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행동과 이동방법, 발자국 안에 있다
공룡은 중생대에 땅 위에 살았던 파충류 가운데 한 무리이며,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파충류와는 다른 점이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몸통과 다리가 연결되어 있는 방식의 차이다. 악어나 도마뱀과 같은 현생 파충류들은 몸통 옆쪽에 다리가 연결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ㄱ’자 모양을 띤다. 그러나 공룡의 다리는 몸통의 옆쪽이 아니라 아래쪽에 연결되기 때문에 현생 포유동물들과 흡사한 구조이다.
공룡은 엉덩이뼈(골반)의 모양으로 분류한다. 공룡의 엉덩이뼈는 장골, 치골, 그리고 좌골로 구성되는데, 이 세 개의 뼈 중에서 치골과 좌골의 위치에 따라 용반류(Saurischian)와 조반류(Ornithischian)로 구분된다. 조반류 공룡은 모두 초식공룡이며 각룡류, 곡룡류, 검룡류, 조각류 등이 있다.
이에 반해 용반류 공룡의 좌골과 치골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좌골은 꼬리 쪽을 향하고 있고, 치골은 머리 쪽을 향하고 있어서 좌골과 치골이 이루는 모습이 마치 ‘ㅅ’자 모양이 된다. 이 모습은 현생 도마뱀의 엉덩이뼈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에 ‘용반류’라고 하게 되었다. 용반류 공룡들은 크게 수각류와 용각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수각류에 속하는 공룡들은 모두 이족보행을 하는 육식공룡이고, 용각류 공룡들은 목이 길고 몸집이 크며 모두 사족보행을 하는 초식공룡이다. 그렇다면 공룡발자국 화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과거에 호숫가였던 경남 고성이나 전남 해남지역에 물을 마시러 찾아온 공룡 무리들이 호숫가를 거닐면서 자신들의 발자국을 남겼다고 생각하자. 공룡들의 발자국이 찍힌 땅이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서 습기가 없어져 자연스럽게 마르게 되고 그 위로 새롭게 퇴적물이 쌓인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퇴적물들이 단단한 퇴적암이 되고 압력과 열이 더해지면서 단단한 정도가 더 강화된다. 그 후, 다양한 지각운동에 의하여 지층이 융기하게 되고 바람과 물 등에 의해 침식작용이 진행된다. 이 침식작용에 의해 깎여진 지층이 지표면에 노출됨으로써 공룡발자국이 학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다.
공룡발자국은 공룡이 살아있는 동안 남긴 흔적으로서 공룡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공룡의 골격화석이 공룡의 해부학적인 정보를 나타낸다면, 공룡발자국은 공룡의 행동이나 이동방법과 같은 생태학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우리나라 대표 공룡 화석산지와 그 학술적 가치
우리나라 공룡발자국 화석은 1982년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해안가에서 발견되어 대한지질학회에 논문으로 공식 보고되면서 세계적으로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고,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경상남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등 100여 곳이 넘는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발견되었다. 다른 나라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와 비교했을 때 단일면적당 공룡발자국의 개수가 많고 다양한 공룡들의 발자국이 함께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는 점, 그리고 발자국 형태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보존상태가 뛰어나다는 점은 세계 어느 발자국 화석지역과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 세계적으로 드문 백악기에 살았던 대형 용각류(길이가 1m가 넘는) 발자국, 새끼 용각류 발자국(9㎝), 84m가 넘는 수각류 공룡발자국 보행렬, 익룡 및 새와 함께 발견되는 공룡발자국 등이 발견되어 전 세계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공룡발자국들은 경상분지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으며, 이 중 다섯 지역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경남고성, 전남해남, 여수, 화순, 보성)가 현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으로 되어 있다. 만약 우리나라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된다면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우리나라에 이런 학술적, 경관적, 교육적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이 있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이중 대표적인 공룡 화석산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 먼저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일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411호)는 그 다양성, 규모, 개수, 보존상태, 그리고 아름다움 풍광 등 모든 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곳이며, 세계적인 학자들이 연구를 위해서 늘 찾는 곳이기도 하다. 초식공룡인 용각류와 조각류, 그리고 육식공룡인 수각류 공룡발자국들이 5,0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많이 발견되었으며, 새발자국과 무척추동물들의 흔적화석들도 함께 발견되어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고 환경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인근에는 고성공룡박물관이 있어서 공룡발자국들에 대한 학습과 진품 공룡골격인 오비랩터와 프로토케라톱스도 관찰할 수 있다. 중앙홀에는 양 날개를 편 길이가 8m가 넘는 백악기 익룡인 케짤코아틀루스의 골격이 마치 하늘을 나는 듯이 전시되어 있다.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공룡·익룡·새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394호)는 대형 조각류 보행렬이 뚜렷하게 남아 있고, 7.3m의 익룡이 걸어간 흔적도 함께 발견되어 국제학술지에 공식적으로 보고되었다. 이곳에는 공룡발자국 화석 514개, 익룡발자국 화석 443개를 비롯해 새발자국 화석들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지름이 1m에 이르는 대형 용각류의 발자국, 세계 최장의 익룡 발자국 보행렬 및 물갈퀴새 발자국 등이 발견된 것은 물론, 절지동물의 흔적과 같은 다양한 생흔화석까지 다양한 화석이 한 층준에서 함께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 이 화석산지에는 우항리공룡박물관이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견된 공룡골격 모형 20여 마리가 전시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중생대 쥐라기의 대표적인 육식공룡인 알로사우루스 진품 골격도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에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공룡발자국 3D 정밀기록’을 위한 실측조사와 보존을 위한 모니터링 연구 등 다각적인 분석연구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센터를 통해 다양한 화석들을 전시·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보존을 위한 노력과 관련 학자들의 심층적인 연구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며, 과학교육,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존 노력, 그리고 남해안 공룡화석산지 주변 지역주민들의 자긍심과 의지도 반드시 필요하다.
글 임종덕(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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