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첫 제자들아 보아라

깜보입니다 2008. 12. 24. 13:07

지금 너희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니?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민들로 홀로 외롭고 쓸쓸히 고민하고 있지 않니? 세상은 나뿐인 것 같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니? 돈, 가족, 환경… 모두가 너희를 힘들게만 하고 있지는 않니? 어쩌면 너희들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단다. 혹 그것들이 너희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너희의 조그마한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는 않니?

 선생님은 너희를 보면서 너무 고맙고 또 너무 걱정이 된단다. 백지같이 하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자칫 못난 어른들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 마음에 때를 묻힐까 두렵고 또 두렵다. 너희들이 되도록이면 행복한 생각만을 하고, 우리학교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우리 집만큼 행복한 집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이라도 하지 않은 적이 없단다.

 제자들아, 나는 너희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혹시라도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다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면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모두 떨쳐버리라고. 너희는 지금 굶주림을 모르고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체육시간에는 뛰어놀 수 있고, 이 추운 날씨, 몸을 조금이나마 데워줄 따뜻한 옷 몇 벌과 집이 있지 않니. 공부를 하고 싶다면 학교에서 마음껏 할 수 있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여기 교실에 너희들의 말동무가 되어 줄 친구들이 있지 않니. 잘못을 하면 바로되기를 바라며 혼을 내고 잔소리하는 내가 있지 않니. 어쩌면 너희들은 진정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인지 모른다.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면 더 새로운 많은 현실이 너희의 앞을 덮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보다 잘난 사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눈에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자들아 진정한 행복이란 돈이 많은 것도, 옷이 많은 것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뭐래도 내 마음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란다. 마하트마 간디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 물레하나와 흰 의복하나가 전부였지만 죽기 전 너무 행복한 삶을 살았기에 너무 나이 들어 죽음을 살아있는 사람에게 미안해하였단다.

 나는 너희들이 남들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한다하여 불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너희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튼튼한 몸과 무궁무진한 발전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많은 살아갈 날들이 있지않니.

 이제 너희를 떠나보내며 한 가지만 더 부탁한다. 우리 어른들이 부족하여 미처 못다 만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너희들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 완성시켜다오. 훗날, 칼바람을 피할 옷 한 벌 조차 없는 불쌍한 아이들에게 내 것을 덜어 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어다오. 늙고 병들었음에도 보호해줄 자식조차 없는 사람들의 차가운 두 손을 너희의 체온으로 녹여다오. 그렇게, 마음으로부터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진정한 부자가 되어다오. 사람이 사는 냄새가 가득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다오.

 지난 1년간 너무 행복했다. 비록 혼내기도 하고, 무섭게 할 때도 있었지만…모두가 너희가 잘되길 바라는 진심이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건강하거라. 행복하거라. 그리고,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자라라.

2008년 12월 23일

늦은 4시 42분

너희들의 무서운 담임이었던 OOO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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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가난할 수는 없으나. 그 학교의 학생들은 가난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선생님이 다니시는 학교는 중심가 근처 도심공동화 지역으로 학생들의 환경이 매우 좋지 못한 곳입니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합니다.

(선생님성함은 개인보호를 위하여 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