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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전곡 구석기 유물 3400점 최대규모 추가 발굴

깜보입니다 2009. 11. 9. 13:10

전곡 구석기 유물 3400점 최대규모 추가 발굴
주먹도끼·뾰족끝찍개 등 ‘지층’서 대량 확인
10만~20만년전 추정…연대논란 씻을듯
한겨레 노형석 기자
» 최근 전곡리 도로 예정터 지하 퇴적층에서 무더기 발굴된 주먹도끼들. 뾰족한 날의 양면이 인공적으로 잘 다듬어진 아슐리안형 돌도끼의 전형적인 모양새다. 오른쪽 사진은 이 유적 구덩이에서 석기 유물들이 노출된 모습. 서울대박물관 제공
한탄강 기슭인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석기 유적이 있다. 1978년 유럽,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됐던 선사 인류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출토돼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던 곳이다. 최근 이 유적 일대에서 70년대 전곡리 발굴 이래 최대 규모의 구석기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와 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유물이 나온 곳은 전곡읍 전곡리 280-3, 새 지방도로가 들어설 2000㎡의 좁은 땅이다. 서울대박물관은 2년간 이곳 터를 구제발굴한 끝에 주먹도끼 등의 석기류를 비롯한 구석기 유물 3400여점을 찾아냈다고 9일 밝혔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뾰족끝찍개, 대형긁개, 가로날도끼, 각진 원구(사냥용 돌) 등이 나왔고, 석기조각까지 포함한 유물량은 지난 30여년간 나온 전곡리 유물 총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날을 갈아 정교하게 가공한 주먹도끼들이 지하 1m 남짓 파내려간 적갈색 점토 퇴적층에서 13점이나 확인됐다. 상세한 연대 측정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주먹도끼가 묻힌 층위는 대략 10만~20만년 전 중기 구석기 시대로 추정된다.

국내 고고학계는 주먹도끼 등의 주요 석기 유물들이 뚜렷한 층위의 지층 속에서 대량 확인됐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동안 치열한 논쟁을 빚어온 전곡리 선사 유적과 출토 주먹도끼의 생성 시기를 가늠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 자료를 얻었다는 뜻이다. 현재 박물관 쪽은 유물이 나온 퇴적층의 토양과 화산재 샘플을 한국기초과학연구원과 일본, 영국 전문가 등에게 맡겨 연대 분석을 의뢰해 놓았다.

전곡리 유적 형성시기와 주먹도끼 제작 연대 등은 30만~40만년설(배기동 한양대 교수 등)과 4만~5만년설(이선복 서울대 교수 등)이 엇갈려 왔다. 그러나 층위 유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암반층이나 화산재 등에 대한 간접 분석에만 기대어 판이한 가설을 주장해온 탓에 혼선만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발굴에 참여한 유용욱 객원연구원(충남대 교수)은 “기존 주먹도끼들은 땅 위에 흩어졌던 것을 찾아냈던 사례들이 대부분이어서 연대 추정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유물들은 객관적 연대 측정이 가능한 퇴적층 안에서 일정한 분포를 띠며 발견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발굴 터는 선사유적 공원 등 사적 지정 지역 바깥쪽의 길목이다. 발굴 결과 유물층 밀도가 기존 사적보다 훨씬 높아 개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발굴 현장 지도위원회에서는 “상당한 유물층이 예상되는 발굴지 북쪽 나대지는 사적으로 추가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전곡리 유적은 1978년 주한미군 병사가 강변에서 우연히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13차례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