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스크랩] 책이야기) 베란다 식물학 -이완주

깜보입니다 2014. 4. 2. 10:03

책이야기 – <베란다 식물학>—이완주- 지오북(2012.5)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뒷맛. 혹은 마지막 한쪽을 덮을 때의 느낌은 책에 따라 다양하다. 마치 음식을 먹고 난 다음의 기분 같이- 어떤 책은 늙은 쇠갈비같이 질겨서 물고 뜯는 어금니가 뻐근하고 종일 속이 터부룩한 것도 있고, 어떤 책은 도저히 방향과 감을 잡을 수 없이 어렵고 무거워 첫머리 두 장도 넘기기 싫은 책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입안에서 감칠 맛나고 속도 아주 편안하며 한 줄 한 줄 식감이 돌아 금방 내 몸의 피와 살. 그리고 지혜의 원료로, 에너지로 변환될 것 같은 책도 있고, 다른 어떤 책은 읽을수록 입안에 살살 녹으며 씹을수록 당기며, 수저를 놓고 난 입안의 느낌이 마치 잘 익은 신고배를 깎아 먹은 후의 가뿐한 맛이 나는 책 등등 여러 가지가 내용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남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을 것이다.

이번에 이야기 할 책 <베란다 생물학>은 바로 “배먹은 뒷맛” 나는 그런 상큼한 책이라고 결론부터 말해둔다.

나는 지난 10 수년간 숲에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많이도 만났다. 숲을 느끼러 오는 사람, 단순 숲이 좋아서 오는 사람, 좀 더 숲을 알고자 오는 사람. 앞으로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 “숲의 소중함과 숲의 아름다움” 등을 전파 해설하려는 즉 소위 숲전도사. 숲생태안내자. 숲해설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걱정이 되는 일들이 적잖게 있음을 알게 됐다. 이 분들과 만나 대화해보면 개인적으로는 초본, 목본, 조류, 목본, 곤충, 버섯, 수생생물, 등의 어느 한 분야 분야 전문가 수준의 깊은 지식과 소위 이야기 꺼리를 숙지하고, 활용하고 있는 점은 가히 놀랄만한 점도 있더라. 그러나 내 느낌의 한 귀퉁이는 아쉬움이 늘 남았다. 모든 학문에 다 적용되는 말로 배경지식. 즉 기초분야가 굳건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여기저기에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숲에서의 기본지식>은 이것이다. 우리가 중. 고등학교 때의 배운 교과서 그것도 <생물분야의 교과 내용>이 기본이다. 문론 이 분야에 전공한 사람들은 예외이다. 중,고등학교을 떠난 지 오랜 세월이 흘러서 희미하게라도 그 때 익힌 내용이 거의 백지나 기억이 없다면. 지금다시 중. 고등학교의 생물분야 교과서를 꼭 새로 한번 읽고 숲으로 갈 것을 강력히 권한다. 그래야만 지금 입문하여 통하려는 숲이 더 잘 보이게 되고, 이해와 교감도 훨씬 원활하게 습득이 될 것이다.

중고등학생 시절이 그리도 열심히 배웠던 <광합성 이야기>를 지금 30분 이상 말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나는 가끔 내 생의 거의 반을 살아온 생물교사로서 삶을 반추해 본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선 생물교과는 대입에서 배점이 영어, 수학, 국어에 비해 아주 미약하다. 따라서 다는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머리 좋고 착한 학생들마저 소홀히 넘기고 그저 시험 때 외우기만 해도 되는 과목으로 취급당하곤 했다. 나는 이런 상황이 교사로서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 참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내 수업시간 만은 졸음 찾는 학생, 딴 과목 공부하는 사람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작전을 펼친 적이 있었다. 내가 연예인의 어설픈 흉내도 내며 생 쑈도 하고, 때론 회초리도 들고, 협박도 당근도 주고, 간단한 도구로 수업이해도를 높이려고 마술 같은 실험도 하고- 실로 별짓 다하는 교사노릇을 하였다.

그 당시  이런 책 <베란다 식물학>이 나왔더라면 내가 훨씬 수월히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이해와 감동을 줬지 않았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도 든단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농대를 나와 식물영양학. 토양학. 잠사학 등등 폭넓은 학문 지식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농촌여성신문>에 <식물 이야기>란 제목으로 연제한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저자는 연구실에만 들어앉아 있지는 않았다. 여러 나라 선진 과학 연구소에 파견 근무 경험과 수필가로 등단할 정도의 문장력과 함께 생의 달관이 바탕에 깔려 있는 마음의 글을 써왔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2008년 조선일보 일 억 원 고료 논 픽선 공모에 “애들아 이제. 괴타리 풀어놓자구나”란 제목으로 당선된 작가이기도 하다.

여기서 “괴타리”는 충청도 사투리로 “허리끈”을 말하는데. 내용은 그가 농진청에 근무하면서 녹색형명의 주제, <통일벼 개발 비화>를 쓴 것이다. 나중에 제목이 <라이스 워 Rise War(쌀 전쟁)>으로 바꿔 단권 본으로 출간됐는데 식량 농업에 관심이 있는 분 읽어보시기 바란다.

요즘 떠도는 말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만 모르는 세 가지” 중 하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 한국이 너무 잘산다고 부러워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가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지 모르고 있다”는 글을 읽고 실소 아닌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안 걸렸다. 오로지 간난을 벗어나기 위해 좌우 뒤 돌아볼 여유 없이 밤 낯없이 앞만 보고 일해 왔다. 이제 좀 한 숨 돌리려 하니 몸과 마음이 피로하고 지쳐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게 내 인생이 아닌데 하는 반성과 자존을 찾고 나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웰 빙(Well bing), 잘 먹고 잘 살자, 건강 장수. 힐링(Healing) 시대가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휴식과 치유가 절실했다. 그래서 산으로, 물로, 둘레길로, 해외로, 때지어 떠나고 간다. 그것도 못 차서 웃음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아로마치료, 명상치료, 등 등 전에 없던 여러 가지 치료 치유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런데다가 바야흐로 세계경제가 장기침체를 넘어 위기. 미주. 유럽 아시아 등 등 여러 나라가 파산 직전이 돼가니 생활비며 엥겔지수가 올라가서 장바구니 무게는 줄어야한 했다. 하여 자구책으로 생겨 난 것이 아파트 좁은 베란다나. 옥상 혹은 집 앞 손바닥만 한 텃밭에 직접 채소를 가꾸는 운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내가 내 집 주위에서 채소를 손수 가꾸어 길러먹게 되니 시장에서 농약 묻은 채소와는 맛과 질이 다르고 안전함을 알게 되고. 어려운 가정경제에 적잖은 도움도 된다. 그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 베란다 화분. 텃밭에서 손수 씨 뿌리고 물주고 벌레 잡으며 길러보는 과정에서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며 우울감. 불면증 등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작은 씨앗이 싹트고 자라고서 꽃피고 열매 맺는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체득하는 희열을 체험하게 됨은 몰런,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물자 절약이 적게나마 기여한다는 일석 삼조의 결과를 낳게 된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그래서 해마다 주말 농장이 인기를 얻고 농장을 얻으려는 경쟁이 장난이 아니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보다 한발 먼저 여러 나라에서 도시 농업이란 형태로 나타났는데. 예를 들면 일본의 시민농원. 영국의 얼라트먼트. 독일의 클아인가르텐. 러시아의 다차. 캐나다. 쿠바 등지에도 한발 먼저 시작해서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실현하여 도시와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 책 <베란다 식물학>은 제목 만 보고서 오해 말기 바란다. 저자가 베란다에서만 키우는 식물 이야기만 한 것이 아니다. 비록 시작은 배란다란 좁은 공간이지만 텃밭, 사무실, 아파트 주변, 길거리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보통식물들의 식물학 지식과 함께 기르는 과정 속에 우리 인생살이를 대입해보고 자기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50여종의 나무 풀꽃들 중에서 그냥 별 관심 없이 봐온 식물들의 현상을 전문가의 눈으로 관찰하고 느낀바를 자상하게 읽는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책이다.

거듭 생각나게 하는 것은 내가 생물교사 시절에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나는 그 별나짓 하지 않고도 좀 더 유능한 교사가 됐을 거란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세 번 거듭 읽는 동안 내가 언제나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呪文), <<천수만초 개오사(千樹万艸 皆吾師)―세상의 모든 나무와 풀은 모두 우리들의ㅣ스승이다.>>를 반복한다. 숲의 생태, 숲의 지식도 좋지만 숲에서 인생살이 법을 배우고자 하는 이 꼭 읽어보자 권한다.

250여 쪽짜리 이 책 맨 뒤 부부에 이런 글에 밑 즐치고 싶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마라>의 저자 칼슨Carlson)은 “사랑을 배우고 싶으면 ‘매일 당신이 돌볼 식물을 한 그루 선택하라’고. 권한다. ‘ 그것을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 보면 식물 너머로까지 삶이 넓어져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251쪽)

이 책의 구성을 보면. 1) 잎과 줄기. 2) 뿌리와 양분 3) 꽃과 번식. 4) 살아남기. 5)식물의 능력 등 모두 다섯 Chapter로 되어있으나. 일반 설명 보다 그의 관찰 실험 연구의 결과 얻은 소중한 정제된 기록이며 실제 한 식물을 예를 들어 흥미롭게 또 쉽게 설명을 해주며 거기에다 인생의 맛을 섞어서 이야기를 풀고 있다.

더구나 책 장 사이사이에 팁으로 <베란다에 키우기 좋은 식물> 열 가지를 넣어 생육, 적온, 물주는 법. 특성 등을 요약해서 직접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워보려는 이들이게 맞춤한 도움을 주고 있다.

자, 지금 당장 빈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채우고 상추 모종이나 씨앗을 심고 히아신스 알뿌리도 몇 알사서 정성으로 심어보자. 그러면 당신의 삶이 더 아름답고 감성에 향기가 번져 날것이다.

■ 저자 이 완 주 소개 와 다른 저서 = 충남 당진 출생. 서울대 농대 잠사학과 졸, 서울대에서 식물영양학 박사. 농촌진흥청에서 33년 간 잠업기술 개발에 기여. 한국 잠사학회 회장. 토양학, 식물영양학. 잠업분야 전문가. 국내 최초로 <음악농법> 창안. 뽕잎차 개발. 한국자생색물부회장 역임. 수필가로 등단. 특히 2008년 조선일보 제1회 일억 원 현상 논픽션 당선, 다른 저서로서는 <흙이 살아야 농사도 산다.(들녘) <라이스 워(북스캔)>, <흙, 아는 만큼 베푼다. 외 논문 85편이 있음.

출처 : 우리궁궐지킴이 전용 사랑방
글쓴이 : 노거수-박상인(창경궁 2)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