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스크랩] 남해안에 떠 오른 작은 금강, 거제 해금강

깜보입니다 2014. 7. 15. 10:13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린 아름다운 비경

섬의 크기를 순서대로 말할 때, 흔히 ‘1 제주 2 거제’라고 한다. 거제는 제주에 다음가는 두 번째로 큰 섬이다. 거제도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여러 개 자리하고 있는 섬이라서 섬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육지의 깊은 산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거제의 남단, 돌출된 해안지형이 바로 갈곶(乫串)이다. 거제 해금강은 갈곶 끝 부분의 바다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다. 천혜의 비경이라 할 수 있는 해금강은 두 개의 큰 바위섬이 서로 맞닿은 형상을 하고 있으며, 섬의 동남부는 깎아 놓은 듯한 절벽으로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이 바위절벽은 아름다운 색채를 띠는 암벽으로 둘러 싸여 있기도 하고, 수직으로 서있는 바위들이 입석으로 총석을 이루기도 한다. 또한 바위는 크게 갈라져 큰 틈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틈으로 들어 온 푸른 바닷물은 암벽과 함께 절경을 만들어 해금강의 모습을 한층 더 신비롭게 한다.

해금강 주인 섬(主島)의 이름은 갈도(葛島)로, ‘칡섬’이라는 뜻이다. 해금강의 중심을 이루는 갈도는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 형성된 바위섬으로서, 바닷물에 의해 침식된 해식지형을 잘 보여준다. 해식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갈도에는 신비하기 그지없는 십자동굴을 비롯해 석문·사통굴 등의 해식동이 형성되었으며, 일월봉·미륵바위·사자바위 등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비경을 지니고 있다. 특히 십자동굴은 해금강 경관의 백미를 이루는 곳인데, 동서남북 사방으로 통하도록 열십자 모양으로 되어 있고, 크고 작은 해로의 문이 있어 십자동굴이라고 불린다. 북쪽과 동쪽에 있는 굴로는 배가 진입할 수 있으며, 이곳에는 굴의 내부에서 서로 이어지는 해상의 만물상이라 하는 석문이 있다. 십자동굴의 남쪽동굴은 100여m의 길이로 이루어진 동굴로서, 물이 빠지는 간조 때에 사람이 걸어서 지나갈 수도 있는 동굴이기도 하다.

자연이 만든 천혜의 생태 환경

갈도 주변을 중심으로 해금강에는 많은 명소가 위치하고 있다. 해와 달이 이곳 바위 위에서 뜬다고 하여 일월관암(日月觀岩)이라 이름한 바위가 있고, 병풍을 펼쳐놓은 것과 같이 생겼다고 하는 병풍바위, 신랑신부가 마주서서 전통결혼식을 올리는 모습과 같다하는 신랑신부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돛대바위·거북바위·미륵바위 등이 아름다운 경승의 모습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암괴석의 절벽 위에는 ‘천년송’이라 불리는 작은 소나무가 마치 분재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이 소나무는 그 크기가 비록 작지만 줄기가 시작되는 부분은 매우 굵어 나이가 든 고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갈도는 다양한 남부지방의 식물상을 지니고 있다. 해안석벽에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와 같은, 제주도를 비롯해 남부지방에 자생하고 있는 상록활엽수가 자라고 있으며, 풍란·석란·박쥐란과 같은 귀한 난초도 자생하고 있는 섬이다. 이처럼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갈도는 주위의 바닷물이 매우 맑고 푸른 섬이다. 짙푸른 바다로 이어지는 해금강에서 통영에 이르는 바다는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1971년 3월 23일 거제 해금강은 우리나라 명승 중에서 두 번째(제2호)로 지정된 명승이다. 명승에 관한 국가적 관심과 행정업무가 2003년 이전까지 거의 명승지정이 진행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 보면, 해금강은 매우 빠르게 명승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의 거제도는 아주 먼 곳이었다. 더구나 해금강은 거제도에서도 맨 끝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에 더더욱 먼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거제도는 교통이 아주 좋은 곳이 되었다. 한반도를 종주하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개설되어 이제 내륙에서 빠르게 접근할 수 있으며, 부산에서는 가덕도 바다를 건너는 도로가 다리와 해저터널로 조성되어 거제도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처럼 쉽고 빠르게 다다를 수 있는 거제의 해금강은 이제 40년 전 명승 제2호로 지정된 국가지정 명승으로서의 가치를 국민에게 잘 알림은 물론, 관광자원으로서도 잘 활용토록 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사진 김학범(국립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출처 : 한국의재발견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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