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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선암사(仙巖寺) 은목서(銀木犀) 향기(香氣) 01

깜보입니다 2006. 10. 17. 09:36

한가위 연휴를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휴가처럼 여유를 갖고, 널부러진 지난 시간들을 추스려보고 있습니다. 이런 황금의 시간을 몇 차례로 나누어 사진과 글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재미로 보아주시길.

 

 

혼자서 선암사에 갔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혼자서 어디엘 간 셈입니다.

본디 친구를 좋아해서 여간해선 혼자이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절문을 들어섰습니다.

 

^ 조사당 앞에는 파초 너른잎이 가을색을 띄고 있습니다. 은목서는 그 뒤에 커다란 삼나무 그늘에 숨은듯이 서 있습니다.

 

마침 월요일. 혼자서 찾는 천년 고찰은 시월의 양광을 받아 빛나는 검푸른 숲의 그림자로 발자국 소리조차 숨죽이게 했습니다.

근래 몇 년 사이에 새롭게 사귄 카메라를 앞세우고 행인 뜸한 절집 여기저기를 마음으로 두들겼습니다.

‘여기 누가 사요? 거기 누구 없소!’

 

^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돌담이 있고 어딘가로 들 수 있는 문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람결에 실려 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만, 나그넨 뉘시온지?’

소리 대신 은은하면서도 분명한 향기였습니다.

두리번거리기를 한 10분 정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겠으나 그럴 사람도 가까이에는 없었고, 향기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고혹적이라 혼자서 그 진원지를 찾아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 어떤 이는 꽃보다 잎이 아름다운 나무라고 합니다만, 어쨌든 지금은 꽃이 만개한 상태. 가을꽃나무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급기야 오래오래 선암사에 살아내린 향기의 정체를 찾았습니다. 구월말 시월초면 만개해서 선승의 마음조차 뺏어버리는, 그래서 절집 사람의 처음 먹었던 마음을 시험해보는 것같은 은목서였습니다.

 

^ 향기는 나무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 해 한 번 나무도 마음을 여는구나 여기니 나 또한 마음을 주어야만 했습니다.


목서(木犀) - 나무 목, 무소 서

어디에 무소의 뿔 느낌이 있는 것일까요?

식물도감에는 물푸레나무과(─科 Oleaceae) 목서속(木犀屬 Osmanthus)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물푸레나무. 봄에 가지를 꺾어 시냇물에 띄우면 푸른빛으로 물이 든다는 뜻풀이이고 보면 푸른 피를 가진 나무인 셈입니다.

 

^ 분명한 이름을 가진 알려진 인물처럼 강한 인상의 향기를 지닌 꽃입니다.

 

이 향기는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봄에 500년 매화등걸만 알았더니 정말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입니다.

내친김에 은목서 지적 정리 하고 넘어갑니다.

 

은목서는 남부지방에서 관상수로 심는 늘푸른작은키나무입니다.

높이 6m 정도까지 자라며, 긴 타원형의 잎은 마주나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거나 밋밋합니다. 잎의 길이는 10cm 정도, 폭은 3cm 정도이며, 잎맥이 도드라져 있습니다. 암수딴그루(2가화.二家花)이며, 10월초에 자잘한 흰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리는데 10여m 떨어진 곳에서도 향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향기가 강합니다. 꽃받침과 꽃부리는 4개로 갈라지고 암술은 1개, 수술은 2개입니다. 타원형의 열매는 다음해 5월에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다음 회에 은목서의 향기 닮은 에피소드 이어가겠습니다.

 

이상 종묘2반 최이해였습니다. 061005.

 

출처 : 종묘를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이그저어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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