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에서 가장 멋진 부처님은? | ||||||||||||||||||||||||||||||||||||||||||||||||||||||||||||
경주 시내에서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금오산(468m)과 고위산을 흔히들 경주 남산이라고 한다. 이 남산에는 수많은 불교 조형물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어떤 불상 혹은 보살상이 가장 멋있고 예쁠까? 경주 남산 종주는 여러 길이 있겠지만, 흔히 삼릉계에서 출발하여 용장계로 내려왔다가 다시 칠불암을 거쳐 남산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말한다. 장장 6시간 정도 걸리는 힘든 길이다. 이 코스에서는 수많은 불교 조형물이 등장한다. 대부분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한결같이 정성을 다해 만들어서 소홀한 것이 없다. '친절한 부처님' 배리삼존불
오른손은 위로 들고 왼손은 아래로 펴서 내리고 있다. 삼국시대 불상의 전형적인 손모양인 '시무외인 여원인'의 통인이다. 소원을 성취시켜 주겠다는 뜻이란다. 공손하고 친절한 몸모양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남산에 왔다가 이 부처님을 뵙지 않고 지나가면 대단히 서운해 하실 것 같은 부처님이다. 남산에서 가장 멋있는 부처님 후보로 꼽을 만하다. 본존의 왼쪽에는 단순한 관세음보살님이 있고 오른쪽에는 매우 화려한 보살이 옆에서 본존불을 모시고 있다. 단순함과 화려함을 서로 대비하고자 하였을까. 쉽게 볼 수 있는 대비는 아니다. 대비가 잘못되면 그야말로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양손도 없으나 당당한 체형은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통일신라 부처님인 것만은 확실하다. 왼쪽 어깨 위와 아래쪽에 예쁘게 지어놓은 매듭이 부처님에 대한 신라인들의 정성을 엿보게 한다. 신심 깊은 신라 여성 같은 등신보살
골짜기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간다. 큰 두 덩치의 바위에 선으로 단번에 그린 육존불상이 나타난다. 본존불을 양협시보살이 수행하고 있는 그림이다. 보살들은 꽃도 들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불교그림 수준이 상당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단번에 그렸지만 결코 속되거나 조잡한 부분이 없다. 불교가 예술로 농익어 있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위를 쳐다보고 직선으로 올라간다. 중턱쯤 되었을까, 넓은 바위 위에 마애불이 한 분 나타난다. 연꽃잎 위에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있는 부처님이다. 얼굴은 부끄러워 빨갛게 상기된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형식은 다 갖추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각이나 부조기술의 수준이 낮아 보인다. 눈과 입술 표현이 조잡하다. 전문 미술가의 작품이 아닌 듯하다. 고려 때 만든 마애불이란다. 어찌 보면 대단한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근엄하지 않은 스스럼없는 모습을 좋아한다면 이 부처님을 꼽을 수도 있겠다.
호족들이 주도하여 만든 불상들은 전문미술인 작품이 될 수 없었다. 그 지방에서 돌 다루는 솜씨 좋은 사람이 만들었을 뿐이다. 전문미술가를 키워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거대하고 조잡한 미륵불을 비롯한 불상들은 고려 때 불교 저변이 확대되어 지방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이제 옆으로 조금 간다. 능선에 광배는 깨어지고 시멘트로 보수해놓은 석불좌상을 만난다. 하체가 유난히 든든하다. 광배는 몇 조각 난 채로 뒤에 뒹굴고 있다. 얼굴은 깨어졌으나 다행히 없어지지 않고 주변에 있었나 보다. 향토사랑이 유난한 경주사람들이 머리를 찾아 올리고 시멘트로 고정시켰다. 코 아래의 원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안타깝지만 가장 멋있는 부처님 후보로 삼기에는 무리다. 바위를 뚫고 나오는 듯한 석가여래좌상
모든 사물에 불성이 있으니 바위에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바위의 부처님이 바로 이런 부처님이란다, 하면서 바위에서 쓰윽 나오는 부처님 같다.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근엄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비가 흘러넘치는 부처님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으니 당연히 남산 제일의 부처님 후보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드디어 산능선에 오른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더 올라가면 금오산에 이른다. 매월당 김시습이 저 아래에 초막을 짓고 살았단다.
3단 대좌에 올라앉은 부처님
내려오면서 계속 산꼭대기 부처님과 3층석탑이 보인다. 저래서 경주남산은 전체가 불국토로서 각인되나 보다. 계곡까지 내려와 다시 올라간다. 이제부터는 답사가 아니라 산행이다. 경주남산기행은 그래서 문화답사와 산행을 겸하게 된다. 동네 앞산쯤이라 생각하고 남산종주를 따라온 사람들은 고생 깨나 하게 된다. 그것도 인생에서 한번쯤 겪어야 할 인연이겠거니 하면서 부추길 수밖에 없다. 산을 넘고 넘어 능선을 넘고 넘어 기도 진하고 맥도 진할 때쯤에 칠불암으로 내려가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가장 힘든 부분이다. 내려가기도 만만치 않다. 오른쪽으로 신선암보살좌상이 있다는 표시가 나온다. 힘든 사람은 그냥 빼먹고 내려가고 만다. 자신과 가장 닮은 부처님은?
겹연꽃 위에 근엄하게 앉아 있다. 표정은 약간 반기는 듯하면서도 위엄은 놓치지 않고 있다. 성불할 때의 손모양이다. 지하와 지상의 모든 존재들을 끌어안고 해탈하는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이다. 두 번째 가라 하면 서러워할 후보감이다. 이제 뽑아야 할 때가 되었다. 경주남산에서 가장 멋있고 예쁜 부처님은 어느 부처님일까?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 고르는 사람 자신과 가장 닮은 부처님이 정답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이다. 여러분과 가장 닮은 부처님이 어느 부처님인가? 한 분 정해놓고 부처처럼 이타행하며 살면 온 세상이 불국토가 되지 않을까? 2006년 2월 20일 (월) 오마이뉴스 / 신병철 기자 덧붙이는 글 2월 중순에 경주 남산을 종주했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수많은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남산에서 만나뵌 부처님을 소개합니다. |
출처 : 종묘사랑
글쓴이 : 디케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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