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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옛 사진에 보이는 서울의 도성 대문들은 각각 어떻게 판독하는가?

깜보입니다 2008. 8. 7. 11:28

옛 사진에 보이는 서울의 도성 대문들은 각각 어떻게 판독하는가?

 

근대 시기 이후에 서양인이나 일본인들의 손을 거쳐 기록으로 남겨진 사진자료들을 접하다 보면, 비교적 그 수량이 풍부하다고 느껴질 만큼 자주 접하게 되는 피사체는 서울의 성벽과 4대문을 포함한 성문(城門) 등이다.

 

하지만 이들 사진들에 담겨진 성문의 존재를 가려내는 데는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의 기록에서부터 오류가 담겨져 있는 경우이다. 우리의 성문이나 현판글씨에 담겨진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전혀 엉뚱한 문이라고 적어놓은 자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와 아울러 제법 성문의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자주 헷갈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4대문과 4소문들 가운데 이를 뒤섞어 놓으면 잘 구분이 되질 않는 때도 적지 않은 탓이다. 특히 제일 구분이 어려운 것은 돈의문(새문, 서대문)과 소의문(서소문)이다. 둘은 근접사진의 경우에는 잘 구분이 되지 않을만큼 매우 흡사한 형태를 지녔다. 더구나 편액의 글씨마저 똑같이 '의(義)'자 돌림이어서 정확히 판독하여 구분하는 것이 쉽질 않다.

 

이에, 아래에서는 서울 성문을 구분(판독)하는 몇 가지 방법과 요령에 대해 적어둔다.

 

1) 성문의 편액(扁額, 현판)을 확인한다.

; 이것은 제일 간단한 방법이다. 단, 글씨만 정확히 보인다면 말이다. 숭례문(崇禮門)은 세로 현판, 흥인지문(興仁之門)은 정사각형 현판, 나머지 성문은 돈의문(敦義門), 소의문(昭義門), 혜화문(惠化門), 창의문(彰義門)은 가로 횡서 현판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간혹 글씨가 흐릿하여 잘 분간이 되지 않는 때도 있다. 특히 돈의문(敦義門)과 소의문(昭義門)은 제일 구분이 어렵다. 

 

2) 문루가 2층인지, 1층인지를 살펴본다.

; 문루가 중층(重層)이면 당연히 숭례문(남대문)이거나 흥인지문(동대문) 둘 중의 하나이다. 나머지는 모두 단층 문루이다. 흔히 북문(北門)으로 일컬어지는 숙정문(肅靖門)의 경우에는 문루가 남아 있지 않았고, 그나마 사진자료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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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만 보면 이곳이 남대문 안쪽인지 동대문 안쪽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운행되고 있는 전차선로 말고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분기선로가 하나 더 눈에 띈다. 그리고 홍예문 안쪽을 보니 옹성으로 막혀 성문 밖의 풍경이 막혀 있는 구조이다. 홍예 석축 위쪽에 석루조(石漏槽, 물빠지는 구멍)가 최상단 열보다는 하나 아래에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비춰보건대, 이것은 "동대문 안쪽"의 모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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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만 보면 이곳이 남대문 안쪽인지 동대문 안쪽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전차선로의 분기선 형태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홍예를 통해 보이는 성문밖의 풍경이 툭 틔어 있는 형태이다. 홍예 석축 위쪽에 석루조(石漏槽, 물빠지는 구멍)가 최상단 열과 같은 줄에 자리하고 있다. (위에서 보았던 동대문의 석루조 위치하고는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따라서 이러한 특징에 비춰보건대, 이곳은 틀림없이 "남대문 안쪽"의 풍경이다. 

  
3) 성문의 안쪽인지, 바깥쪽인지를 가려낸다.

; 성문 안쪽인지 바깥쪽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석축의 양끝에 문루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진을 가까이서 찍었건 멀리서 찍었건 간에 성문 안쪽의 모습을 담은 경우에는 어느 문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때가 있다. 남대문과 동대문의 경우에도 바같쪽은 현저히 다르게 보이지만, 문 안쪽에서 찍은 경우에는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 이때에는 전차선로의 방향을 보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즉 남대문의 안쪽에서는 전차선로의 분기점이 없으나, 동대문은 동대문 전차차고(즉 발전소)로 휘어들어가는 분기선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또 다른 방법은 두 문의 특징을 통해 가려내는 방법이다. 즉, 동대문은 바깥쪽으로 옹성(甕城, 곡성)이 둘러쳐진 반면 남대문은 그러한 구조가 없다. 따라서 남대문의 사진은 홍예 바깥으로 문밖의 풍경이 그대로 투시되지만, 동대문은 옹성에 가려져 홍예 바깥의 풍경이 전혀 보이질 않고 옹성만 컴컴하게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남대문과 동대문의 경우에 석루조(石漏槽)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도 성문 안쪽의 모습을 가려내는 또 다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나머지 성문은 안쪽에서 촬영한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따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서대문 안쪽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많이 남아 있는 편이나, 이곳으로는 전차선로가 지나가고 있으므로 이것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4) 각 성문의 특징을 기억한다.

; 위의 방법으로도 잘 구분이 되질 않는 경우에는 각 성문별 특징이 무언지를 기억하여 이를 활용하는 것이 제일 낫다.

1. 숭례문(남대문) : 중층구조, 세로편액, 전차선로 분기점 없음.

2. 흥인지문(동대문) : 중층구조, 정사각형편액, 바깥쪽으로 옹성(곡성)이 보임, 안쪽으로 전차선로 분기점 있음.

3. 돈의문(새문, 서대문) : 단층구조, 전차선로 보임, 언덕 경사가 심함. 성벽에서 안쪽으로 깊이 들어와서 문루가 설치된 구조(ㄷ자형)임.

4. 소의문(서소문) : 단층구조, 전차선로 없음, 언덕 경사가 심함. 직선형 성벽구조 위에 문루가 설치됨.

5. 창의문(자하문, 북문) : 성문 바깥 왼쪽이 불룩 튀어나오면서 경사도가 심함.

6. 혜화문(동소문) : 성문 바깥 오른쪽이 불룩 튀어나오면서 제법 경사도가 있음. 문루 석축 위의 벽돌여장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음 (나머지 성문에서는 이러한 구멍이 보이지 않음).

7. 광희문(수구문) : 문루 용마루 길이가 매우 짤막함. 직선형 셩벽구조 위에 문루가 설치됨.

8. 남소문 : 이것과 관련된 사진자료는 아직 보질 못했고, 그 터만 사진자료로 남아 있음.

9. 숙정문(북문) : 문루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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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버,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1915)에 수록된 혜화문(동소문)의 모습이다. 편액은 또렷하지 않으나, 홍예석축의 상단부에 있는 벽돌여장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만으로도 이 문이 혜화문이란 것은 금세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각 성문별 특징을 파악해두면, 그 정체를 가려내기가 수월하다.

 

5) 이상과 같은 방법을 통하고도, 어느 성문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는 성문의 세부구조를 정밀대조한다.

; 대개는 이보다 이전 단계에서 어느 성문인지를 가려낼 수 있으나, 돈의문(새문, 서대문)과 소의문(서소문)의 경우에는 정말로 잘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문루의 기본형태(용마루, 기왓골 등)는 물론이고 편액, 벽돌여장의 모양이나 심지어 석루조(石漏槽)의 위치까지 거의 흡사하다. 다만, 약간 구분이 되는 것은 돈의문 쪽은 석쪽 최상단부가 그 아래쪽의 것들과 거의 동일한 두께로 되어 있는 반면, 소의문 쪽은 그 부분이 아래쪽의 것들보다는 제법 얇은 두께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홍예 바로 위도 하나의 통돌로 이뤄진 것이 눈에 띈다. 제법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이것말고는 완전히 구분할 방법이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제일 낫다.

 

(정리 : 2007.3.25, 이순우, http://cafe.daum.net/distorted)

  

출처 : 일그러진 근대 역사의 흔적
글쓴이 : 제자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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