라는 숲 속에 눈이 많이 쌓이게 하여 수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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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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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내리는 비를 숲 속 토양에 저장하기도 하지만 이 빗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도 한다. 빗물이 숲의 토양 속을 서서히 흐르는 동안 빗물에 녹아 있던 오염물질을 포함한 각종 물질이 토양에 흡착되거나 이온을 교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물이 깨끗하게 된다. 빗물과 숲 토양을 통과한 물의 성분을 비교해보면 숲은 강한 산성의 빗물을 중성에 가깝게 개선하며(pH4.6 → pH6.7) 질소(14.3ppm → 1.7ppm)나 인(0.45ppm → 0.20ppm)과 같은 성분의 농도를 현저히 낮추는 등 수질 개선 효과가 뚜렷한 것이 실험상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수질개선 효과는 빗물이 토양 속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수록 높아지므로 토양이 부드럽고 그 깊이가 깊을수록 더욱 맑은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어디에든 토양은 있지만 숲의 토양이 탁월한 수질정화능력을 갖는 것은 숲 토양의 독특한 구조와 높은 활성 때문으로서 숲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큰 수질 개선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숲의 토양을 통과한 물은 원래 빗물에는 없던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는 특징도 보인다. 이것은 빗물이 숲 토양층 아래에 있는 암석을 지나는 동안 미네랄이 녹아 나오는 것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 빗물은 맛이 좋은 물로 태어나게 된다. 화강암지대의 물맛이 석회암지대의 물맛과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숲은 비를 더 내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미세한 물방울인 안개가 나뭇잎과 가지에 물방울로 맺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나무비(tree rain)라고 부른다. 외국의 경우, 해발이 높은 고산지대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400mm나 되는 나무비를 관측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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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를 막는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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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는 토양이 저장하는 능력을 초과하여 토양 위로 흐르는 물이 갑자기 많아질 때 생기며 인명과 재산에 많은 피해를 준다. 도시의 발달과 건설은 홍수량을 증가시키고 횟수도 많게 하며, 토양의 황폐나 땅다짐도 홍수피해 발생위험성을 높인다.
때문에 큰 면적의 숲이 일시에 베어지면 그 곳은 빗물을 흡수할 수 없어 갑자기 쏟아지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큰 피해를 입게된다. 그러한 예로 북한의 산에서 식량생산을 위해 넓은 면적의 숲을 한꺼번에 베어내고 다락밭을 만든 결과 땅이 황폐화되어 가뭄과 홍수가 빈번해졌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일은 국경을 넘어 엉뚱한 나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네팔과 인근 인도히말라야의 무절제한 숲 파괴는 국토의 황폐화를 초래하였으며 하류에 있는 방글라데시나 인도 평야지대에 막대한 홍수피해를 끼치고 있고 게다가 모래흙까지 쏟아내고 있어 국제문제화 되어있다.
필리핀 중북부지역의 경우, 너무도 넓은 숲을 한꺼번에 베어내 화전을 일구고 다시 초지를 조성하여 이제는 숲이 겨우 드문드문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곳이 많다. 그 결과, 하류의 논의 일부는 이전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도 벼농사를 할 수 있어 1년에 2∼3차례 벼를 거두어들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비가 오는 시기만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게 된 곳도 있다. 대규모 숲을 파괴함으로써 빗물을 흡수·저장할 수 있는 흙이 손실을 입었을 때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하천으로 흘러가는 물의 양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되어 홍수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흙의 손실이 심해질수록 빗물 흡수능력도 더욱 떨어져 가뭄피해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숲이 있으면 숲의 토양으로 인해 빗물 침투 능력과 저장능력이 늘어나 웬만한 비가 내려도 지표를 흐르는 물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석유나 철과 같은 자원은 한번 캐어 쓰면 다시 만들 수 없으나 나무는 다시 만들 수 있는 재생가능한 자원이다. 필요에 의해서 나무를 활용해야 할 경우 전문가들은 그 면적을 10ha(1ha는 100m x 100m)이하로 하고 넓은 면적을 한꺼번에 베지 말도록 권장하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음 세대도 이용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적절히 잘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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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바람과 안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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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사람들에게 산소 공급이나 공기정화, 수자원 보호, 목재 제공, 휴양 등 많은 혜택을 주는데, 그 중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도 숲의 보호기능 중 하나로 숲이 우리에게 주는 큰 혜택이다. 바람으로부터 거대한 장벽역할을 하는 숲은 바람을 막아 사람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도 하지만, 지표면에서의 증발이나 바람에 의한 침식을 막아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옛날부터 바닷가에서는 숲의 이러한 기능을 이용하여 농경지나 주택에 모래가 날아드는 것을 막거나 소금성분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 하였다.
바람을 막는 숲인 방풍림은 사계절 푸른 상록수에 키가 큰 나무가 있는 숲일수록 효과가 크며 적어도 7줄 정도는 되어야 바람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숲이 바람의 방향에 대하여 수직으로 있을 때에 가장 효과적이며 나무에서 잎과 가지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60%정도가 되어야 이상적이다. 이러한 정도의 숲이라면 40% 정도의 바람만 통과하게 되는데 육지쪽으로는 나무 높이의 35배,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도 약 5배 거리까지 방풍효과가 있다. 바람은 일부 통과하는 것이 좋으며, 바람을 너무 완벽하게 차단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소용돌이가 생겨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해안선에서 강한 바닷바람을 막으려면 숲의 폭이 100m정도는 되어야 한다.
숲의 또 다른 보호기능으로는 안개의 이동을 차단하여 냉해와 같은 농작물 피해를 막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안개를 막는 효과 역시 나무의 키가 클수록 좋으며 활엽수림보다는 잎이 가늘고 많은 침엽수림이 차단 효과가 높다. 상습 안개 발생지역에 안개를 막기 위한 숲을 조성했을 때 곡식 수확량이 50%나 많아진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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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생태계의 보물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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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몸집이 큰 동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생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숲에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모여 살고 먹이사슬이 잘 짜여진 것은 바로 나무가 있기 때문이므로 자연생태계의 중심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연결된 먹이사슬 중 어느 하나가 사라지는 경우는 생태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만일 어떤 숲에 뱀이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면 생태적으로 온전한 숲이 아니다. 그 숲에는 분명히 뱀의 먹이가 되는 개구리와 같은 생물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뱀이 살고 있지 않은 숲에 개구리를 풀어놓는다면 아마 개구리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그 숲은 개구리도 살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뜻이며, 개구리나 뱀 이상의 훨씬 폭넓은 먹이사슬이 파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숲이 사라지는 것을 나무가 잘려나가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매년 경험하는 것이지만 숲이 사라져 아파트, 골프장과 같은 시설을 만든 곳을 중심으로 큰 홍수피해를 받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어쩌다 잠시 받는 피해일 수도 있으나,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곳에서 살던 온갖 생물들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며 어떤 종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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