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펌)삼척새천년도로

깜보입니다 2009. 10. 28. 13:27

[길,숲,섬]해안선 야경 드라이브 백미, 삼척 새천년도로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2000년, 새천년을 맞이하며 개설된 삼척 새천년도로는 이름만큼 환상적인 해안절경을 품고 있다. 야경이 특히 아름다워 동해안의 떠오르는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삼척 새천년도로는 넘실대는 파도와 아슬아슬한 절벽, 가로등과 오징어배 불빛등이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삼척사진공모전 수상작)

우리는 환호했다. 아니, 전 세계가 흥분했다는 말이 맞다. 2000년 뉴 밀레니엄의 시작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대가 합쳐져 지구촌 전체를 축제 속에 밀어 넣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때 생겨난 해돋이 축제만도 수십 곳에 달할 정도다. 밀레니엄을 기념해 생긴 장소도 많다. 강원도 삼척의 새천년도로도 그 이름처럼 새천년을 맞는 2000년에 만들어졌다.

가로등, 오징어배 불빛, 별빛 어우러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검푸른 바다가 가을비를 빨아들인다. 제법 높아진 파도에도 멀리 떠 있는 오징어배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 밤 드라이브를 나선 사람은 빗소리와 파도소리의 스테레오 음악 속에 낭만을 즐긴다.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4.0km에 달하는 짧은 구간은 조금이라도 더 바다를 품으려는 것처럼 절벽 가까이에서 아찔한 길을 내고 있다. 달리는 차 속으로 바다와 길, 가로등과 오징어배 불빛이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처럼 아련하게 들어온다.

새천년도로는 밀레니엄의 흥분에 흠뻑 젖었던 2000년, 해맞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광도로다. 바다와 산을 가로지르면서 해안선의 아슬아슬한 곡선을 드러낸 도로는 원래 대부분 바다로 이어지는 절벽이었다. 삼척시는 기암괴석과 소나무 숲 등 동해안의 절경을 살려 정하동에서 교동까지 도로를 건설했다. 이 길을 따라 생겨난 가로등 조명과 바다 위 오징어배 불빛, 그리고 하늘의 별빛이 어우러져 해안선 야경 드라이브의 백미를 만들어낸다.

차를 멈추는 길, 옥빛바다를 바라보는 포인트

2000년 새천년도로변에 세워진 소망의 탑 공원에서는 매년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삼척시 제공)

가을비가 거짓말처럼 개인 아침, 동해안은 가장 큰 자랑인 일출을 숨겼지만 옥빛 바다의 매력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높은 곳에 올라 새천년도로를 내려다보자 푸른 바다와 하얀 파도, 흙빛 바위가 절경을 선사한다. 야간 드라이브 못지않은 풍경을 하루 종일 드러내기 때문일까. 억지로 붙인 이름처럼 느껴지던 ‘새천년도로’가 생뚱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새천년도로는 드라이브코스지만 중간 중간 차를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는 포인트가 있다. 2000년 시에서 건립한 '소망의 탑'은 일출을 바라보는 곳에 만들어졌다. 3만 3천명의 후원자 이름이 새겨진 3단의 타원형 탑은 1단 신혼부부, 2단 청소년, 3단 어린이의 소망석으로 이뤄졌다. 탑 아래에는 2000년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며 타임캡슐을 묻었고, 이곳에서 매년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조각공원'도 새천년해안도로변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다양한 모습을 한 10여 점의 조각품이 마치 바다를 바라보며 춤을 추듯 서 있다. 여름이면 야외무대에서 각종 음악회와 이벤트가 열려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근처에는 레스토랑, 카페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밤늦게까지 사람이 모여든다.

한류바람이 불어오는 관광명소, 새천년도로

삼척은 국내에서 ‘해오름의 도시’로 잘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일본관광객이 자주 찾는 한류 관광명소다. 욘사마로 유명한 배용준이 영화 <외출>을 이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새천년도로에 인접한 팰리스호텔 안에는 일본관광객을 위해 영화촬영을 했던 방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배우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찾은 삼척에서 일본인은 빼어난 바닷가 절경까지 얻어 가는 셈이다.

새천년도로의 끝 지점에는 하얀 모래가 일품인 삼척해수욕장이 펼쳐진다. 후진마을 앞에 있기 때문에 원래는 후진해수욕장이라 불렸는데, 이름이 오해를 살까하여 ‘삼척해수욕장’으로 바뀐 곳이다. 길이 1.2km, 폭 100m의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진 해수욕장은 여름 물놀이도 좋지만 가을, 겨울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매우 운치가 있다. 해수욕장 바로 앞 삼척해변역은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해안선 기차여행’의 종착지인 만큼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 길/
동해고속도로 종점에서 동해를 지나 삼척MBC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삼척해수욕장부터 삼척항(정라회센터)까지 약 4.2km 구간이 새천년도로다.


떠오르는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 ‘새천년도로’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은 다소 생뚱하기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길의 야경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산과 바다 사이 절벽 위로 구불구불 길이 나 있고, 육지의 조명과 검푸른 빛 바다는 묘한 대조를 이루며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낸다. 저 멀리 밝게 빛나는 오징어배의 불빛은 바다와 밤하늘의 경계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화려하게 반짝인다. 날이 좋아 별이 보이는 날에는 육지, 바다, 하늘이 모두 수를 놓은 듯 아름답게 빛이 난다. (삼척사진공모전 수상작)


푸른 바다, 하얀 파도, 흙빛 바위 밤새 내렸던 가을비가 그치고 바람이 대신 그 자리를 찾았다. 파도는 그치지 않고 자기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내던진다. 푸른 바다가 흙빛 바위를 만나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동해안 절경을 품은 새천년도로는 4.2km의 짧은 구간이지만 아슬아슬 절벽 위로 바다를 끌어안았다. (이윤정기자)


조각공원 새천년도로는 해안 드라이브코스이지만 곳곳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 중 한 곳이 조각공원이다. 10여 점의 조각상이 마치 바다 위에서 포즈를 취하듯 풍경 속에 녹아있다. 여름이면 야외무대에서 각종 음악회와 이벤트가 열려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이윤정기자)


소망의 탑 2000년 시에서 건립한 '소망의 탑'은 일출을 바라보는 곳에 만들어졌다. 동그란 듯 끝이 맞닿은 탑신의 모양은 소원을 비는 양손의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탑신 안쪽에 3만 3천명의 후원자 이름을 새긴 3단의 타원형 탑은 1단 신혼부부, 2단 청소년, 3단 어린이의 소망석으로 이뤄졌다. 탑 아래에는 2000년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며 타임캡슐을 묻었고, 100년 후인 2100년 이 캡슐을 공개한다고 한다. (이윤정기자)


각자의 소망이 담긴 돌 소망의 탑 몸체는 주먹만 한 크기의 돌을 쌓아 만들어진 것이다. 가까이 가보니 돌 하나하나마다 저마다의 소원으로 빼곡하다. ‘가족건강’ ‘돈 대박’ ‘멋진 남친’ 등 다양한 소원이 날짜와 함께 새겨졌다. 소망의 탑 공원에는 태양이 원형으로 들어와 시선과 마주할 때 소망이 이뤄진다는 신비의 문도 있다. 이 문을 통과하는 길은 ‘소망의 길’이다. 공원 전체가 소원에 연관된 것이다. (이윤정기자)


삼척해수욕장 후진마을 앞에 있기 때문에 원래는 후진해수욕장이라 불렸는데, 이름이 오해를 살까하여 ‘삼척해수욕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새천년도로와 맞닿아 있는데다 해수욕장 바로 앞 삼척해변역이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해안선 기차여행’의 종착지여서 찾는 사람이 많다.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져 여름이면 물놀이객으로 붐비지만 가을바다는 북적이는 인파가 떠나가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윤정기자)


위에서 내려다보는 새천년도로 새천년도로 드라이브도 좋지만 높은 곳에서 새천년도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바다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는 듯 도로는 절벽 옆에 붙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바다낚시객이 기암바위 위에 자리를 잡는다. 갈매기는 물고기 떼를 쫓아 옥빛 바다 위를 날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파도를 타고 전해진다. (이윤정기자)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