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卍)字에 대하여(독일의 나찌의 연상)
2007.09/15
만자는 불교가 발생한 인도에서는 슈리밧사, 스바스티카, 난디아바타라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졌다. 중국에서는 만(卍)자로 번역되었는데, 만은 길상(吉祥)과 행운(幸運)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불교를 상징하는 종요한 표시로 사용된 것이다.
만자의 기원과 상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태양의 상징이고도 하고, 흐르는 물의 상징, 신령한 빛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둥글게 선회하는 발의 형상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이 표시는 불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이나교 같은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서도 사용되었다.
원래는 인도 고대 신화속에 등장하는 태양의 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러 종교학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이 표시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그 모양을 볼 수 있다.
불교에서의 의미는 <화엄경(華嚴經)>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화엄경에서는 "여래의 가슴에 훌륭한 성인의 특징인 만자 모양이 있다. 이것을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 부른다. 조화가 자재로운 마니보주로 장엄되어 온갖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 가지가지의 광염을 둥글게 뿜어내면서 온 누리를 가득 채운다."고 전하고 있다.
이 표시가 불교와 관계된 최초의 기록은 <수행본기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성도(成道) 이야기에서 나온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수행하여 성도할 때 풀방석을 깔고 앉으셨는데 풀의 끝이 만자 모양의 길상초(吉祥草)였다고 한다. 그 후에 이 표시는 불교를 상징하는 기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표시는 <장아함경>등의 소승불교 경전에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현재는 별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에 둥근 법륜 모양을 불교의 상징 표시로 사용합니다. 이런 면에서 만자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대승불교 권에서 주로 쓰이던 표시인 것 같다. 대승불교의 가르침에는 부처님만이 가진 32상 가운데 하나로 가슴, 손과 발 그리고 모발에 만자 덕상(德相)이 있다고 한다.
가끔 길을 가다가 흰 깃발에 붉은 색으로 만(卍)자를 새겨놓은 집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에겐 불교의 상징인 만자가 새겨져 있어 사찰로 보여 집니다. 실제로 불자들도 구별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마 불교를 상징하는 만자를 보고 오해하는 경우일 것이다. 오래 전부터 민속신앙과 불교가 서로 융합되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또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에 독일 나치를 상징한다고 해서 이 표시를 싫어 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 표시를 주로 쓴 민족으로 먼 옛날 중앙아시아 지방에 살던 아리아인을 추정한다. 이들이 어느 시기에 중앙아시아 지방에서 서쪽으로는 유럽으로 이동하여 정착했다. 그래서 만자의 기원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전쟁의 표시로, 한쪽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종교적 표시로 사용되었으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때 서구에서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만자 가운데 교차점을 띄어 내면 영어의 L자 네 개가 나오는데 이것을 생명(Life), 광명(Light), 자비(Love), 자유(Liberty)를 상징한다고 해석하여 만자를 생활의 지침으로 삼은 적도 있다고 하니까 참고하면 좋겠다.
불교신문 2007.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