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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익산 왕궁리 백제 궁궐 후원 발견

깜보입니다 2009. 10. 29. 15:59

곡수로도 드러나, 제석사지 가람 배치 추가 확인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7세기 백제 궁궐의 후원(後苑)과 수로가 발견됐다.

1989년 이후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을 발굴조사 중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올해 그 북편 구릉지역 조사한 결과 백제시대 궁성 내부 후원과 물길(곡수로 < 曲水路 > ), 보도(步道) 시설, 석축시설 및 건물터 등을 확인했다고 29일 말했다.

물길은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로 크게 두 줄기가 확인됐으며, 그 중간에는 물을 저장해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네모난 집수시설(集水施設)이 드러났다.

곡수로는 너비 80~140㎝이고 단면은 바닥이 편평한 U자형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총 길이는 228m다.

중국이나 일본의 고대 정원(庭園)에서 보이는 구불구불한 사행수로(蛇行水路)와 유사한 형태지만, 이들과는 달리 왕궁리 유적 수로는 바닥이나 측벽에 자갈돌이나 판석 등의 석재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나아가 수로 내부에서는 유물이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주변에서 백제시대 기와 등이 소량 출토됐다.

부여연구소 김낙중 학예연구관은 "신라시대 포석정이나 일본의 고대 정원에도 물을 대기 위한 수로는 있지만 이렇게 구릉 전체를 이용한 큰 규모의 수로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곡수로가 궁성 내에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역할뿐만 아니라 정원과 어우러진 조경 공간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동진(東晉)시대부터 유행했고, 일본 헤이죠큐(平城宮) 동원정원(東院庭園) 등에서 채택된 구불구불한 물길이 후원 공간의 중심적인 요소로 확인돼 동아시아 고대 원림의 조영방식에 대한 비교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연구소는 평가했다.

연구소는 또 왕궁리 유적에서 동쪽으로 1.4㎞ 떨어진 제석사지(사적 제405호)에 대한 2차 조사를 통해 가람 배치가 기본적으로 백제 사비시대(538~660년) 사찰의 그것과 동일하며, 그 규모가 매우 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확인된 목탑지, 금당지, 강당지 이외에 회랑지, 중문지, 동ㆍ서 건물지가 확인됐다.
목탑지 중심에서 동쪽으로 42m 떨어진 지점에서 확인된 동회랑지는 폭 7.8m로, 폭 6.8m인 미륵사지 회랑 백제 사찰의 회랑 가운데 가장 넓다.

또 목탑지와 금당지 사이의 서편에서 목탑과 규모와 축조수법이 동일한 방형 건물의 기초부(동서 21.5m, 남북 20.8m)가 새롭게 확인됨으로써 제석사의 조성 및 변천양상을 밝히는 데 새로운 단서를 확인하게 됐다.

건물 기초부는 현재의 지표 아래로 130㎝ 두께가 남아 있으며, 특히 목탑 기단 기초에서 보이는 달구질 흔적(건물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진 흔적)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교하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이 방형 건물은 목탑과 그 규모와 축조수법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목탑과 유사한 성격의 건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 설명 = 왕궁리유적 곡수로와 제석사지 동회랑지(맨아래) >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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