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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독서습관, 내 집의 분위기가 좌우한다
나는 아이를 낳고 난 후에야 독서의 맛에 빠진 사람이다. 이 중독성 있는 독서의 매력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책이라는 가치를 알게 됐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이 좋은 것을 내 아이에게 알려주고, 또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
유아기는 습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더불어 모방본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최적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이나 말투에 자극을 받아 그대로 따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은 아이의 습관과 밀접해 질 수밖에 없다.
내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엄마가 좋은 습관을 먼저 실행하면 된다. 책 읽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바른 말을 사용하는 아이로 커주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올바른 말을 사용하면 된다. 아이는 이런 부모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모방하며 ‘습관’을 형성해간다.
특히 독서 습관은 중요하다. 어릴 때에는 책과 친숙하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어느 순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놀이를 통한 접근, 지속적인 노출, 재미있는 책읽어주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아이에게 흥미를 유지시켜 준다면 어떤 아이든 독서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
아이의 책 읽기에는 관심이 많은데 정작 엄마의 독서습관이 자리 잡아 있지 않았다면 우선 엄마가 책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하는 게 먼저이다. 하루 몇 줄만 읽기, 시간정해서 10분은 무조건 책 읽기, 화장실 갈 때 책 들고 들어가기처럼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들은 얼마든지 있다.
사실 스마트폰만 잠시 내려놓아도 가능한 것들이다. 독서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책을 자주 접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책이나, 남들이 다 읽어봤다는 책들로 시작하는 것 보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의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 소리 나는 책, 헝겊 책, 촉감책 등 다양한 책들을 내어주며 재미를 이끄는 것처럼 어른도 즐겁게 접근 할 수 있는 책을 찾아 흥미를 유지하는 게 좋다.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 접하면서 순차적으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는 것이다.
보이는 곳곳마다 바구니에 읽을 책이나, 읽고 싶은 몇 권의 책들을 상시 비치해놓는 것도 책과 친숙해 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집안의 곳곳이 책 향기로 가득하게 되면 그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책을 보는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이 가득한 ‘집안의 분위기’,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있는 부모가 함께하는 ‘집안의 분위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 폰이 아닌 백과사전을 함께 찾아보는 ‘집안의 분위기’.
나는 다른 어떤 선행학습보다 이런 ‘집안의 분위기’가 아이의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라는 멍석을 깔아주고 엄마가 먼저 좋은 습관을 실행하며 삶을 살아가다보면 우리 집 만의 분위기가 멋지게 탄생하게 된다.
집안의 평수와 브랜드, 집안에 들여놓은 가구들로 집안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지향점이 곳곳에 풍겨지는 집이야말로 가장 고급스러운 분위기 아닐까.
책으로 탑을 쌓고, 밤새 책으로 시장놀이만 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책이 가득한 집안의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다. 시간을 쪼개고 졸음을 참으며 한 줄 한줄 읽어 내려간 책이었지만 아이에게만 책 읽으라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책을 폈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놀이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책 읽기가 삶의 당연한 일부로 스며들어 있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분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어릴 때부터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자라는 것과,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의 습관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독서습관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회 곳곳에서도 건강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역마다 스마트 서비스로 대출과 반납, 예약을 좀 더 용이하게 함으로써 독서를 조성하는 분위기에 힘쓰고 있고, 경남 시는 ‘책의 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열어 시민들이 책읽기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주시는 독서바람열차라는 이름으로 경의 중앙선 한 칸을 독서열차로 만들어 사람들이 흥미로 접근해, 좀 더 책과 친숙해 질 수 있게 하고 있다. 현재까지 2만8천506명이 열차를 이용했고, 20회 이상 북 콘서트도 개최했다고 하니 이만하면 독서의 분위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듯하다. 독서바람 열차는 ‘제7회 지방자치단체 생산성 대상’ 문화, 복지, 건강분야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역량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정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렇게 다양하게 독서를 위한 건강한 분위기를 조성해나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가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독서라는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서 조성되고 있는 것은 건강한 움직임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있다면 아이가 평생 지닐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것 아닐까. 아이의 생활공간, 내 집에서 독서습관이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집 만의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분위기가 조성되면 게임은 끝난다. 독서습관은 그 집의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최지은 스피치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