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모든 것이 금지된 시대를 싸웠던 이들을 기억함
주말을 맞는 순간부터 난 부산해진다. 다가올 일주일 동안 봐야할 책과 써야할 원고, 공연과 영화 리스트를 작성한다. 돈 되는 일 없이 회사일을 차순위로 미루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건 오로지 이 블로그를 위해서다.
10월도 이제 2주가 남았다. 물론 풍성한 영화제목들이 나를 기다린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올 8월부터) <나는 인어공주> 재즈 선율에 젖고 싶은 가을을 위한 영화 <피아노 솔로> 일본감독 이누도 잇신을 좋아한 탓에 놓치고 싶지 않은 <구구는 고양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내일 올리게 될 김기덕의 신작 <비몽>, 영국의 좌파감독 켄 로치의 <자유로운 세계> 이외에도 짧은 가을의 시간을 채울 불란서 영화 두편이 나를 기다린다. 여기에 국제 현대무용제와 몇개의 사진전을 포함하면 거의 살인수준이다. 물론 다 볼수 있을까. 가을은 상품기획과 라인선정으로 가장 바쁜 시간대고, 결정해야 할 내용들이 가득한 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이 나는 것은 오늘 본 영화의 대사처럼 "그래 달리는 거야" 란 마음을 먹기 때문이다. 오늘 기다렸던 조승우의 <고고70>을 보았다.
72년 2월생, 물병자리인 내겐, 사실 윗 선배들을 위한 영화다. 그래도 기억나는 몇명의 기타리스트들, 지미 핸드릭스나 십자가가 그려진 관을 여는 모습은 본 조비를 생각나게 한다. 내겐 큰형이 있다. 헤비메탈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입학 선물로 아버지가 사준 두개의 전자기타와 엄청난 크기의 스피커를 받고 좋아했다. 물론 아래층 사람들이 쳐들어오기 일쑤여서 악기는 스튜디오로 옮겨져야 했다.
내가 기억하는 기타리스트들의 이름은 대부분 우리 형이 사모은 빽판들을 통해서다. 군부독재 시절, 모든 것이 금지되고, 조국평화를 위해 새마을 노래가 유일한 가요가 되어야 했던, 시대를 감내하고 견뎌온 이들을 위한 영화다. 그들에게도 탈주의 욕망이 있었을 거고, 답답한 마음을 토하고 싶었을거다. 또 그런 이들을 보면서 "요즘 것들은....."이라고 혀를 차는 어른들이 있었을 터이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건, 우리가 흔히 70년대 하면 떠올리는
군부독재, 박정희란 코드, 월남전, 두발단속, 미니스커트와 같은 상징들을
포월해서, 로크음악(영화상의 발음으로)의 시작과 정열의 과정을 즐긴 고고문화를
보여준다. 반복된 동작으로 구성된 고고댄스. 한번 추고 나면 땀이 흠뻑 젖었다는
이 국민체조를 풍기문란과 사회기강 단속이란 미명하에 금지하고 뮤지션들을 구속하고 감금한
석기시대의 아련한 기억 또한 영화는 담아낸다. 석기시대엔 Rock이 어울리지 않겠나?
나는 사실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데블스>를 전혀 모르는 세대다
71-73년을 영화 스토리의 주된 시대로 삼고 있으니, 2살짜리가 뭘 알겠나. 내가 기억하는
그룹 사운드는 그나마 '사랑과 평화' 정도가 전부다. TBC로 보던 기타를 참 잘쳤다는
리드보컬의 이야기도 형을 통해 들었을 뿐이다.
목사 빌리 그래이엄이 가장 증오하면서도 자신의
설교때면 불렀다던 지미 핸드릭스. 그의 공연에서 본뜬 것 같은
무대 매너로, 한 마디로 대구 왜관 촌놈 클럽에서 서울로 멋지게 입성한 데블스.
여기에 그들을 따라온 가수 지망생 미미.
그녀가 입은 옷을 자세히보면 70년대 패션 보그지를 보는 듯 하다.
옷을 보면 선천적으로 눈이 돌아가는 지라, 옷의 텍스타일이며, 몸선을 둘러싼
드레스의 방식들, 미니 스커트의 주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를 보다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적어도 이 영화의 내러티브, 이야기 구조에는 우리의 암울한 역사적 현실이
맞물려 있고, 그건 '잃어버린 10년'을 거들먹거리며,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현 정권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 학생들을 고문하고, 인생 쓰레기라
욕하며 두들겨 패던 경찰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존속하고 있고, 80년대식 토끼몰이가
그립다고 경찰청장이 직접 그 입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사람들은 장발을 하고 나갔다가
바로 잘려야 했고, 민주를 외쳤다간, 잡혀서 물고문을 당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그냥 치부하기엔, 지금 현실에서 봐도 그리 남다르지 않다. 항상 구린구석이 많은
정치권력일수록, 도덕과 사회적 정화라는 미명을 내세워 사람을 구속하고,
재갈을 물린다. 하긴 영화 속에서도 영업 금지 후, 정치인 유락장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차출되고
그것도 모자라, 노친네의 잠자리 요구까지 받았던 것이 현실이니까. 권력을 가진 노인네들의
음험한 욕망이 더욱 거세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여튼 늙은 수컷들이 더하다.....에이 이 지저분한 것들'
팝 칼럼니스트로 나온 이 배우.......
참신한 연기가 돋보인다, 앞으로 좋은 배역을 많이 맡을 것 같다.
주간 서울의 팝 칼럼니스트로 그룹 <데블스>의 프로모터이자 정신적 자문역을 해준다.
빌 그레이엄의 너바나(Nirvana)의 철학을 이야기 하는 부분도 마음에 와 닿았다.
하긴 그룹 너바나를 워낙 좋아했기에, 영화 속 클럽이름 <닐바나>가
마치 패러디처럼 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존속했던 클럽이란 사실도 영화 크레딧 끝부분까지 보고 나서야 알았다.
70년대 많은 가수들의 곡이 풍기문란으로 금지를 당했다.
영화 속 그 리스트를 보면 참 기도 안차는 웃음만 나온다. 정말 석기시대였던 느낌.
신민아의 패션 감각은 놀랍다.
물론 기지촌 언니들이 보내준 잡지들을 오려가며
자료를 모으고, 춤을 만들어낸 그녀의 감각또한 볼만하다. 집에 와서 따라해봤다. *^^*
이 아저씨도 한 연기했다.
기타주법이 남다르고, 연주하는 장면에서 꽤나 연기투혼을
보였다. 영화 필모그라피들을 보니 두 주인공을 제외하곤 영화 속 배우들이
거의 신인들이 전부였다. 실제로 음악을 했던 걸까? 궁금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패션이나 영화, 공연이 판을 친다. 한 마디로 추억은 이때 상품가치를 가진
일종의 상징이 된다. 근대화를 위해 치달려온 윗 세대들의 힘겨웠던 삶과 그들이 토해내고
싶어도 억제당하며 감내했어야 했을, 젊은 날의 추억과 흔적들이
이 영화속엔 아련하게 녹아 있다. 물론 거친 언어들이 오가지만 그 속내에서
발효되는 저항의 정신들은 2008년 가을에 30년 전 회귀를 꿈꾸는
정치권력자들에겐, 꽤나 위험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추억은 현재를 통해 전유되고, 현재를 싸우는 무기가 된다.
새마을 노래가 유일한 노래라며 아이들을 두들겨 패던 교련 선생도 이젠 없지만
보건 교육의 강화니 어쩌니 하면서, 과거로 교육을 되돌리려는
이 땅의 어설픈 통치방식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되살아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들으시는 음악은 고고70 OST 중에서
신이나는 청춘(Proud Mary)와 Mustang Sally의 트위스트 버전으르
올린다. 신나게 트위스트나 한편 추자. 늬들 놀고 싶지......나도 놀고 싶어
가는 거여......!!!!!!!(나 오늘 삘 무자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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