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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수와 절개의 새, 두루미

깜보입니다 2013. 3. 7. 11:20

 

오랫동안 인간과 공존해 온 이 새는 장수와 절개, 행운, 평화 등으로 상징되며 일본의 경우 습지의신神으로 부를 정도로 신성시된다. 몸무게 8~11kg, 몸길이는 140~150cm 정도로 날개를 펴면 240cm나 되는 대형 조류이다. 정수리에는 빨간 피부가 돌출되어 있어 마치 빨간 모자를 쓴 것 같아 단정丹頂학이라 불린다. 몸통은 하얀 털로 싸여 있고 둘째와 셋째 날개깃이 검은색이어서 날개를 접으면 꼬리가 검은 것 처럼 보인다. 연중 두 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교대로 31~33일간 포란, 알에서 태어난 새끼의 몸무게는 200여 g 정도이나 10주 정도 지나면 5~6kg에 달한다. 또한 두 개의 알을 품어 두 마리가 태어나도 주위 먹이 환경이 적절치 못함을 감지하면 처진 한 마리는 도태시키는 잔인한 지혜도 있다.‘천년학’이라 불리는 두루미의 수명은 인공 사육된 경우 86세, 자연상태에서는 약 20~30세, 중국 문헌에는 50~60세라는 기록도 있다.


 

두루미의 비행 최고 고도는 해발 8천m급의 히말라야 산맥을 넘나드는 쇠재두루미를 제외한 두루미의 경우 1천 미터급의 산맥을 넘나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잡식성으로 식물성 먹이는 벼, 옥수수, 밀, 율무, 풀들의 씨앗이나 뿌리이며 동물성 먹이는 미꾸라지, 피라미, 붕어 등 물고기류와 다슬기, 게, 새우, 달팽이 등 어패류이다. 두루미의 신체적 정신적 구조는 타조류에 비해 특이하다. 두루미의 신체적 특징 중 겨울철 빙점에 가까운 여울목이나 습지 수중에서 취식도 하고 잠도 잘 수 있는 것은 무릎에 있는 원더넷wonder net이라는 모세혈관망 덕분이다. 40℃에 달하는 동맥의 피를 0℃가까이 낮춰 찬 발로 피를 보내고 발의 찬 정맥피는 다시 데워 심장으로 보내서 체온을 유지한다.


 

두루미는 덩치가 큰 만큼이나 고함 소리가 커 4~5km까지도 우렁차게 들릴 정도다. 이와 같이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긴 목에 부착된 울음기관의 발달 때문이다.

지구상에 두루미의 개체수는 2,800여 마리로 추계한다. 이 중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 습지 등에서 사계절 텃새화 된 1,300여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1,500여 마리는 대륙성 무리로 500여 마리는 중국 남부에, 150여 마리는 경기도 연천 임진강 유역에, 800여 마리는 강원도 철원 평야에, 50여 마리는 파주와 인천에 11월 초 도래하여 이듬해 3월 말 까지 약 5개월 동안 월동한다. 두루미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 속에서 인간과 공생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앞서 절개의 새라고 기술한 바, 필자가 경험한 실화 한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20년 전 최전방 철원 평야에서 수색 중이던 병사들이 낯선 물체를 발견, 접근해 보니 탈진상태의 두루미로 확인됐다. 동시에 인근에서는 훼손된 두루미의 사체를 발견했다. 병사들은 심하게 탈진한 두루미를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인계하였고 협회의 극진한 노력으로 회복된 두루미에게 거울을 보여주었더니 죽은 배우자로 착각, 거울에 부리를 부비며 울부짖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감별 결과 회복된 두루미는 암컷으로 밝혀졌는데 망부의 곁을 지키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짐작됐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최근 젊은 두루미들은 종종 헤어지기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인간의 시류時流와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천여마리가 월동하는 철원과 연천 지역에서는 민관군이 협력하여 두루미 보호에 힘쓰고 있다.


 

인간에게 희망과 평화, 의리의 모범이 되는 이 새는 영원히 함께해야 할 운명의 새이다. 번식지의 자연환경 변화와 무분별한 인간의 개발 욕구로 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연천, 철원 지역의 두루미 월동개체도 작년 대비 15~20%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가족 단위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 흐르는 여울목에서 휴식하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 눈 덮인 철원과 연천 벽공碧空을 비행하는 모습 등은 우리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날아다니는 보물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위태로운 문화재이다. 인간의 절대적 보호를 받아야 할 천연기념물이다.


 

글 · 사진. 이돈희 ((사)한국조류보호협회 연천군지회장) 사진. 아이클릭아트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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