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사 명단이 공개된 이후 대통령의 첫반응은 "우리"가 일본도 용서했는데 같은 민족인 친일인사를 용서못할 것 없지않냐는 취지의 말씀이셨다.
여기서의 "우리"에 적어도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면 대통령께서는 당신말고 또 누구를 포함시키신 걸까?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들일까?
내 기억에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중 한일관계에 관해서, 친일문제에 관해서 이토록 명확하게 "용서"라는 말씀을 하신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내가 모르는 공약들 중에 포함되어있을수도...
대통령께서 위안부로, 강제징용으로, 독립운동으로 일제에 고통받고 살아왔던 분들과 단 한시간이라도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으신지, 우리의 36년 "잃어버린세월"에 대해 단 한시간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는지 의심스럽다.
대통령께서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셨다고 했으니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더이상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하실 명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게 되셨다.
일본총리나 장관이 일제치하로 한국의 근대화 공적과 한국민의 자발적 정신대지원내지 상업적 공창을 주장해도 이미 용서한 일 가지고 트집잡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일본을 용서했다고 치자...(아..정말 힘든가정이다.)
그러면 같은 민족내에서 행했던 그들의 앞잡이는 저절로 용서가 되는가?
나치청산을 했던 프랑스조차도 독일인 나치전범보다 더 철저하게 프랑스내 배신자들을 처벌하고 그 역사를 철저히 밝혔던 것으로 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훨씬 무섭고 배신감이 크며, 공동체에 가하는 위해는 절대적이다.
일본인이 우리민족에게 저지른 악행은 범죄라고 한다면 같은 민족을 전쟁에 내몰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선동하고, 잡아죽이고, 고문한 친일파들의 행위는 패륜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우리"에 포함되는 지 묻고 싶다.
그리고 대통령께 여쭙고 싶다. 도대체 그 "우리"가 누구냐고...
적어도 나는 몇명은 알것같다.
국가와 우리 국민의 용서를 통해 친일파 조상들을 둔 덕에 수백억원대의 땅을 소송을 통해 되찾게 될 친일파 후손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조상을 용서하기는 좀 더 쉬울 듯 싶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일본고위관리나 학자들이 역사관련 망언을 해대도 분노할 권리를 잃었다.
식민사관에 찌든 우리나라 학자들이 일제를 통한 근대화이론을 교과서에 실어도 일본사람들도 용서한 마당에 그들을 지탄할 명분도 없게 생겼다.
도대체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실용의 논리는 어디까지 뻗쳐있는 것일까?
과연 정치와 사회, 문화, 역사의 모든 영역에서 실용이라는 것이 전가의 보도처럼 모든 것의 관점의 기준이 될 만큼 절대적인 것인가?
그렇다면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실용이라는 그 애매한 개념부터 정리해 주셨으면 한다.
그래야 다음부터 덜 놀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아는 용서는 실용으로 따질 일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밝히고, 진실 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음을 열고 하는 화해이다.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르는 채하는 지금, 강탈당해서 돌려받지 못한 문화재가 즐비한 지금,
수십명의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왜곡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는 지금.
강제로 점령했던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대통령께서는 일본을 용서하셨고, 그들에게 협력해서 영화를 누렸던 이들을 용서해야한다고 하신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그럴수밖에 없던 사정을 우리 국민이 "이해"까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이해받지 못하고 용서받지 못할 사람들은 도대체 누굴까?
모든 것이 이해받을 수 있는 일들이라면 피해자가 되느니 차라리 가해자가 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우리 아이들이 배우게 될까 두렵다.
나는 대통령께 여쭙고 싶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균형있게 역사를 바라봐야 할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어쩌면 대통령께 균형있는 역사관을 다시 배워야 할지도 모를일이다.
고맙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나와서 우리 국민의 잘못된 역사의식을 고쳐줄 예정이라니 아마 대통령의 역사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인들도 꼭사서 한번쯤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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