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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공회 강화성당을 돌아보고

깜보입니다 2007. 5. 1. 10:07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고려시대 이래로 역사의 흔적이 다문다문 남아있는 강화도에 다녀왔다. 강화읍에 들어서서 평소 그냥 지나쳤던 성공회 강화성당과 용흥궁, 그리고 고려궁터를 돌아보고 외포리 포구로 나가 배를 타고 석모도에 내려 보문사를 둘러보았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금산사 보리암과 함께 이곳 낙가산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라고 한다. 눈썹바위 아래 마애불로 나투신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고 관하시는 관세음보살님께 내 하소연도 덤으로 붙여서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오늘의 주 답사처는 조선말 물밀 듯이 밀려오는 외세와 수구의 완고한 빗장사이에서 1900년 11월 영국인 신부와 경복궁 중건에 참여했다는 도목수의 퓨전작품인 성공회 강화성당이다.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님(중앙일보, 이택희 기자)이라는 성당은 허름한 고샅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면 높은 층계 위에 자리잡은 외삼문 그리고 내삼문은 역시 솟을대문이다. 문안 바로 옆으로 보리수 한그루와 범종각, 지난 11월 15일 성당축성 100주년 기념비가 방주형 기단 위에 서 있다. 이 성당의 모습은 대홍수로 고통받는 인간과 금수가 함께 신의 은총으로 방주에 타고 난을 피했다는 창세기 6∼9장의 노아의 방주형상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종각 종뉴는 촛불모양, 종신에는 십자가 무늬가 베풀어져 있다. 본당건물의 겉모양은 전통사찰방식이고 내부는 서양의 바실리카 양식을 사용한 특별한 형식이다. 정면 4칸 측면 10칸의 길다란 목조건물은 정면이 평소 우리가 보던 용마루 내림마루가 아닌 십자고상을 취두로 하여 한옥의 옆에서나 볼 수 있는 합각이 먼저 보일 뿐 용마루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 집을 한바퀴 둘러본 다음에야 이 집이 앉아 있는 모습이 우리의 전통을 반바퀴 돌려놓고 있음을 알겠다. 따라서 용마루는 집의 옆에서나 보아야 보이고 정면에서는 팔작지붕의 합각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외관은 이층이고 안은 툭 터진 통층으로 정면을 제외한 삼면은 벽으로 두르고 창문은 한식 여닫이창을 달아 빛을 제한하고, 위층은 사면 전체를 유리창으로 개방하여 하늘로부터 빛을 보여주는 신앙적 의미를 부여했다. 내부구조는 성당입구 현관과 본당사이에 홀모양의 복도인 전실이 있고 본당에 들어서면 퇴량은 우미량이요, 좌우로 열주가 세워진 회랑이 죽 이어지고 가운데 신자들이 앉는 작고 앙증맞은 나무의자가 팔각의 화강암 기단 위에 세워진 세례단을 중심으로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것은 낡은 것의 익숙함과 정겨움으로 하여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내부 기둥과 장식은 모두 백두산에서 뗏목으로 가져왔다는 홍송으로 지어졌고, 사제가 강론하는 제단은 닫집으로 되어있다. 서양종교와 건축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 당시 도목수는 그 문화의 충격과 차이를 어떻게 이러한 절묘한 모습으로 지어냈을까? 서양의 노아의 방주와 동양의 극락으로 인도하는 반야용선! 결국 동서양, 너와 나를 가리며 우리는 다투지만 사람 사는 진리는 궁극에는 하나로 이어짐을 이 성당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조선사람이 서양종교와 건축수법을 받아들이면서 그 문화를 조선인의 의식으로 해석하여 이런 집을 지었음을 그의 명쾌한 자기주관과 논리의 이해가 없었다면 이루어낼 수 없음이리라. 성당 앞길 아래 뚝 떨어진 축대 밑에 용흥궁이 자리잡고 있다. 이 궁은 조선 25대 철종의 잠저인데, 그 당시 오막살이 초가를 헐고 새로 지었다고 한다. 대문을 들어서면 눈높이의 담장이 가로막고 있다. 중문은 닫혀있고 왼쪽 계단 밑으로 하여 뒤뜰 쪽으로 개방하고 있었다. 19C 사대부가의 전형이라는 이 집은 소박하고 질박하여 친근하게 느껴진다. 안방 불발기 창을 댄 미닫이문은 떨어져 초겨울 스산함을 한층 더하게 한다. 보통의 살림집과는 달리 안채 뒤 조금 높은 곳에 사랑채가 높이 앉아있고 동쪽으로 후원이 자리잡고 있다. 집 뒤 길 아래 흙벽엔 조촐한 화계를 만들었다. 이 높은 흙벽 축대 위에 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생가를 지을 때와는 별개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임금이 난 집 위에 천주성당을 지은 이 구도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無始無終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글쓴이 : 무시무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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