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미술작품의 수리와 복원 이야기

깜보입니다 2007. 12. 7. 15:09
문화재와 미술작품의 보존과 수복은 유형의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승해 주기 위한 활동 가운데 재료의 성분 분석, 제작기술 연구, 보존환경 연구, 그리고 전통기술과 최신기술, 재료를 사용한 보수 및 형태복원 등의 활동을 의미한다. 보존수복을 통해 예술작품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그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작업은 미술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실기와 자연과학 특히 화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오늘날은 손상을 입기 이전에 예방하는 예방보존(preventive conservation)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분야의 대상은 유물로서의 공예품, 건축물부터 최근에 제작된 예술작품까지 광범위하다. 분야의 전공은 크게 재질 분석과 보관, 전시 환경을 연구하는 보존과학(conservation)과 직접 유물을 다루는 수복(restoration)으로 나뉘며, 수복 분야에서는 작품의 재질이나 유형 - 석재, 철재, 종이, 섬유, 목재, 합성수지 혹은 회화, 조각, 공예 등 - 에 따라 전문분야가 나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보존수복팀은 회화보존실, 한국화보존실, 조각•공예보존실, 재질•환경 분석실의 네 분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술작품에 대한 관리나 관심이 다른 분야들에 비해 소홀하였으며 전문인력 또한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뛰어난 근•현대 작가의 작품이나 고가로 구입한 외국작가의 예술작품들이 무관심 속에 손상되어가는 예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품의 관리, 보존에 대한 무관심은 작품의 ‘영원성’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은 그 의미와 관심이 한 세대 정도 지속될 뿐이지,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잊혀지고 무관심 속에 방치된다. 이는 재료에 있어서 청동이나 돌, 유화 등이 영원히 남겨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념 탓이기도 한데, 실지로 많은 고대의 유물들이 아직까지도 건재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오염된 환경은 작품의 훼손을 가속시키고 있다. 한 예로 베니스 산마르코 바실리카의 청동마상은 최근에 급속히 나빠진 환경으로 인해 실내로 옮겨졌다. 대표적인 퇴락원인은 화학적 오염, 열, 기온저하, 습기, 자외선, 생물학적 공격, 침식성 바람, 자연재해 및 인간의 낙서, 파괴, 잘못된 보존 절차 등인데, 산성비나 눈, 태양광선, 공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일산화탄소나 아황산가스, 암모니아가스 등의 공기 중 대기오염 성분은 작품의 색채를 퇴락시키고 안료 층을 들떠 일어나게 하는 등의 지속적인 손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미술은 과거의 전통적인 작품들에 비하여 사용되는 재료가 다양하여 보존의 측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미술작품의 재료라면 캔버스에 유화구, 템페라, 종이, 무기안료, 아교, 나무, 돌, 청동 등을 들 수 있으며, 대부분 자연에서 추출된 것들로서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몇 백 년이 지난 유화만 보더라도 안료를 고정시키고 있는 린시드 유는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여 천천히 경화되어 가는 것으로 최근의 어떠한 공업적 페인트보다도 견고한 구조와 내구성을 보여준다. 반면에 현대 미술은 그 출발이 과거의 반성과 극복, 새로움에의 충동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사용되는 재료 또한 과거의 것을 부정하고 대체하는 것들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합성수지, 플라스틱으로 대변되는 현대 공업생산물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은 매우 불안정하여 쉽게 변색하거나 변형되는 등의 손상가능성이 높다.

일상에서 미술작품은 운반할 때 가장 많이 파손된다. 운반 중 떨어뜨리거나 또는 흔들림으로 인해 유화 작품의 표면이 갈라지면서 떨어질 수 있다. 교통, 지진 등의 진동, 나쁜 포장에 의한 손상 역시 주의해야 한다. 만일 사고로 작품이 손상되었을 경우 분야별 보존처리 전문가에게 진단과 처리를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문가가 다루거나 하여 셀로 테이프 등의 자국이 남는 경우, 적절치 못한 바니시나 접착제를 사용한 수복은 또 다른 손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 미술작품을 잘 관리하려면 가능한 이동을 적게 하고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며, 직사광선을 비롯한 강한 조명을 피하고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시켜 주며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돌보아 주여야 한다. -인터뷰 - 김겸(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