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휘감고 있는 듯한 물돌이는 특별한 하천지형이다. 마치 긴 뱀이 똬리를 튼 것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하천이다. 이러한 물돌이의 굽이가 커지면, 물굽이 안에 위치한 땅은 육지속의 섬이 된다. 회룡포 마을은 강굽이에 의해 감싸인 전형적인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물굽이가 심하게 감아 도는 회룡포의 강줄기는 용이 휘돌아 가는 형태와 같다고 해서 회룡回龍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회룡은 강물이 감돌아 나간다는 뜻의 지명인 하회河回와도 다르지 않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회룡이 많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은 오랜 세월동안 강물이 흐르면서 지형을 파고들어 사행하천을 만들었다. 이렇게 사행하는 하천을 지리학 용어로 감입곡류嵌入曲流라 하는데, 이와 같은 감입곡류의 지형은 우리 국토의 하천에 대단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회룡포 주변에도 여러 곳의 물돌이가 있다. 내성천 유역에 위치하고 있는 무섬마을을 비롯해, 낙동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안동의 하회, 상주의 경천대가 모두 이러한 감입곡류 지형이다.
감입곡류, 즉 물돌이의 하천지형은 매우 아름답다. 회룡대에서 부감하는 회룡포의 풍광을 비롯해,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 경천대에서 조망하는 낙동강, 탄산리 방향에서 바라보는 무섬 마을 모습은 모두 물돌이 경관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강굽이 경치를 꼽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회룡포의 풍광이다. 회룡대에 올라 이곳에서 아래로 바라보이는 회룡포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중의 절경이다.
회룡포의 비경은 한마디의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회룡포 마을 뒤 동쪽 산 너머에서 흘러 내려온 내성천의 파란 물길은 마을 오른쪽에서 휘어져 동그랗게 마을을 휘감아 돌고는, 다시 거꾸로 흘러 마을 뒤 잘록한 지형을 끊어 낼 것처럼 달려간다. 저 멀리 봉화로부터 흘러온 물은 모래하천이라 하는 내성천의 흰 모래를 실어와 회룡포 마을 앞으로 커다란 백사장을 이루어 놓고, 동그란 회룡포 마을의 곡식을 자라게 해 너른 들을 풍성한 모습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회룡포의 모습은 봄부터 가을까지 철마다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시시때때로 더더욱 다양하고 매력적인 자태를 한껏 자랑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회룡포의 풍광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장소는 회룡대 정자다. 회룡포 마을의 서쪽 강 건너에는 회룡포를 감싸고 있는 산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 산줄기는 비룡산이라 하는데, 비룡산은 산 너머에서 장안사를 거쳐 오르게 되어 있다. 신라시대 초창初創 되었다고 장안사를 지나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면, 산마루턱을 넘어 조금 아래로 내려간 위치에 회룡대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회룡대는 아주 탁월한 조망지점이다. 명승은 명승 자체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확보되었을 때 그 명승은 비로소 더더욱 빛나고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회룡대는 다른 어느 명승의 조망지점과 비교해 보면, 아주 빼어난 전망위치임을 알 수 있다.
회룡대가 위치하고 있는 비룡산은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다. 해발 240m의 높이를 지닌 비룡산은 회룡포 마을의 정면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서, 회룡포를 향하고 있는 사면은 내성천이 굽이치며 산자락을 깎아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볼 때,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편암, 혹은 편마암이 분포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질지역에서는 하천이 발달하고, 하천의 형성과 함께 물길이 크게 감돌게 된다. 아울러 이렇게 하천이 크게 회류하게 되면, 침식지형과 퇴적지형이 함께 발달하여 회룡포처럼 물돌이 지형의 특이한 하천경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질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회룡포는 굽이쳐 감돌아 흐르는 하천과 함께 하천에 면해 있는 가파른 산악지형, 퇴적지형을 따라 쌓인 흰 모래밭, 충적토에 형성된 농경지와 마을 등이 서로 22조화를 이루어 신비스런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의 회룡포는 물돌이 지형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지질학적 특징을 관찰하기에도 매우 좋은 곳이다.
회룡포는 하천 바닥의 높이가 현재보다 높은 하천 양쪽의 계단모양의 지형을 의미하는 하성단구, 곡류하는 하천의 유로가 바뀌면서 하천 가운데 생긴 퇴적지형인 하중도, 물돌이 하도에서 공격사면의 맞은편에 위치한 활주사면의 중앙 부분에 모래나 자갈이 쌓여 이루어진 퇴적지형을 지칭하는 포인트 바 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회룡포는 과거에 의성포義城浦라는 지명으로 불려진 곳이다. 본래 의성포라고 하는 지명은 이곳의 하천이 성과 같이 쌓여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의성포라는 명칭을 외지사람들이 처음 듣게 되면 이곳이 마치 의성군에 속해 있는 마을로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지명이기 때문에, 예천군에서는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해서 의성포를 관할하고 있는 예천군에서는 의성포를 ‘회룡포’라는 명칭으로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회룡포는 조선조 후기까지 사람이 살지 않고 자연지형 그대로 존재해 온 곳이다. 이 마을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마을을 형성한 것은 약 150여 년 전의 일이다. 경주김씨가 처음으로 입향해 마을을 형성한 것으로서, 대대로 경주 김씨 집안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성촌인 회룡포는 풍양면 청운3리 사막마을에서 살던 경주김씨 조상이 이주해 온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또 다른 주장으로는 이 마을에 입향한 경주김씨가 1백리 밖의 의성에서 건너와 정착하였기 때문에 이곳을 의성포라 불렀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하천에 형성된 물돌이 지형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회룡포는 매우 소중한 국가유산이다. 몇 해 전에 회룡포의 강둑을 따라 철길을 놓아,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고자 하는 계획이 추진된 바 있다. 이러한 사업이 추진되어 레일바이크가 강둑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정말로 아찔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수천 년 자연의 힘에 의해 저절로 형성되어온 보물과도 같은 하천지형, 이러한 하천지형이 지닌 자연성의 소중한 가치가 인정되어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명승이 바로 회룡포다.
이와 같은 소중한 문화유산에 놀이동산에나 있어야 할 법한 현대적인 모습의 탈 것이 설치된다는 것은 언어도단의 일이다. 당시에 문화재청과 필자의 노력으로 다행히 이 계획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우선의 조그마한 이익에 천착하는 사람들의 단견과 지나치게 개발, 이용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지방자치제도가 불러올 수 있었던 오류중의 하나라 할 것이다.
글·사진·김학범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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