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외침 되살려 한국 사회를 이야기하다
이영경 기자 입력 2019.04.02. 21:20
[경향신문] ㆍ신동엽 시인 50주기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말하는가”라고 외친 신동엽 시인(1930~1969)이 오는 7일 50주기를 맞는다. 4·19혁명 정신을 강조하며 강렬한 민중의 저항의식을 노래했던 시인의 정신은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전환점에 선 한국 사회에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후배 작가들 시·소설집 펴내 거침없이 ‘껍데기’들 비판
신동엽 시인 50주기를 기념해 후배 작가들이 그를 기리는 시집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창비)과 소설집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창비)을 펴냈다. 소설가 공선옥·김금희 등과 도종환·손택수·박준·김현 등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31명이 참여했다.
“바위처럼 살자 해놓고/ 삭발과 점거를 일삼아놓고…술에 취하면 때렸죠 여자를…오라버니 오늘같이 좋은 날에/ 술 한잔하고 그만/ 사라지세요 속세에서 살 만하면/ 대지, 어머니, 뽀오얀 생명의 줄기 타령이나 하시다가/ 저한테 한 짓을 쓰세요 오라버니”(‘토종닭 먹으러 가서 토종닭은 먹지 않고’)
시인들은 저마다 한국 사회의 ‘껍데기’를 이야기한다. 김현 시인에 비친 ‘껍데기’는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다. 그는 기성세대를 가차 없이 비판하는가 하면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성소수자의 아픔도 말한다. 김현은 “신동엽 시인은 현실과 사회문제에 늘 주목하고 고민하던 시인이었다. 지금 현실의 문제이고 화두이기도 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생각을 담은 시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중일 시인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았고, 도종환 시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도보다리 회담’을 지켜본 감회를 시로 쓰기도 했다.
소설가 김금희는 소설 ‘깊이와 기울기’에서 제주 외딴섬의 예술인 레지던스에서 만난 이들이 힘을 합해 고장난 낡은 자동차를 수리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자동차가 마침내 시동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순간을 통해 ‘연대’의 기쁨을 보여준다. 김금희는 “신동엽 시인의 시를 읽으면 의지적 목소리의 힘을 느끼게 된다. 예술가는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예술을 할 땐 공동체 속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간된 미발표 산문전집에 라디오 방송대본·일기 등 저항시인의 색다른 면모
<신동엽 산문전집>(창비)도 함께 출간됐다. “M- 아직도 안 주무시고 이 시간을 기다려주셔서 고마워요. 창밖에선 바람이 불고 있군요”로 시작하는 라디오 방송 원고부터, 당대 문단을 비판한 평론, 일기 등이 수록됐다. 1967~1968년경 동양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내 마음 끝까지> 대본 22편에선 저항시인으로 알려졌던 신동엽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석림 신동엽 실전 연보’는 시인이 활동한 문학동인 ‘야화’의 일원이자 북한 출신 경찰 ‘노문’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동엽 시인의 행적을 정리했다. 한국전쟁 당시 시인의 빨치산 활동 경력에 대한 논란이 일었으나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에 이탈했다고 말한다.
신동엽 시인 50주기를 기념해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들 신좌섭 서울대 교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 동안은 시들이 시중에 나오지 못해 대중과 단절된 시기를 보냈다. 이후 30년은 젊은 세대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들이 마련되지 못했다. 50주기를 맞아 아버지의 시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동엽기념사업회는 신동엽 시인의 삶과 시를 되짚어보는 유튜브 콘텐츠를 올 한 해 동안 100여개 선보일 예정이며, 오는 6월엔 시민들과 함께 시인이 생전에 살았던 서울 성북구·종로구·광진구 일대에서 ‘신동엽 문학기행’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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