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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선암사(仙巖寺) 은목서(銀木犀) 향기(香氣) 02

깜보입니다 2006. 10. 17. 09:37
 

선암사는 꽃의 제국(帝國)이라는 별칭을 받기에 충분한 절입니다.

 

^ 꽃무릇. 10월인데도 마지막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습니다.

 

온갖 기화요초가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어 때만 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것입니다. 산철쭉, 영산홍, 고목 동백, 수수꽃다리, 왕벚꽃, 자목련, 백목련, 부용, 구봉화, 화염물상봉, 불두화, 꽃무릇 등등. 봄꽃부터 가을꽃까지, 또한 꽃이 없는 겨울에는 설화에 이르도록 꽃이 그리울 양이면 선암사를 떠올리고 한 행보 하면 그 때마다 꽃을 실컷 볼 수 있는 절입니다.

 

^ 금년 4월. 꽃세가 대단했듯이 지는 모습도 위용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봄 매화는 절경입니다. 특별히 500년 매화등걸이라는 표현을 듣고 보면 해마다 날을 정해 이 절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매화등걸이 있습니다. 지인 중에 한 사람은 산청매가 그만이라고 하더군요. 올해도 이 절의 매화를 알현하고자 지난 4월 8일에 선암사엘 갔었습니다.

후원의 사당처럼 담도 별도로 두른 각황전 앞에 500년 매화등걸은 있습니다. 그리고 추종자인듯 새끼를 친 매화나무가 터널을 이룬 곳을 지나면 그 유명한 차밭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차꽃도 볼만합니다. 가을에 핍니다. 그런데 차꽃의 향기를 느끼지 못했더니 은목서 탓임을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 차밭으로 가는 길은 매화 터널입니다. 금년 4월.
 

우리나라 불교가 조계종 하나뿐인 줄 알았던 문외한이던 시절 처음으로 이 절을 찾았을 때 단청이 거의 없는 고졸한 느낌과 함께 꽃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가 손대지 않은 고풍스러움에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선암사가 태고종 종찰임을 알고는 한국불교의 역사적 우여곡절 속에 정치가 종교를 묶어버린 아픔을 어렴풋이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 선암사의 재산적 권한을 조계종에게 주어버렸다는 것인데, 그것을 받은 조계종이 언제 쳐들어올는지 몰라서 전전긍긍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적 근거가 확실한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고, 다만 그 때에 폐허에 이르도록 당우를 방치하다시피해서 이웃하는 송광사에 비해 훨씬 원형 그대로였다는 느낌은 오늘날까지도 그러합니다.


^ 삼인당. 꽃무릇을 머리에 얻은 섬이 화관 그대로입니다.


^ 삼인당. 물빛이 탁해서 꽃이 더욱 돋보입니다.



^ 아침 볕이 화관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꽃은 그래서 이 절의 자연이 입혀주는 화려한 단청이며 누구도 어찌 해볼 수 없는 장엄인 셈인데 목재의 오래된 색감과 대조를 이뤄 더욱 빛난다는 것 또한 오늘날까지도 그러합니다.



^ 잎을 허용하지 않는 오만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 돌 틈. 즈려밟혀 죽을진대 꺾일 수는 없다.
 

다시 은목서를 이야기로 이번 이야기를 마칩니다.

은목서는 새싹이 잘 돋아 나오므로 생울타리로 심기에 적당한 나무입니다. 그런데 선암사에는 생울타리기에는 너무 웅장하게 자란 세 그루의 은목서가 있습니다.

은목서보다 잎이 더 길며, 향이 더 강한 등황색의 꽃이 피는 금목서도 있는데 금목서는 은목서보다 열흘 정도 더 빨리 피며, 꽃도 쉬 지는 게 다릅니다. 목서는 금이든 은이든 반짝반짝 윤기가 도는 이파리가 아름답습니다. 호랑가시나무도 은목서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호랑가시나무는 잎 모양이 육각형처럼 각이 져 보이고 꽃 피는 시기도 봄에 연노란색으로 피어 구분이 됩니다.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장식에 단골로 등장하는 빨간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또 구골나무도 잎이 은목서와 비슷하지만 구골나무는 가장 늦은 11월에 꽃이 피며, 향기가 은목서보다는 약하고 꽃잎이 뒤로 많이 젖혀지는 게 다릅니다. 대체로 중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잎의 나무는 거의가 구골나무인데, 구골나무도 어린 잎은 날카로운 돌기가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져 밋밋해집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종묘2반 최이해였습니다. 061002.


 

출처 : 종묘를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이그저어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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