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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화) KBS 밤 11시 뉴스에 ‘위험한 노년의 性’ 제하의 보도가 있었다. 그 내용은 서울의 종묘공원에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데 이른 바 박카스아줌마들이 음료수를 팔아 달라고 접근하여 성매매를 한다는 것과 그 원인으로 노인들에게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제 부터라도 국가적 차원의 노인 문화 개발이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다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서울의 종묘공원과 종묘, 그리고 창경궁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어 노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다. 지하철 1,3,5호선이 교차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하므로 접근성이 좋고 종묘공원 앞에는 무료급식소도 있어 점심식사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 공연장인 국악정이 있어 공연도 볼 수 있고 교통요금도 무료이고 고궁입장료도 무료이니 이 보다 좋을 수가 없다. 요즘은 천안까지 지하철이 연결되어 천안에서도 많은 분들이 온다고 한다. 앞으로 지하철은 더욱 광역화될 것이니 천안보다 더 먼 지역 노인분들도 찾을 것이다.
 이에 비하여 인근의 혜화동 대학로 일대에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서 노인과 젊은이들의 문화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아무튼 젊은 시절 국가와 사회와 가정을 위해 애 쓰신 노인분들이 쉴 공간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고 또한 그런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적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낮술을 마시고 노름이나 성매매를 하는 등 지나치게 무질서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경건해야 할 종묘관람 환경에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종묘가 어떤 곳인가! 5백년 조선왕조의 신위가 모셔진 곳이며,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종묘제례악)가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아닌가!
6월 6일(수)자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보도내용을 보면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2008년 까지 ‘종묘공원 성역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불법 노점상과 각종 간이매점, 자판기 등 판매설비를 정비하고 사행성 행위 및 성매매 등에 대한 단속을 시작해 연말 이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라 한다. 또한 소음을 유발하는 무료 공연장인 국악정을 철거해 녹지를 조성하고 무료급식소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아울러 문화재청과 협의 및 연구용역 등을 통해 어정, 홍살문, 하마비, 순라길 등을 원래 자리로 옮기거나 새로 만들어 종묘공원을 원형대로 복원함으로써 경건한 문화유산으로 되살릴 방침으로 있어 자못 기대되는 바가 크다.
창경궁 역시 종묘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노인들이 즐겨 찾는 휴식터다. 구름다리를 지나 창경궁에 들어서면 바로 쉼터 공간이 있는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장소는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노인들이 모여서 장기 두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장기두는 것이야 어떠리요마는 문제는 장기를 두면서 음주를 하고 종래는 훈수와 더불어 다툼이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관람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필자가 몇 해전 창경궁관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장기판 철거를 시도하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현 소장이 작년에 치밀한 작전으로 철거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겪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노인들의 고집은 대단한 것이고 집단 항의라도 받으면 정신이 혼미해 지기도 한다.
어찌 되었던 이렇게 하나하나 고궁의 관람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점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변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노인들의 고궁나들이 행태도 더불어 건강하게 탈바꿈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말고 고궁이 건전한 노인문화 형성에 적극적으로 일정역할을 하여야 하며, 그 역할 수행이 가능한 곳이 종묘와 창경궁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일례를 들어 보자. 문화재청은 각종 궁중의례 재현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03년도에 창경궁에서 임금이 장수 노인들을 궁궐로 초대하여 연회를 베푸는 ‘양로연의’ 재현 행사를 거행한 바 있다. ‘양로연의’는 기본적으로 노인을 공경하는 잔치지만 동시에 왕이 몸소 노인들의 연륜과 경험을 존중하여 스승과 같이 대우한 스승 공경의 의례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연장자에 대한 경배를 전통의 뿌리로 간직하고 살아온 인륜도덕의 모범적인 국가로서 반만년을 이어오고 있다. ‘양로연의’는 노인을 존중하고 스승으로서 공경하는 우리의 훌륭한 전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지금도 창경궁에서는 매주 일요일 영조 오순잔치인 ‘어연례’ 가 9월 30일 까지 상설 재현 되고 있으며,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전통 궁중혼례도 거행하여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종묘공원의 성역화 사업과 더불어 우수하고 경건한 궁중문화를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여야 한다. 그 동안 종묘공원 일대를 즐겨 찾았던 노인들에게 공원의 성역화에 따라 자신들이 쉴 공간을 빼앗겼다는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 주어서는 안 되며 이를 대신할 건전한 노인문화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창경궁과 종묘가 대학로의 젊은이와 종로거리의 노인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공간으로서 젊은이는 노인공경을, 노인은 젊은이의 사표로서 이 시대 노소조화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는가. 죽은 자의 공간인 종묘와 산 자의 공간이었던 창경궁, 노인들로 넘쳐나는 회색의 거리 종묘공원 일대와 뜨거운 에너지로 넘쳐나는 젊음의 거리 대학로의 중간 완충지대로서 종묘와 창경궁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종묘공원 성역화 사업 추진시 하드웨어의 정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소음을 유발하였던 국악정 공연대신 수준 높고 경건한 볼거리를 마련하고 종묘와 창경궁에서는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고급문화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이 나라가 이 정도로 발전하는데 젊음을 바친 노인들에게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안겨 드려야 하며, 또한 대학로의 젊은이들이 노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현재의 젊은이는 머지 않은 시간에 노인이 될 것이며 그것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문화재청은 몇 년 전부터 노인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고령자를 궁능관람지도위원으로 선발하여 운영해 오고 있는데, 각계의 뜨거운 관심과 노인 일자리 창출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필자 역시 현역에서 은퇴 후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궁능관람지도위원에 응모해 볼 생각도 하고 있다. 용돈도 마련할 수 있고 환경 좋은 긍능에서 일함으로써 건강도 챙길 수 있을 테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이와 같이 문화재청은 노인들을 위한 사업에 이미 선도적 역할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잘 살려 건전한 노인문화 형성을 위해 문화재청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잘 활용하여 모종의 역할을 한다면 이는 곧바로 미래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
▶ 문화재청 홍보담당관 김갑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