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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달산성 길이 683m의 온달산성은 온달의 전설을 품고 있는 전망 좋은 산성이다. | |
온달산성과 온달의 전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있는 숱한 산성들 중 풍경만 놓고 봤을 때 가장 멋진 곳이 어디인가를 따진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곳이 단양 온달산성(사적 제 264호)이다.
온달산성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소재한,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산성으로, 전형적인 테뫼식 산성(산 정상 부근을 테처럼 둘러싼 산성)이다.
이러한 전설을 기반으로 이 산성은 온달산성으로 불리고 있다. 바보로 알려진 온달, 어릴 때부터 울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말을 믿고 정말 온달에게 달려가 결국 온달의 성공을 도와준 평강공주, 그리고 온달의 극적인 죽음, 이 모든 것들은 역사 속의 한 편의 드라마가 되고도 남을 만한 좋은 소재이다. 여성이 자기 힘으로 못난 남성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평강공주 콤플렉스'라는 용어도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
▲ 온달산성 온달산성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가파른 경사면에 있어 그만큼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전망과 중첩된 산줄기들을 장관을 대할 수 있다. | |
이야기 자체가 극적인 요소가 많아 단순한 전설로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 고대사학계는 온달을 역사적 실존 인물로 인정하고 있다. 일단 <삼국사기>의 열전에 온달의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이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적절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온달이 정말 가난한 평민이고 바보였느냐에 대해서는 부정한다. 강력한 신분제 사회인 삼국시대의 고구려에서 바보로 놀림 받던 평민이 귀족이 되고 왕의 사위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바보'라는 수식어는 그가 전통적인 귀족 출신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기반으로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신흥 귀족, 혹은 하급 귀족 출신이었기에 당시의 전통 귀족들이 경멸의 시선을 담아 부르던 호칭이었으리라 추정한다(학자에 따라서는 온달을 상업 활동으로 부를 축적하여 중앙 정계에 진출한 신흥 세력의 대표 인물로 보기도 한다).
우리 시대에도 '바보'의 수식어를 단 정치인이 있었다. '바보 노무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바보라서 붙여진 호칭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세월이 한참 흘러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에 누가 정권을 장악하고 역사를 기록하느냐에 따라 이 호칭이 갖는 의미는 얼마든지 달라지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즉, 온달은 고구려의 귀족 사회 내부에서 주류 귀족이나 상급 귀족 출신이 아니었기에 질시와 견제를 당한 셈이다. 당시 고구려 왕인 평원왕(평강왕)은 고위 귀족들의 견제를 뿌리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하급 귀족 출신이지만 능력 있는 온달을 등용하여 사위로 삼고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을 것이다. 그 시도는 아단성 전투에서의 온달의 사망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바보 온달과 울보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전쟁터의 사망으로 역사적 승자가 되지 못한 그들에게 가해진 왜곡의 결과물인 셈이다. 역사의 전환기에서 능력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수혈하지 못한 고구려는 여전히 전통 귀족 중심의 정치 운영을 계속했는데, 이것이 더 발전하지 못한 고구려의 한계이자 후에 멸망하는 한 원인이었을지 모른다.
당시는 중국이 오랜 분열에서 깨어나 하나의 통일 왕국으로 통합되는 징후가 뚜렷한 시기였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더욱 한 차원 높은 정치적 통합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고구려는 배타적인 5부 중심의 통치 구조, 즉 구 질서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온달의 성공 신화와 그의 실패가 갖는 의미는 현대의 우리 입장에서도 다시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 온달산성 성벽 산 정상부의 지형을 따라 둘러친 테뫼식 산성이므로, 성벽이 유려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 |
온달이 죽임을 당한 아단성이 이 단양의 온달산성이냐, 현재 서울과 구리시 경계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는 아차산 소재 아차산성이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란이 있다.
온달이 되찾고자 한 땅, <삼국사기>의 '계립현과 죽령 서쪽의 땅(鷄立峴竹嶺已西)'은 오늘날 충주와 단양 일대, 남한강 중류 유역을 가리킨다. 이것만 보면 온달산성이 단양에 있으니, 전투 중에 온달이 사망한 곳이 온달산성이 맞을 것도 같다.
하지만 이곳만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포함한 한강 유역 전체를 되찾고자 하는 표현(계립현과 죽령 서쪽이 최종적인 목적지, 즉 소백산맥 이북 지역 전체의 회복)이라면 서울의 아차산성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한강 하류 유역을 장악하고 한강을 따라 올라와 충주와 단양 일대를 공략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는 진흥왕 때의 신라가 한강 하류 유역을 차지하는 역순서의 루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구려군이 먼저 대군을 몰아 공략한 곳은 한강 하류, 즉 지금의 서울 지역일 가능성이 크다. 신라로서도 한강 하류 유역을 빼앗기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력하게 저항했을 테니 치열한 격전이 펼쳐졌을 것이다.
그런데 온달군이 단양에서 신라와 싸우려면 한강 하류를 먼저 장악해야 하는데, 사료상 신라는 이 한강 하류 일대를 빼앗긴 적이 없다.
온달의 고구려군이 강원도의 산악 지대를 거쳐와 단양을 기습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왕의 사위가 이런 위험한 모험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한강 하류에 주둔한 정예 신라군의 측면 기습을 받거나 보급 루트가 차단되면 큰 위험에 빠지므로, 한강 하류 일대를 먼저 차지하고 한강을 따라 올라오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괜히 한강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군대와 물자의 신속한 이동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한강 하류 일대의 장악은 선결 조건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온달이 사망한 아단성은 서울의 아차산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학계에서 확실히 결정 난 것은 아니다(신라가 한강 하류를 차지한 이후 한강 하류 일대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고구려와 신라는 한강과 임진강 일대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여 왔다. 그러므로 어쩌면 아단성은 서울 아차산성이나 단양 온달산성이 아닌, 한강과 임진강 사이에 있는 제3의 산성일 수도 있다).
단양군이 온달 캐릭터까지 만들어가며 온달산성을 군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 마음에 걸리는데, 사실 개인적 심정으로는 이미 흔적이 별로 없는 서울 아차산보다 차라리 이 근사하고 경치 좋은 단양 온달산성이 그 역사의 현장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논다고 할까.
▲ 온달산성 오르는 길의 전망 온달관광지 입구에서 약 40분 정도 걸어오르면 온달산성이다. 오르는 중간에서 보는 남한강 전망이 시원스럽다. | |
온달산성은 산성 전망의 일 순위
충북 단양군 단양읍에서 영춘면으로 가는 길은 내내 남한강을 끼고 달리며, 때로는 강가의 기암절벽이 시선을 압도하기도 하는 대단히 수려한 드라이브 코스이다. 이 길을 따라 걷기 코스를 만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영춘으로 들어서기 직전 삼거리에서 구인사 들어가는 길로 약 400미터만 가면 온달관광지 입구가 나온다. 남한강 가에서 시선을 들어 산을 올려다보면 산 위에 빙 둘러쳐진 산성을 볼 수가 있는데, 보통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단 온달관광지에 들어서서 40분 가까이 발품을 들여 이 산에 오르면 대한민국 산성 전망 일순위라고 할 만한 강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뱀처럼 굽이치며 흐르는 푸른빛의 남한강과 첩첩이 뻗어 나간 산줄기들, 영춘면 소재지와 영춘교를 비롯해 주변을 한눈에 조망하는 시원스러움, 산줄기를 따라 곡선으로 휘어진 산성의 튼튼하고 유려한 모습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대부분의 산성들은 군사적 목적 때문에 전망이 좋을 수밖에 없고 산줄기를 따라 성을 쌓기 때문에 유려한 곡선을 이루게 된다. 그 점을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산성이다.
산성 자체는 둘레 683m의 크지 않은 성이다. 경사진 산줄기에 쌓아 전체적으로 경사가 급하다는 느낌을 준다. 본래 존재하던 일부의 성벽과 최근에 복원해 놓은 성벽이 하나로 연결되어 마치 반달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성안에는 잔디밭이 깔려 있어 걸어 다니기 좋게 되어 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심해져 어떻게 이런 험악한 산줄기에 산성을 쌓았을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온달산성 남문 산성에 오르려면 남문을 거쳐야 한다. 성벽도 가파르지만, 성문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다. | |
이 산성을 천천히 둘러보면 저 만주벌판과 백두산 일대의 험준한 산악을 무대로 활동했던 고구려의 강건한 기상이 느껴진다. 산 아래의 온달관광지만 둘러볼 것이 아니라 힘이 들어도 이 산성에 올라서서 산과 강의 조화를 마음껏 누려 보자. 땀 흘린 만큼의 보람과 행복을 얻을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온달산성은 예전부터 알려진 단양 8경 이외에 단양군이 새로 지정한 신단양 8경의 하나이기도 하다.
온달관광지의 온달오픈세트장과 온달동굴
단양군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한 온달관광지는 산 정상부의 온달산성, 산 아래의 온달동굴, 강변 평지의 온달오픈세트장으로 구성되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 군데를 모두 돌면 한나절은 충분히 걸리고 다양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입장료가 비싼 감은 있어도 그 값은 충분히 한다.
일단 관광지 내에 들어서면 드라마 <화랑>, <연개소문>, <천추태후>, <정도전>, 영화 <해적> 등을 찍은 오픈세트장을 먼저 돌아보게 된다. 거대한 성문과 성벽에는 그동안 촬영된 사극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말 그대로 거대한 성곽과 당나라의 궁궐들이다.
▲ 온달오픈세트장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를 찍는 세트장이라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 |
세트장은 관람 코스를 정해서 친절하게 잘 안내하고 있다. 세트장은 본래 사극 <연개소문>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 중국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세트들이 많다. 연개소문이 중국에서 지냈던 상단과 이밀의 집, 당나라의 수도 장안성의 작은 골목과 상점들까지 구석구석 잘 배치되어 있다. 세트의 일부 구간에는 이곳에서 촬영된 드라마의 포스터,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곳 세트장은 다른 세트장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최근의 것이라 그동안의 시행착오가 반영되어 세트 자체가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다. 과거에는 한편의 사극을 찍기 위해 날림 공사로 지어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곳은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세트의 구성이나 건물 내·외벽이 두텁고 튼튼하다. 전체적으로 좀 낡아가는 느낌이지만 조경도 꽤 잘 되어 있다.
▲ 온달오픈세트장 사극 연개소문 세트장으로 출발해서 그런지 중국식 저택과 거리 세트들이 많다. | |
특히, 궁궐 뒤쪽의 회랑과 연못은 실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세트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장안성 상가 거리 끝에는 세 겹의 둥근 문이 겹겹이 연결되는 중국 특유의 건물 모습도 볼 수 있다.
세트장을 모두 돌아본 다음, 온달관을 잠시 들러보자. 전시관 건물들이 원형으로 이어져 코스를 따라 관람하면 원위치로 돌아오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고구려의 역사, 고구려의 군사력과 무기, 온달산성에 대한 안내, 온달의 일생과 신라와의 전투 등 다양한 테마로 시청각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천천히 돌아볼 만한 곳이다.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은 세트장 길 끝 강변에 자리한 석회암 동굴이다. 조선 시대의 <동국여지승람> 기록에 남굴이라는 이름으로 그 유래가 전해지는 온달동굴은 생성 연도가 4억 5천만 년에 이른다.
▲ 온달동굴 유달리 물이 많은 동굴. 종유석과 석순이 잘 발달해 있다. | |
개방 구간 길이는 600여m로 짧은 편이지만, 여섯 군데의 광장, 거북이, 온달과 평강공주 모양을 한 크고 작은 종유석과 석순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동굴 안에 지하수가 많이 흐르고 있으며, 통로가 좁고 낮은 곳이 몇 군데 있어 오히려 지루하지 않게 다닐 수 있는 좋은 동굴이다. 가끔 사람이 적을 때는 박쥐도 나타나 탐방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다만, 물이 많다 보니 비가 많이 내리면 위험하다 하여 동굴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온달이 이 동굴에서 무예를 닦았다는 전설이 있지만, 이는 최근에 홍보되고 있는 그다지 큰 의미 없는 전설일 뿐이다.
시간이 된다면 고드너머재에서 온달산성을 거쳐 영춘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13.8km의 소백산 자락길 6코스를 걸어 봐도 좋다. 단양군에서 온달평강 로맨스길이라 이름 붙였다. 산등성이를 돌아가는 숲길이 좋고, 온달산성까지 가는 코스 중에 나타나는 전망도 좋다.
차를 갖고 간다면 온달관광지를 돌아본 후 영월 혹은 단양까지 멋진 강변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특히, 영월까지의 드라이브 코스는 주말에도 차가 별로 다니지 않지만 풍경은 명품인, 대한민국에서 손꼽힐 만한 강변 드라이브 코스라 할 만하다.
▲ 소백산 자락길 6구간 고드너머재에서 온달산성을 거쳐 영춘면에 이르는 13.8km의 코스이다. 산 등성이를 따라 가는 길에 숲이 울창하다. | |
[여행 정보]
* 주소: 단양군 영춘면 온달로 23, 온달전시관
* 문의: 온달관광지 관리사무소 043-423-8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