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國寶)'급 유물 찾았니? | ||||||||
지난 4일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에서 ‘2,000원의 위력...’, ‘역사보다 힘센 2000원’ 등 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인 즉,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 재개관 한 후 그 동안 무료입장이었으나, 처음으로 유료관람이 시작된 어제(1월 3일)의 상황을 얘기한 것이었습니다. 즉, 무료관람이던 지난 해 말까지의 평균 관람객보다, 어른 기준으로 2,000원을 받는 첫날인 3일의 입장객이 절반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분명 이 2,000원이 이러한 상황의 일등요인이었을 것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로 달린 것들을 보면, 일편 유료화로 이러저러한 정돈이 있을 수 있으니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상당수였습니다.
최근 일부 국산 영화들이 수백만, 혹은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돌파한다는 것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말입니다. 박물관 안에 무엇이 있기에 그리도 춥다는 이 겨울에 줄을 수백 미터씩 서서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 서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 비록 보고 나오면 얻어지는 공짜 기념품도, 다녀왔음을 무용담처럼 얘기할 수 있는 그 무엇도 그리 기대할 수 없는 데도 말입니다. 간혹,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입구에 수백 미터의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이 유명한 관광지에 멀리서 많은 돈을 들여서 왔는데 이 루브르를 보고 가지 않으면, 여행 목록에서 그 무엇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일 관광객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단 몇 시간 동안에 얼마나 볼 수 있을까요 ? 러시아의 에르미타쥬(Ermitage) 박물관의 전시유물들은 한 유물당 단 10 초씩만 보아도 몇 달이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박물관의 유물들도 인기스타와 무명 엑스트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Monna Lisa)나 밀로(Milo)의 비너스(Venus)를, 영국박물관에서 로제타스톤(Rosetta Stone) 등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 앞에는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있으니까요. 우리 박물관에서도 아마 이러한 현상은 매한가지 일 것입니다. 국사 교과서에서, 매스컴을 통해 귀에 익은 것들이 주목의 대상이 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전시된 유물들은 연속극의 끝막에 이름이라도 오르는 탤런트라고나 할까요 ? 이미 박물관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유물들은, 인간으로 치면 입신양명(立身揚名)한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 더구나 그 앞에 ‘국보(國寶)’나 ‘보물(寶物)’이라는 작위(?)까지 붙어 있다면... 박물관을 보고 나온 이들의 머릿속에는 금관이나 금동불상, 김홍도의 그림 등만이 가장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각 유물들 밑에 가격이라도 붙어 있었다면 훨씬 이해(?)하기 쉬웠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떠나는 이는 없었을까요? 아마 가능한 추측이겠지요. 유물들이 경매시장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으니까요.
사람의 환경과 생김새, 그리고 능력이 모두 다르듯, 유물 또한 그 탄생과 전승, 재발견 등의 일련의 과정이 모두 다릅니다. 만들어진 그 당시부터 고귀하고 찬란했던 것에서부터 이미 만들어지기를 무덤 속에 묻힐 것을 작정하고 태어난 부장용품(附葬用品)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였을 무구류나, 그러한 것을 자랑스럽게 적고 있거나 표현하는 금석문자료, 삶의 애환과 비련을 간직한 채 마지막 가는 순간조차 비참하였을 저 누워있는 순장된 주검들까지... 유적을 발굴하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받는 농담성의 질문중의 하나는 ‘ 야! 요새 값나가는 것 좀 찾았냐 ? ’ 라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처음 받은 때에는 ‘뭐? 이 XX 같은 인간아!’ 라고 대꾸였습니다.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그럼, 엄청나게 많이 찾았지.’ 이는 오늘도 언론을 장식하는 문화유산 기사 중에 ‘국보급 유물 발견..’, ‘국보급 유물 대량 도굴, 해외 밀반출 기도한 일당 검거’, ‘고대사 바꿀 획기적 유물 발견’등의 문구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국보급’유물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마도 언론에서 평가한 이런 유물들을 모두 국보로 지정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까요? 아니, 그러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더 안타까운지도 모릅니다. 어느 것 하나 국보 아닌 것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외국의 유명한 박물관에서 그 나라의 국보라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나라에는 국보가 없는 것일까요 ? 아니면 국보는 너무 소중하여 전시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마도 대부분 그러한 구분이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선입견을 주는 때문에 일부러 적시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몇 년 전 일본의 유명한 유적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국보’라는 팻말이 적혀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안내하는 이에게 ‘왜 호수는 없느냐 ?’고 물으니까, 그 사람 왈, ‘알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대답이었습니다. 그 안내자는 일본의 문화재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자였고, 자신도 그 호수에 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관리를 위한 번호이니까요’ 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그러고 보니 상당히 많은 다른 나라의 박물관을 둘러보았다고 감히 자부하는 필자 역시, 위의 일본의 예를 제외하면, ‘국보’니 ‘보물’이니 하는 구분이 붙어 있거나 그 호수가 같이 적혀있는 예를 본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최근 우리에게 이슈가 되었던 국보1호 논쟁이 왜 일어났을 까요 ? ‘세계 최고(最古)’, ‘세계 최초(最初)’, ‘국내 처음 발견’, ‘일본에 앞서는 결정적 증거 확보’ 등, ‘가장’ 선호 사상이 그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 그러니 유물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것이어야만 하겠지요. 저는 발굴 현장이나 유물을 설명하는 보도자료 등을 쓸 때, 가능한 한 ‘최초’, ‘최고’, ‘획기적’ 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극히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그만큼 덜 끌게 되는 결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물이란, 다른 것과의 비교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의 역사적 의미로 해석되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는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현실과 타협(?)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요. 저는 오늘도 국보를 찾으러 여기저기를 파고 뒤지러 다닙니다. 비록 국보 지정 목록에는 오르지 못할지도, 박물관 한 구석의 진열장을 차지하는 영예의 대상이 되지는 못할 지라도... 일본인들이 그리도 열광한다는 조선 막사발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요? 아직도 저는 조선 막사발에 열광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조금씩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
▶발굴조사과 지병목 | ||||||||
게시일 2006-10-24 15:32: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