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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서봉총에서 나온 제수

깜보입니다 2020. 10. 16. 15:06

돌고래와 복어에 백제 조문단이 올린 민어까지..1500년전 신라왕실 장례식 음식 복원하니

이기환 선임기자 입력 2020.10.16. 10:54

[경향신문]

서봉총 남분의 둘레돌 항아리에서 확인된 동물유체를 토대로 1500년전 신라 왕실의 제사음식. 돌고래와 남생이, 복어는 물론이고 서해안에서 잡히는 민어까지 올려졌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500년전 신라 왕족의 장례식엔 돌고래와 남생이, 복어음식이 올려졌다. 이런 음식들은 신라 각 지방에서도 고이 바쳤고, 멀리서 백제 사신은 민어 음식도 올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부터 내년(2021년) 2월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테마전시실에서 경주 서봉총을 재발굴(2016~2017)한 성과를 담은 ‘영원불멸의 성찬’ 테마전을 연다.

 

서봉총 남분 둘레돌 항이리에서 서해안에서 주로 출토되는 민어가 보였다. 백제 조문단이 신라왕실의 장례식에 올린 음식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봉총은 일제 강점기(1926년 북분·29년 남분)에 마침 일본을 방문중이던 스웨덴의 황태자(아돌프 구스타프·1882~1973)까지 초청하여 발굴에 참여시키는 등 호들갑을 떨며 조사했던 고분이다.

이곳에서 봉황 장식이 달린 금관이 출토됐다. 그래서 고분의 명칭도 스웨덴(한자명칭 서전·瑞典)의 ‘서(瑞)’와 봉황의 ‘봉(鳳)’자를 따서 ‘서봉총’으로 붙였다. 그러나 그렇게 떠들썩하게 조사했지만 일제는 출토품을 정리하지 않았으며 더더욱 발굴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굴조사 90년만인 2016년부터 2년간 서봉총을 재발굴하고 최근 발굴보고서까지 발간했다. 그 결과 놀라운 성과를 얻어냈다. 서봉총 남분의 둘레돌에서 조사된 큰 항아리 안에서 동물유체가 7700여점이나 확인된 것이다. 이 동물유체는 1500년전 신라 왕족이 준비한 제사음식의 흔적이 분명했다.

 

서봉총 남분의 둘레돌 주변 항아리에서 확인된 제사음식의 흔적들. 돌고래와 남생이, 성게, 복어 등이 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확인된 동물유체는 조개류 1883점, 물고기류 5700점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바다포유류인 돌고래가 눈에 띄었다. 새삼 <삼국사기>를 들춰보니 심상치않은 기록들이 보였다.

“256년(첨해왕) 3월 동해에서 큰 물고기(大魚) 세마리가 나왔다. 길이가 3장, 높이가 1장 2척이었다.”

“416년(실성왕) 3월 동해 바닷가에서 뿔이 있는 큰 고기를 잡았는데, 그 키가 수레에 가득 찰 정도였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등장하는 ‘대어(大魚)’기사이다. 길이가 3장(약 3m) 되고 수레에 가득찰 대어라면 고래를 의미하고, 여기에 뿔 모양이 달렸다면 ‘일각돌고래’일 가능성이 많다.

                               서봉총 남북 둘레에 있던 큰항아리에서 확인된 복어뼈들.


신라사람들은 그렇게 잡은 고래를 당연히 식용으로 썼고, 제삿상에서 올려놓았을 것이다.

큰 항아리에서는 파충류인 남생이와 함께 성게류가 확인됐다. 또한 신경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김대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확인된 동물 유체들은 신라 무덤제사의 일면을 밝힐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라고 밝혔다.

돌고래 고기는 물론이고 복어 요리, 성게, 고래 고기를 먹었다면 신라 왕족들은 아주 호화로운 식생활을 즐겼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라 할 수 있다.

항아리에서 확인된 돌고래 동물유체. 발굴된 것은 왼쪽 전지골(앞발) 부분이다. 신라왕실이 고래고기까지 먹었음을 알려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동물유체를 통해 무덤의 축조시기도 가늠해볼 수 있다. 예컨대 조개는 산란기 때 독소가 있어 식용하지 않다. 또 많이 확인된 청어와 방어의 경우 회유시기 등을 고려해보면 대부분 가을철에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제사가 무덤 축조 직후에 실시된 점을 고려하면 서봉총의 남분은 가을에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서봉총 남분 2호 큰항아리에서는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민어의 흔적이 보였다.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아마도 백제가 파견한 조문객이 칠기와 같은 고급 그릇에 민어를 제사 음식으로 올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밖에도 날렵하고 질좋은 토기 외에 신라 지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투박한 용기들이 보였다.

 

서봉총 남분 둘레돌 주변에서 출토된 전복 유체. 고급어종을 제사음식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신라 왕실의 장례식에 신라 각 지방에서도 조문객을 다수 파견해서 음식을 담아 올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은 서봉총에서 출토된 돌고래 뼈와 복어 뼈, 성게 유체 등은 물론이고 제사 음식을 가득 담았던 큰항아리와 그 내부의 참굴 유체도 함께 볼 수 있다”면서 “1500년전 신라인의 제사음식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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