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스크랩] 음식으로 본 우리문화 그리고 온돌

깜보입니다 2010. 4. 28. 08:53
우리가 흔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에 있어 중요한 것을 의식주(衣食住)라고 한다. 단어의 순서로 볼 때 먹고 입는 것이 사는 집에 우선함에도 불구하고 학문적이 관심에 있어 집보다는 덜하여 왔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공기와 같아서 너무도 당연하고 너무도 우리에게 일상의 일이어서 사람들에게 관심이 덜하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 입이 짧은 편인 나는 먹는 것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의 맛은 언어와 같아서 어렸을 때 경험한 음식이 자기의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고 한다. 나는 음식의 종류는 가리지 않는 편이어서 여러 음식에 대한 경험을 하여보았지만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인지 역시 내게는 한국음식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음식이 우리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음식문화를 통하여 우리 문화를 이해하여 보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음식문화는 다른 문화와 달리 그 주변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그 변화도 매우 심하다. 그래서 요사이 각 문화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음식의 취향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도 매우 신속하다. 음식에 대한 성격이 그러하다 보니 사람들이 음식은 자연환경과 문화양태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음식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각 문화마다 그들의 고유의 음식문화가 있다. 이것은 주거와 마찬가지로 자연환경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어쩌면 집보다도 더 자연환경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서 나오지 않는 먹거리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또한 지역의 기후에 따라 음식을 저장 또는 갈무리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전통 음식은 원칙적으로 자연환경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것은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도 여름에 돼지고기는 잘먹어야 본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돼지고기가 쉽게 상하기 때문에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더운 사막기후에서는 더욱 상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율법으로 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음식은 사회환경과 관계가 매우 깊다. 고급 문화는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만 발전하는 것이다. 나는 음식문화가 고급문화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음식문화는 더더욱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있을 때만이 발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사이 우리 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이 식도락 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제 우리의 생활에 여유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음식문화를 관찰하여보면 문화의 수준을 일견하여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음식문화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

나름대로 파악한 우리 음식문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젓가락 사용을 전제로 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탕 문화의 발달이다. 세 번째는 발효음식이 매우 발달하였다는 점이다.

첫 번째로 젓가락문화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과 같이 한자문화권에서 같은 양상을 보인다. 올 초에 방송에서 소개한 한국, 중국, 일본의 젓가락의 비교분석을 보면 주로 먹는 음식 때문에 젓가락의 구조가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길고 끝이 뭉툭한 중국의 젓가락은 돼지고기 등과 같이 육류 음식에 적당하고, 끝이 가늘고 뾰족한 일본의 젓가락은 생선을 먹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우리의 젓가락은 일본과 중국의 중간형으로서 나물과 다양한 음식을 먹는데 적당하다고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젓가락 구조의 차이는 그 나라에서 주로 먹는 음식의 차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젓가락 구조의 차이에 대한 관심보다는 젓가락을 이용하는 음식의 근본적 특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음식문화의 특징을 '먹는 사람을 배려한 음식문화'로 정의한다.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는 서양의 음식은 최종적으로 먹는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음식이다. 이에 비하여 젓가락을 사용하는 음식은 먹는 사람이 먹기 좋도록 조리된 음식이다. 만일 우리의 음식을 서양 음식처럼 조리를 한다면 결코 젓가락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젓가락 문화권에서의 음식은 간단한 젓가락의 동작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의 크기도 적당하게 조절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즉 음식을 만들어나가는 조리과정에서부터 배려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특징인 탕문화는 동양삼국의 젓가락문화권에서도 우리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는 아예 숫가락이 없고 중국에는 숫가락이라는 것이 있어도 개인이 국물을 떠서 먹는 용이 아니라 자기 접시에 국물을 떠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형태를 보면 국자가 변형된 것 같은 모습이다. 그에 비하여 우리의 숫가락은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적으로 국물을 쉽게 먹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삼국시대의 숫가락을 보면 깊게 파져있고 크기도 커서 국물을 떠먹기에는 불편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음식은 후대로 내려오면서 점점 국물을 떠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바뀌어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세 번째로 우리 나라 음식의 특징은 발효음식이 발달하였다는 것이다. 발효음식의 대표적인 것은 술이다. 모든 나라에서 술이 많이 만들어 졌으나 음식을 발효시키는 것은 기후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전체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중국의 음식에서 발효된 음식은 많이 보지 못하였다. 기껏해야 삭힌 오리알 정도라고나 할까. 일본의 경우는 내가 접한 음식의 자료에 의하면 된장 간장 등이 있으나 된장의 경우도 우리의 된장과는 발효정도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타도 몇 가지 종류는 있지만 발효음식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는 정도이다. 발효음식으로서 서양에서 대표할 만한 것은 치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이외에는 발효음식이라고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하여 우리의 음식문화에는 발효음식을 제외하고 음식을 생각한다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발효음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음식을 보면 젓갈류,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가 발효되어 만들어진 음식이다. 기타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라도에서 많이 먹는 홍어찜도 발효음식이다. 이러한 발효음식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의 장을 담는 것을 경험하여 본 분이라면 이러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장을 담그는 과정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맛을 내고 보관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발효문화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구조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발효음식은 결코 발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몽고와 같은 유목민족에게서 발효음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그들의 생활이 이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발효음식은 만드는데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장기간의 관찰이 되지 않으면 찾아지지 않는 음식이다. 장기간 숙성의 변화를 관찰할 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으면 발효음식이라는 것은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전쟁, 외침이 자주 있거나 사회전반이 안정되지 않은 지역이라면 이러한 발효음식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발효음식이 발전한 나라는 기본적으로 사회가 안정된 곳이며 오랜 동안 정착문화가 형성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음식문화를 통하여 본 우리의 문화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나라를 말 할 때 수많은 외침을 받아온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역사가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발효음식이 발달한 있는 나라가 그렇게 불안한 사회였는가에 대하여 강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문화가 문화 발전의 최종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구조가 왠 만큼 안정되지 않고는 음식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 한국 음식의 조리과정은 중국음식이나 일본음식 그리고 서양의 요리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간다. 그만큼 음식에 대한 정성이 깊다. 이러한 것으로 보아도 한국의 고유문화가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나라의 역사의 안정성을 이렇게 음식문화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실제적으로 이 이상의 좋은 예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온돌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보자. 온돌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갑자기 음식문화를 이야기 하다가 온돌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둘이 결코 무관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을 만들지만 집은 우리를 만들어 간다. 이것은 결국 만들어진 집 또한 또 다른 환경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이 기마 민족의 성향을 완전히 포기한 시기를 내려온 시기를 임진왜란 전쯤이라고 하시는 분이 계신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기마 민족의 성향을 버리고 농경민족의 성향으로 전환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구조가 동적인 성향에서 정적인 성향으로, 진취적 성향에서 보수적인 성향으로 변하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름대로 자료를 보다보니 여러 가지 변화가 보여지는 시점을 기준을 하여 볼 때 아마도 임진란 전쯤이라는 추정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하여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재산분배의 문제 등과 같이 남녀의 차별의 문제도 조선 후기에 와서 강화되는 모습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나는 온돌이 일조를 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온돌이 고구려시대와 같이 쪽구들 형태로 유지될 때와 집에 전체적으로 도입될 때와의 근본적인 차이는 신을 벗느냐 안 벗느냐의 차이이다. 이러한 차이가 무슨 커다란 차이일까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말을 타는 사람들의 신은 신고 벗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온돌을 전반적으로 들이게 되면 방에 들어갈 때 신을 벗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게 되면 신발의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는 경우 그러한 신을 신고 말을 타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온돌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우리에게 말을 타는 것을 쉽게 포기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조상은 우리 집에 온돌을 들이면서 동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정적인 생활을 선택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생활이 더욱 정적인 생활로 변화해가면서 우리의 음식문화도 고급화되고 발효문화가 발전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아직 나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옷을 보아도 조선조 초기의 옷과 후기의 옷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포가 휘날리고 소매의 폭이 넓어진 것도 조선 중기 이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역사, 문화, 집에 대한 이해를 다른 관점에서 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생각의 변화를 가져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넓게 생각하고 다양한 사고를 통하여 한국문화에 대하여 접근하여 본다면 한국문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와 다른 또는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시면 서슴없이 생각을 풀어놓고자 하는 의미에서 두서없는 이 글을 올립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더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글쓴이 : 최성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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