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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진만큼 사실적이었던 조선시대의 초상화

깜보입니다 2010. 10. 12. 15:55

사진만큼 사실적이었던 조선시대의 초상화

 

조선시대에는 초상화를 그릴 때 ‘터럭 한 올, 점 하나라도 사실과 똑같이 그린다'고 했는데 그 말에서 얼마나 그림의 사실성을 중요시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 초상화의 시작은 백제의 성덕태자상이나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일련의 총주부부상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대략 삼국시대쯤으로 짐작되나 조선시대에 이르러 확연한 특징과 개성을 띄게 됩니다. 

물론 고려 때에도 많은 초상화가 제작되었으나 유물은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고, 있어도 후대에 새로 그린 그림입니다만, 조선시대는 ‘초상화의 왕국’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초상화가 제작되고 유물로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사진만큼 사실적으로 그려지던 조선시대의 초상화에 대해 지식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국가문화유산 종합 DB(http://www.emuseum.go.kr)와 한국 전근대 인물정보(http://people.aks.ac.kr)의 도움을 받아 함께 알아봅시다. 


>> 초상화란?
초상화란 인물의 자태와 용모 등을 묘사한 인물화입니다. 시대별 인물화의 특징은 초상화에 집약되어 표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송시열 초상 (새창)
  송시열 초상
     출처 : e뮤지엄   ☞ 바로가기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유교적인 의례차원에서 회화의 공리성을 발휘하는데 가장 적합한 주제였기에 당시 궁중회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의 초상화 유물은 개인의 초상화와 요즘말로 하면 사진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초상화첩(30~50장의 초상화 모음)까지 수천여 점이 남아 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초상화를 사진 모으듯이 모아서 화첩으로 갖고 있는 풍조가 유행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려진 대상에 따라 인물의 자세와 화면 형식, 복식, 표현기법 등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 초상화의 종류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왕이나 위대한 학문적인 업적을 이룬 대학자, 한 집안의 공을 이룬 선조 등 존경받을 만한 대상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 어진(御眞)-왕을 그린 초상화
어진은 삼국시대 이후 꾸준히 그려졌습니다. 어진은 임금의 인격과 품위, 권위를 강조하고자 했으므로 자연스레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형태, 색조의 미묘한 조절로 기품이 넘치는 그림이었습니다. 어진은 조정 및 국가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한편 추모의 예(禮)를 행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그려졌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선왕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역대 임금의 어진을 모시는 진전(眞殿)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어진 제작을 위해 여러 대신, 화원과 장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고 어진제작 때마다 이를 전담하는 임시기구인 도감(都監)을 설치하는 등 세심한 절차가 있었습니다.

태조 이성계 어진(보물 제931호) (새창)
  태조 이성계 어진(보물 제931호)
     출처 : 국회도서관     ☞ 바로가기


아쉽게도 전쟁 등으로 소실되어 현존하는 어진은 태조, 영조의 어진과 철종의 융복어진, 고종과 순종의 어진 몇 점 등이 대표적입니다. 

> 공신상(功臣像)-왕이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에게 하사하는 초상화
공신도라고도 하며 국가의 큰 변란에서 공을 세운 공신에게 초상화를 그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공신상은 인물이 대례복을 입고 있습니다. 강세황, 이명운, 조영진, 이치중, 김화진, 김노진, 정창성 등의 초상이 남아있습니다.

강세황 초상 (새창)
 ▶ 강세황 초상
 출처 : e뮤지엄  ☞ 바로가기


> 기로도상(
耆老圖像)-문신·재상으로서 70세 이상인 자가 들어가는 기로소(耆老所)의 모임인 기로회의 장면과 함께 그려진 참석자의 초상화
기로소는 70세가 넘은 중신들을 공경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조선 태조 때 처음 설치되었습니다. 왕의 나이 60세가 되면 70세가 넘은 고령의 중신들과 모여 연회를 열었는데 이 기로연에서 중신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하였습니다.

> 사대부상(士大夫像)-공신상이나 기로도상 외의 목적으로 제작된 사대부의 초상화
유교문화의 발달로 사묘·영당·서원의 건립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수의 사대부상이 제작되었습니다. 서원이나 가묘에서 집안에 불천의제를 지내는 중시조 되는 분들의 초상화를 걸어두었습니다. 

> 승상(僧像)-고승의 초상화
진영(眞影)이라고도 부르며 선종의 영향을 받아 예배 대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조선시대 초상화의 특징과 기법
조선시대에는 유교이념에 따라 보본사상(報本思想)에 근거한 가묘(家廟), 영당(影堂)에 봉안될 초상화 제작이 활발했고 초상화가들의 기량이나 관상자들의 안목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조선시대에 대두된 전신사조(傳神寫照) 사상은 초상화를 그릴때 인물의 형상재현에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의 인격과 정신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점, 마마자국이나 머리카락 한 올도 빼지 않고 그리는 것은 물론, 인물을 정확히 묘사하고 고도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을 지향했는데 현송 홍상한의 51살, 69살 때의 초상화들을 비교해 보면 조선시대 초상화가 얼마큼 사실성을 추구했나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에 들어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 연구(이성낙)’라는 논문이 세계 피부학회에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흠집·마마 자국 등이 있는 이선부 초상 (새창)
흠집·마마 자국 등이 있는 이선부 초상
출처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바로가기


> 북채
조선시대 초상화들은 얼굴 채색이 앞에 색이 입혀 있지 않고 뒤에서 채색이 되어 있습니다. 초상화가 남쪽을 향하고 있으므로 뒤쪽에서 채색을 하면 북쪽에서 칠한 게 되어 북채라고 합니다. 북채 기법을 쓰면 얼굴의 색이 은은하게 배어나오게 해주어 품격 있는 인물화로 표현하기 좋습니다. 이를테면 그림의 뒷면에서 입술부분을 보면 강한 붉은 색으로 찍어져 있지만 앞에서 보면 입술의 붉은 색이나 얼굴에 불그스레한 빛이 띄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채기법은 얼마나 정성스레 초상화를 그렸는지를 잘 보여주며 조선 초상화가 고결한 인품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비결입니다. 그러나 북채 기법은 시간이 오래되어 물감이 떨어져나가 버리면 선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 시기에 따른 표현기법과 사례
ㆍ 전기(1392~1550)
조선 초기에는 고려시대에 축적된 중국 회화가 다수 전승된 것을 비롯하여 명과의 회화교섭도 활발하게 이루어 졌습니다. 국가가 도화원을 설치하여 나라에 필요한 각종 그림을 그리게 하고, 역대 국왕의 어진을 비롯하여 공신의 초상화를 제작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시기의 초상화 작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지만, 알려진 왕실 초상화 작가로는 안견, 최경, 이흥효, 이상좌 등이 있습니다. 

이때의 초상화는 옅은 황토빛 살색으로 얼굴을 그린 뒤 이목구비를 안색보다 조금 짙은 살빛의 구륵세선으로 그려나갔습니다. 선 위주로서 상징적인 몇 개의 선으로 요약해 전체적으로 생동감 있고 간결한 느낌을 줍니다. 
* 대표사례 : 장말손상, 김시습상

장말손 초상 (새창) 김시습 초상 (새창)
  ▶  장말손 초상(왼쪽)과 김시습 초상(오른쪽)
      출처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바로가기


ㆍ중기(1550~1700)
조선 중기는 임진왜란(1592~1598)과 병자호란(1636~1637)으로 당쟁의 혼란이 계속되는 불안정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신과 뛰어난 학자들이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화원들 역시 필력을 연마하고, 화법향상에 주력하였습니만, 안타깝게도 조선 중기의 어진이 전해지는 것이 없으며, 그나마 조선시대 공신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신도상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사대부상의 도암이재초상, 보관상태가 매우 좋은 정탁초상, 보물 제1305호로 지정된 김완영정 등이 있습니다.

김완 영정 (새창)
김완 영정
출처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바로가기


조선 중기 초상화의 특징은 얼굴을 옅은 담홍색 살빛으로 표현하고 전기의 선 위주 화법을 이어가면서 그 위에 얼굴의 높고 낮은 형세를 표현하기 위하여 액골(額骨) 윗부분·관골부위·하부골(下部骨)에 붉은 기운을 약간 삽입하였습니다. 

ㆍ후기(1700~1910)
조선 후기에는 새로운 회화 기법과 사상의 수용 및 시대적 배경에 따라 초상화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시대의 회화사적 특징은 심미적이고, 탈속적인 문인화가 성행하였는 점입니다. 

전기에는 필선이 적고 단순하던 것이 후기에오면서 선묘가 부드러우면서도 복잡하게 나타납니다. 전·중기에는 농묵과 담묵이 반반정도 의 비율로 쓰이는 반면에 후기에는 의복 필선을 담묵으로만 처리하여 전·중기와 다른 변화를 나타내었으며, 의복에 음영표현을 하여 입체감이 있도록 한 초상화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게 됩니다.

영·정조를 거치는 시기에 초상화기법의발달이 절정을 이루었으므로 많은 어진이 제작되었지만 유일하게 영조의 반신상의 모사본만이 전하고 나머지는 거의 소멸되었습니다. 이외에 윤급초상, 이길보초상, 강세황초상, 이현보초상, 서매수초상, 채제공초상 등이 전해집니다.

영조 어진 (새창)
영조 어진
출처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바로가기


조선 후기에는 얼굴의 움푹한 부분에 붓질을 거듭함으로써 어두운 느낌을 주어 도드라진 부분을 부각시키는 운염법이 쓰였습니다. 또 인간의 보편적인 안면구조와 육리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피부의 결 방향으로 붓질을 해나간 점이 큰 특징입니다. 이는 개별적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조선시대 말 도상법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구분>

  조선전기 조선중기 조선후기
시대 (1392-1550) (1550-1700) (1700-1910)
14C말 16C초반 18C〜구한말
16C초〜16C중반 18C 20C초
표현기법 선묘위주의 기법 붉은색으로 안면의 높고 낮음을 표현 양염법사용 화첩 형식 유행
시대상황 조선의 건국어진 제작 많은 공신과 유학자 배출 당쟁 실학의 대두, 서양문물의 본격적 도입, 새로운 화법과 새로운 회화관
대표적 초상화 태조어진, 마천우초상, 이천우초상, 신숙주초상, 방말신초상, 오백허초상 이항복초상, 송시열초상, 허목초상, 윤극초상 남구만초상, 서직수초상, 김정희초상, 최익현초상, 황현초상
안면 처리기법(표현기법) 안색은 토황색 외곽, 이목구비를 안색보다 짙고 균일한 세선으로 규정(전적으로 선에의해 운용) 안면은 황홍색의 옅은 색조, 외곽·이목구비는 짙은 살빛의 선, 고심세(안면의 높고 낮은 형세) 표현-고대여인의 화장법과 통일, 선의 표현이 더욱 강조됨 무수한 붓질에 의한 안면의 굴곡 및 기복이 자연스럽게 표출, 복고풍적 요소와 서양 화법의 두 경향

 
>> 어진의 제작 과정
조선시대 초상화를 제작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했습니다. 특히 왕의 초상인 어진을 그릴 때에는 마치 왕을 대하듯 엄격하게 모시며 제작하였습니다. 먼저 어진제작을 관장할 기구를 설치한 후 화원(화가)를 선발하는데 초본을 그려보게 하여 선발하는 방식이 선호되었습니다. 어진도감의궤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통해 어진제작과정을 알아봅시다.

> 초본제작
길일 길시를 택해 초본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유탄약사라는 버드나무 숯으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이 때 화원은 불결한 곳에 갈 수 없도록 하고 충분한 심신의 휴식으로 정신적 안정을 배려했으며 정제된 분위기를 갖추게 했습니다. 복장은 소례복을 갖추고 화사가 두른 각대에 스쳐서 화면이 상하는 일이 없게끔 천으로 만든 사대를 대신 두르도록 하였습니다. 초본이 제작되면 왕과 높은 지위의 대신이 의견을 피력하여 수정하였습니다.

> 상초과정
초본이 완성되면 비단 위에 초본을 옮겨 그렸습니다. 왕과 대신이 참여한 가운데 초본을 받들어 평상 위에 안치하고 비단을 그 위에 덮은 후, 좌우에는 전장판을 놓고 이어서 내왕판을 깔고 화사는 그 위에 올라가 초본을 모사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화가는 비춰진 초본의 먹선을 따라 비단 위에 정확히 그릴 수 있습니다.

> 채색과정
비단 위에 초본의 윤곽을 올린 후에는 색을 칠하였습니다. 도사 방식일 경우 이 때 왕이 친히 작업장에 방문하여 화원이 왕을 번번이 바라볼 기회를 주었습니다. 여러 신하들과 논의를 통해 채색이  진행되고 과정이 끝나면 다시 왕 이하 대신들의 심사를 거쳤습니다.

이후 어진을 걸 수 있도록 비단으로 장황하고 왕의 이름, 제작시기 등을 쓴 표제를 만들었으며, 길일 길시를 택하여 왕의 어진을 모시는 진전에 봉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어진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 공에 따라 상을 내렸습니다.


※ 참고 자료
     파스칼세계대백과사전
     다음 백과사전 문화원형
     민족문화 홈페이지-선현의 표준영정 (http://nationalculture.mcst.go.kr
     조선시대의 초상화 연구 :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 김선영 / 한남대학교(2006)

>국가지식포털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글쓴이 : 한국의재발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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