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촌놈이 서울양반들께 고함...

깜보입니다 2008. 4. 11. 22:40
전 당신들같이 세련되고 똑똑한 서울양반들이 볼때는...

저 멀리 촌구석에 사는 시골뜨기 제주촌놈입니다. 예부터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듯이, 평소 서울에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줄 알았습니다. 과거부터 서울은 교육 잘받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제가 사는 제주를 비롯한 충청, 강원, 영남 등 지방(전라도 제외)에서 뭣모르고 민정당이나 민자당, 신한국당 등 딴나라 정당에 투표할 때도 서울만큼은 더 민주적이고 더 진보적인 야당표가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전 역시 서울사람들은 대한민국 수도의 시민이어서 그런지 좀더 진보적이고 앞서가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하지만 이번 총선결과를 보니 그게 아닌것 같더군요. 제가 알던 그 의식있는 서울 시민들은 다 어디 갔나요? 뉴타운 때문에... 아파트값 때문에... 그 진취적이고 투철했던 민주시민의식들... 양심들을 팔아버렸나요?

제가 사는 제주는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후보 3명을 당선시켰고, 정당투표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야당 표가 많이 나왔습니다.(투표율 자체도 전국 최고더군요. 겨우 50%를 갓 넘었는데 전국 최고라니...) 물론 민주당 후보 3명이 당선됐다고 해서 의식이 높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뉴타운이나 집값 때문에... 그런 천민 자본주의와 이기주의 때문에... 양심과 시민의식을 팔아버리지는 않았다는 걸 확실히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주가 4.3사건 때문에 한나라당표가 안나왔다. 뉴라이트 단체에서 4.3을 빨갱이 폭동으로 규정하는데도 한나라당을 찍으면 쓰레기들이다...라는 말들을 하시더군요. 물론 그말도 어느 일정부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젊은 세대에게 4.3은 별로 와닿지가 않고, 중장년층인 4,50대 사이에서도 4.3의 아픔은 점점 잊혀져가는 과거의 일이 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더더군다나 순박한 제주의 시골어른들께서는 뉴라이트가 뭔지도, 그게 한나라당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잘 모르시고 있죠. 한나라당 총선후보들도 전부다 4.3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이런 립서비스는 다하고 있는...즉 4.3의 아픔이 아직까지 제주에 남아있긴 하지만 그게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겁니다. 

그럼 왜 제주에서 야당후보들이 전부 당선되었을까요?

여기 제주도 젊은 분들의 취업이 어렵고(다른 대도시 지역보다 더욱 일자리가 없다고 봐야겠죠.) 지역을 지탱하고 있는 감귤산업 등 농업이나 관광 산업도 예전같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제주 역시 요즘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경제"가 키워드고, 어찌보면 여당 후보들을 당선시켜야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용이할 수 있겠죠... 그걸 사람들이 모를까요? 그래도 제주는 야당후보들을 당선시켰습니다. 야당 후보들을 찍은 도민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을 당선시킨 결과론적으로 봤을때 저는 제주도민 만큼은 지역 이기주의나 천민 자본주의에 의한 투표가 아닌 진정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한 민주시민적인 투표를 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한 가까운 예로 제 어머니도 대선때는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지만(그것땜에 저랑 다툼도 많이 하셨죠^^) 이번 총선에서는 당신께서 먼저 저에게 대통령이 한나라당이니까 국회의원들도 전부 여당 찍으면 독선으로 빠질 수 있다고...견제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야당을 찍으시겠다 하시더군요. 비단 제 어머니 뿐만 아니라 제 주위의 어르신들이나 직장동료분들도 대선때는 이명박을 찍었지만 견제를 위해서 총선에는 야당을 찍으신 분들이 많더군요. 안정론이 옳은지 견제론이 옳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여대야소 국회가 되어서 국가가 더 발전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과적으로 제주도민 만큼은 뉴타운이나 집값 때문에...그런 지역 이기주의와 천민 자본주의에 의해서 투표를 하지는 않았단 겁니다. 거창하게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까지는 모르더라도 적어도 대한민국 모든 권력을 한 곳에서 가져가면 오만과 독선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는 거죠...

서울시민들께 묻고 싶습니다. 그런 국회의원 뽑으면 정말로 갑자기 뉴타운이 생기고 집값이 올라가서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오히려 지자체장이나 지역의원을 잘뽑는게 지역발전을 위해선 좋은일 아닌가요?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한 여러 법안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지역민만의 대표가 아닌 국민 모두의 대표 아닌가요?

저같은 촌놈은 잘 이해할 수가 없네요...제가 배웠던 민주주의 선거의 의미와 국회의 역할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나왔다는 게...정말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뉴타운이나 집값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국가 발전을 위해서 그 후보들을 뽑은거라고...과거 지방에서와 달리 야당 후보들을 뽑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대를 앞서가서 여당에 투표를 한게 대한민국을 위해서 옳은 결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