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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화장실 하수→발전소 연료, '마법의 성'을 가다

깜보입니다 2010. 2. 9. 09:19

화장실 하수→발전소 연료, '마법의 성'을 가다

노컷뉴스 | 입력 2010.02.09 06:03

 
[CBS산업부 권민철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하수 1800만톤(2008년 기준)이 발생한다. 각 가정의 화장실과 주방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다.

이 폐수들은 물의 자연 흐름을 따라 인근의 가장 낮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하수처리장으로 모여든다. 서울의 경우 난지도, 중랑, 서부, 탄천 등 4곳의 하수처리장이 운영되고 있다.

때로는 빗물과 함께 흘러들어온 하수는 이곳에서 정화처리된 후 강으로 방류된다. 정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남게 되는데 이를 슬러지(오니, 汚泥)라고 한다.

환경부 생활하수과에 따르면 매일 국내에서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만 7924톤(2008말 기준)이라고 한다. 슬러지는 약 50%의 유기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많게는 96∼98%의 함수율을 보이고 있어서 처리하기 어려운 물질이다.

따라서 그 동안은 이들 하수 슬러지를 대부분 탈수시킨 뒤 매립하거나 바다에 버려왔다. 그러나 수원시, 오산시, 광주시(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하수 슬러지는 더 이상 버려지지 않게 됐다.

지난 1일 화성시 송산동에 위치한 '수원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이 본격 가동됐기 때문이다.

이 시설은 3곳의 도시에 있는 11곳의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남은 하수 슬러지를 받아서 자원화하고 있는 곳이다.

이 시설은 간단히 말하면 슬러지에 함유돼 있는 80% 정도의 수분을 탈수시켜 건조하는 시설이다. 케이크 모양으로 가공된 슬러지에 첨가제 등을 혼합한 뒤 건조해 함수율을 10%로 낮추는 것이다.

이 시설 건립에 참여한 포스코건설 강현두 차장은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건조 비용이 다른 시설보다 적게 든다"고 말했다.

건조 과정을 거쳐 나온 최종 처리물은 10% 이하의 함수율을 가진 알갱이(그래뉼) 모양의 고형물로 배출된다.

이 시설은 하루 450톤의 슬러지를 건조시켜 110톤의 알갱이를 생산해낼 수 있도록 준공됐지만 아직 100% 가동이 안 되고 있어서 지금은 하루 350톤의 슬러지가 입고돼 100톤 정도의 고형물을 얻는다.

이들 알갱이는 열량이 매우 높다. 1kg에 4800kcal로 갈탄의 열량(4000kcal/kg)보다 높다. 따라서 유연탄을 연료로 하고 있는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제격이다.

실제로 이 하수슬러지를 운영중인 '수원환경그린'측은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용중인 서부발전과 원료 공급 계약 체결을 위해 논의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연료의 가치를 시멘트 회사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고 실제로 일부 시멘트 회사들은 최종 계약이 타결되기 전부터 고형물을 가져가고 있다고 한다.

시멘트 회사의 경우는 이 고형물을 공장의 연료 뿐 아니라 시멘트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강현두 차장은 "그동안 생활하수는 어떻게 버리느냐를 놓고 고민했던 것인데 이 시설이 가동되면서는 버릴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버려지던 환경물질을 자원화하고 그럼으로써 환경도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하수 슬러지 처리 기술은 유럽에서부터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운영과정에 배출 가스나 중금속 용출 농도, 소음진동 등을 대폭 줄임으로써 주민 친화적 시설물로 재탄생했다.

이곳을 방문하던 지난 5일 오후에도 슬러지 처리시설과 함께 들어서 있는 화산체육공원과 인근 골프장에는 겨울 날씨에도 각 시설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그 곳은 화장실의 하수가 자원으로 변신하는 마법의 성이자 버려지던 폐수의 숨은 힘을 발견한 기적의 땅이었다. (공동기획=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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