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펌)노무현의 대북정책은 설레발이었나?

깜보입니다 2009. 6. 28. 20:20
노무현의 대북정책은 설레발이었나?


지난 6월 15일 참여정부 시절 6자회담 대표이자 외무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이 CBS에서 대담을 나눴습니다 (전문 링크). 국내에 크게 어필되지는 못했지만 이 대담에서 송민순 의원은 아주 중요한 사항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즉

“아시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이 3각협의체를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이 세 나라의 결정에 의존하는 주변부로 전락할 수 있다”

라는 지적을 했죠. 한마디로 현재 북핵을 둘러싼 동북아의 외교적 지각판이 미중일 3국 중심으로 재편이 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나친 미일 편중 외교를 밀고 나간 우리나라는 미일의 외교적 하부구조, 즉 협상판의 주연이 아닌 판밖에서 기웃거려야 되는 액스트라 신세로 전락할 지경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한번 송민순 의원의 지적을 들어보도록 하죠.

"바깥에서 의견을 교환해서 자기 입장 반영하는 것 하고 자기 문제를 논의하는 장소에서 자기가 빠져있는 것 하고는 엄청난 차이죠. 창밖에서 안에 들어가서 이런 얘기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하고, 자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기는 빠져가지고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에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상황이 감이 오시나 모르겠습니다. 예전 김영삼 정부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돈은 돈대로 퍼주면서도 정작 판이 어찌 돌아가는지는 하나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입니다.

여기까지야 집권초반부터 대북, 대중 외교를 멀리하고 대미, 대일 외교에 전력한 이명박 정부의 업보라고 보면 그만입니다만...

이 문제에 대해 최근 한 블로거가 인상깊은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즉 이렇게 한국이 판에서 외톨이가 된 이유가 노무현 정부시절 북핵문제에 미일과 다른 의견을 견지한 까닭이라는 것이죠. 즉 현재 한국이 졸지에 액스트라 신세가 된 것이 노무현의 설레발 때문이 란 주장입니다. 실제로 부시행정부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도 또한 실력도 없었는데, 괜히 노무현 정부가 워싱턴의 분위기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지레 겁을 먹고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이죠. 이런 과민 반응이 한미관계의 악화를 불렀고 결국 우리는 빠진채 미중일 3각협의체 구성을 불렀다는 겁니다.


그럼 부시 행정부 기간동안 정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계획이나 과연 없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시 행정부 초기에 부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인 럼스펠드를 포함해서 총 75명의 주요 행정부 및 군부 인사를 직접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Plan of Attack'이란 책을 쓴 밥 우드워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양반이 쓴 'Plan of Attack' 3장에 보시면 인상깊은 럼스펠드의 발언이 나옵니다.

즉 럼스펠드가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북한 전쟁 계획을 가져와 보라" 고 명령을 하는 장면이 나오죠. 뜬금없는 그의 명령에 당시 준비되어있던 Op Plan 5027 을 브리핑하지만 그 작계 5027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즉 아예 총력전 수준의 전면전과 완전히 말빨로만 떼우는 수사학적 접근법이란 양극단의 선택밖에는 제시되지 않고 있었죠. 따라서 럼스펠드는 휘하는 장교들에게 좀 더 민첩하고 실현가능한 전략을 수립하라는 명령을 내리죠. 이게 2002년 5월 얘기입니다.

2002년 12월 미국 전략사령부(Stratcom)가 이 임무를 맡게 되었고 이런 실현가능한(?) 대북한 군사계획2003년 11월 완성이 되는데, 이름하여 CONPLAN 8022-02 입니다. 일종의 개념계획으로 볼 수 있는데 내용이 좀 심각합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이란을 대상으로 선제적(preemptive)이고 공격적(offensive)인 타격력을 확보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런 타격에 통상적인 재래식 전력외에도 소형 전술핵을 동원한 선제공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처: 워싱턴 포스트, 윌리엄 알킨스 기자: A Global Strike Plan, With a Nuclear Option)

북한이 미국 본토를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해 공격할 징후가 있거나 (재래식 전력으로) 파괴가 어려운 목표를 파괴할 필요가 있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해서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The global strike plan holds the nuclear option in reserve if intelligence suggests an "imminent" launch of an enemy nuclear strike on the United States or if there is a need to destroy hard-to-reach targets.)

미군에는 CONPLAN 8022 외에도 다수의 개념계획들이 있습니다만,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CONPLAN 8022가 다른 개념계획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점이 있는데, 그건 CONPLAN 8022는 소규모 작전을 통해 지상전의 위험, 즉 대규모 보병전력이 희생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실현가능성이 높은 거죠. (CONPLAN 8022 is different from other war plans in that it posits a small-scale operation and no "boots on the ground." )

최종적으로 CONPLAN 8022가 실전 준비 완료가 된 것은 2004년 1월로서 미국 전략사령부 사령관인 제임스 엘리스 대장이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린 내용은 워싱턴 포스트의 윌리엄 알킨스 기자의 2005년 5월자 기사입니다만, 실제로 미국 전략사령부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준비상태와 실제 적용 가능성을 점검해 나갔고, 매년 11월 Global Lightning 훈련을 실시했죠. 실제로 2005년 11월에도 CONPLAN 8022를 포함한 Global Lightning 훈련을 성공리에 마쳤죠. (출처: 미국 전략사령부 뉴스 기사: JFCC for Space and Global Strike achieves 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12/1/2005)

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전술핵의 선제적 이용을 명문화한 CONPLAN 8022이 폐지된 것이 2007년 7월입니다 (출처). 물론 CONPLAN 8022가 폐지가 되긴 했지만 또 다른 전략핵전쟁계획인 OPLAN 8044는 여전히 북한을 주요 전략핵공격의 타격 목표로 삼고 있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내의 한 블로거가 잘 정리된 포스팅을 한 것이 있으니 자세한 언급은 그 블로거의 글로 대체할까 합니다. (출처: 소넷: 미국 전략사령부 북한을 겨냥)



일단 간단히 요약을 해 보겠습니다. 최근 정보공개법에 의해 전략핵전쟁계획인 OPLAN 8044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는데 (상단 문서), 실제 타격목표에 대한 내용은 삭제가 된 반면에 바로 위에 보시는 사진 자료는 삭제가 되지 않은 거죠. 왼쪽의 미사일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입니다. 이걸 근거로 북한이 미국 전략사령부의 공식적인 핵공격 목표가 되었다고 판단을 하는 겁니다.

결국 선제 전술핵 공격계획인 CONPLAN 8022는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또 다른 전략핵전쟁계획인 OPLAN 804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핵공격 목표라는 거죠. 현재 OPLAN 8044는 revision 05까지 업데이트 된 상태입니다.


결론 1. 미국은 북한을 전술핵으로 선제공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정리한 미국의 북한 공격계획들, 특히나 선제적으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계획들이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가 되고, 실제로 현장의 작전계획으로 현실화되고 매년 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과정중에도 미국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에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공격을 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전현직 백악관 관리들도 각종 저술 활동을 통해 실제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발표했고요. 국내에서도 이런 신문 기사나 저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은 원래부터 북한을 무력도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었는데, 그런 워싱턴의 분위기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노무현 정부가 지레 겁을 먹고 북한을 감싸며 미국에 대항해 무리하게 한반도에서 무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반대하다가 미국과의 관계를 해쳤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죠.

오늘 저의 포스팅을 보신다면 재래식 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지상전은 몰라도 적어도 전술핵을 이용한 선제적 북한 타격 계획은 단순히 개념계획 수준을 넘어서 제법 깊숙하게 현실적으로 준비가 되었고 현재도 수행가능한 형태로 준비 되어 있다고 보시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그래도 어차피 계획일 뿐 아니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저도 이런 반문을 해 보겠습니다.

가령 현재 북핵문제가 북한 중국이 한편이 되고 미일과 한국이 한편이 되어서 군사적 긴장이 날카롭게 치솟은 상황을 가정해 보죠. 중국이 서울을 포함한 국내 대도시들을 핵으로 선제공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런 개념계획들을 중국군 전략핵사령부가 매년 반복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면, 여러분들이 느끼시는 위기감이 어떨까요? "그냥... 개념계획일 뿐이잖아...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호들갑을 떠나?" "한국인의 신경은 좀 더 굵어질 필요가 있다.(출처)"라고 말하실 수 있을까요?


결론 2.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대북 군사력 사용을 적절히 견제하면서도 한미동맹을 이전 어떤 정부보다도 강하고 좋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정말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과의 관계를 해쳤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전직 백악관 관리 한분의 인터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마이클 그린이라고 노무현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이 함께했던 8번의 정상회담중에서 5번을 총괄지휘한 전 백악관 동아태 선임보좌관이 있습니다. 아마도 국내, 국외를 통털어서 당시 한미 정상간의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시면 틀림 없을 겁니다.

그가 보수지인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2008년 2월 15일 기사죠 (출처) 물론 중앙일보는 마이클 그린 전보좌관 입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폄하하는 표현을 하나라도 찾으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만 정작 마이클 그린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죠.

"한미동맹에 대한 그(노무현 대통령)의 기여는 (친미 대통령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이상이다. 그가 퇴임하는 2008년2월 현재 한미 동맹은 훨씬 강하고 좋아졌다."
"부시 대통령은 노대통령을 시라크나 슈뢰더보다 높게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노 대통령 5년을 거치면서 한미동맹은 전임자 김대중 정권 시절보다 훨씬 강하고 좋아졌다고 단언한다"


최종적인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노무현 5년 동안 참여정부는 미국의 군사적 도발계획을 적절히 견제하면서도 한미동맹을 이전 그 어떤 정부 시절보다 훨씬 강하고 좋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