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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석사 배치방식에 대하여

깜보입니다 2006. 8. 10. 10:44
부석사의 배치를 이야기하기 앞서 배치에 중요한 핵심 중에 하나인 탑에 대하여 이야기 하겠습니다. 부석사에는 탑이 세기가 있습니다. 아래 두기는 분명 이건해왔다는 안내가 있어 확실하지만 무량수전 옆에 있는 탑은 그러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탑도 후대에 이건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부석사에 탑에 대한 것은 고려 문종 8년(1054년)에 세워진 부석사 내에 있는 원융국사비문에 기록이 있습니다. 그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절은 의상조사께서 중국인 西華(당나라)에 유학하여 華嚴의 法炷를 지엄으로부터 전해 받고 귀국하여 창건한 사찰이다. 本堂인 無量壽殿에는 오직 아미타불의 불상만을 봉안하고 左右補處도 없으며 또한 殿前에 影塔도 없다. 제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義相스님이 대답하기를 "法師이신 지엄스님이 말씀하시기를, '一乘 阿彌陀佛은 열반에 들지 아니하고 十方淨土로서 體를 삼아 生滅相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화엄경 入法界品에 이르기를, '아미타부처님과 관세음보살로부터 灌頂과 授記를 받은 이가 법계에 충만하여 그들이 모두 補處와 補闕이 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지 않으신 까닭에 闕時가 없으므로 좌우보처상을 모시지 않았으며 影塔을 세우지 않은 것은 華嚴一乘의 깊은 宗趣를 나타낸 것이다.'라고 하였다.』(교감 역주 역대고승비문<고려편2>/이지관역/292쪽)

이 비문에 의하면 부석사에는 최소한 원융국사가 돌아가신 11세기 중반까지는 탑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배치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치를 설명할 때 축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축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배치를 설명하는데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습니다.

축이라는 단어는 잘 아시다시피 근세에 서양에서 수입되어 일본이 번역한 단어입니다. 축은 서양건축에서 건물의 배치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따라서 축이라는 단어로 우리 나라의 건축을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저도 일직선에 배치하려고 한 것을 달리 설명하기 힘들어 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념을 명확하게 표현할 단어가 발견되거나 만들어진다면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부석사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절을 배치 설명할 때도 축이라는 단어로 많이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보면 사람들의 입장에서 건물을 찾아 들어가는 과정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양건축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건축을 해석하기 때문에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축에 대한 해석도 들어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파악하게 되고 집을 지을 때도 외관에 대하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우리 선조의 건축관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영훈 선생은 우리의 배치방법은 서양과 달리 중심건물에서 하향배치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도 여러 한국건축물을 답사하고 보니 신영훈 선생의 해석이 옳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예는 명칭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좌우에 대한 개념도 분명 주인의 입장에서 좌우를 따집니다. 좌협시, 우협시도 부처님의 입장에서의 좌우를 말하고, 전라좌도, 전라우도 하는 것도 임금님이 바라보는 입장에서의 좌우입니다. 좌청룡 우백호하는 것도 바로 중심이 되는 혈의 입장에서 좌우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배치를 할 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배치를 할 때는 가장 중요한 집이 있는 지점에서 중심되는 사람이 바라 볼 때의 입장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선조들이 집을 지을 때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며 집을 배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주인이 바라보는 모습이 그 주안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축의 변화도 대부분 자연의 지세에 맞춘 것이지 건축가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생각을 이해하셨다면 중심이 위에 있는데 들어가는 사람이 재미있으라고 집을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석사입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내려다보면 왜 이곳이 금당의 위치였나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등고선이 있는 지도에 부석사 배치도를 올려보면 건물이 중간에서 틀어진 것은 사람에게 재미를 주려하거나 또는 깜짝 놀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지형에 대한 자연스러운 순응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석사를 통해서 저는 우리의 건축의 중요한 핵심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글쓴이 : 최성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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