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펌)아버지께서 낙지잡는 어부이십니다

깜보입니다 2010. 10. 21. 08:30

아버지께서 낙지잡는 어부이십니다. [188]

조회 1794410.10.20 12:53

정환 ekz*** 정환님프로필이미지

아버지가 어부이신 여수 사는 사람입니다.

지금 한창 낙자주낚(낙지잡이)을 하고 계시구요.

지난 9일부터 출항하여 15일 입항까지 일주일간 올 시즌 첫 어장 시작하셨습니다.

 

- 6.5톤 배로 4명의 선원과 선장겸 선주인 아버지까지 5명이 한 팀입니다.

 

 

  여기 남쪽지방(여수, 고흥, 남해)의 어민들은 4계절 내내 어장을 놓지만,

늦가을부터 겨울까지의 낙자주낚이 한해 가장 큰 벌이입니다.

 

  실제로 봄 여름간에 장어주낚이나 자망등의 어장을 꾸리긴 하는데그다지 수익이 좋지는 않습니다. 선원들 인건비 때문에 봄, 여름 어장은 완전 손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겨울철에 낙자주낚을 시작할 때 필요한 선원들을 잡아두기 위해 할 수없이 봄, 여름철에 수익이 좋지 않아도 장어주낚이나 자망 어장을 꾸려야 합니다. 요즘 취업난이 심하다는데 연봉으로 따지면 초봉 5,000정도 챙겨 주는 격인데도 선원 구하기는 정말 힘듭니다. 하긴 저도 아버지 따라 몇번 어장 나가봤지만

왜 사람구하기 힘든지 알겠더군요. 정말 힘듭니다.

 

  아무튼 여수가 하모사시미, 유비끼 등으로 유명한 이유중에 하나가

겨울철의 낙자주낚 어선들이 봄, 가을에는 장어주낚으로 엄청난 양의 장어를 잡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어주낚 같은 경우 낙자주낚에서 사용하는 유압롤러를 그대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자망 등을 할 경우에는 롤러 세팅을 변경해야 함) 5~6명이서 작업하는 어선의 경우 봄, 여름은 장어주낚을 하고 가을, 겨울은 낙자주낚을 하는 것이 정석처럼 되어 있습니다.

 

  지난 9 13일 서울시에서 낙지 머리에서 중금속 함량 초과라고 발표했습니다.

9 뉴스에 막 나오고 한참 언론에서 떠들기 시작하더군요.

평생 낙지를 잡아왔고, 드셔오시던 부모님께서는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습니다.

올해로 40여년 낙지를 잡아 오셨지만, 날씨 변동 이외에 낙지 값이 크게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경우를 아버지 60평생에 한번도 없었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지요..

 

근데사람 입맛 바뀌는게 한순간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낙지를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낙지 값이 폭락하기 시작하네요

 

어머니께서 엊그제 수협 판장에서 경매붙였던 낙지 값이 추석 전과 비교하여 절반가격 정도 된다고 하시더군요. 보통 추석 전에 물량이 많지 않아 비싼편이긴 하나

그것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하락폭이 너무 컷습니다. 10월 초가 되서야 목포 신안쪽 어민분들이 세훈 시장 찾아가서 따지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그쪽 분들도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각설하고..

낙지 중금속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어머니께서 실험에 제공된 낚지가 중국산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씀 하셨는데뉴스에 일부 중국산을 사용했다고 나오더군요.

제 생각엔

거기에 국산이라고 나왔던 시료 또한 중국산인지도 불투명한 것 같습니다.

 

 

왜 부모님이 중국산 낙지로 의심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9월초에는 아무도 낙지주낚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해나 고흥 일부에서는 9월 초에 작업을 시작한다고는 하나, 그 물량이 미미하고

여수에서는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추석 전에 시작하고, 본격적인 낙지주낚 시즌은 추석 후에 시작하여, 신정에서 구정 사이 가장 추울 때 피크가 됩니다.

 

뭔소리 냐고요?

9월 초면 아직 서울까지 올라갈 만큼의 낙지가 잡히지 않습니다.

물론 대량으로 잡아내는 낙지주낚 물량 말고,

뻘 속에서 손으로 잡는 낙지가 나오긴 하나

이건 더 물량이 딸림니다.

 

일반적으로 뻘에서 잡는 낙지를 세발낙지라고 부릅니다. 발이 세개라서 세발낙지가 아니고, 낙지발이 가늘어서 세발낙지라고 부릅니다. 8월부터 나온다고 하는데낙지 종이 다른 것은 아니고, 어린 상태의 낙지라 크기가 작고 발이 얇습니다.

세발낙지가 9월초에 서울까지 올라 갈수가 없습니다.

세발낙지는 낙지 시즌인 늦가을에 엄청나게 많이 잡힐 때도 서울까지 못 올라갑니다. 아니 안 올라갑니다. 광주까지 올라가면 많이 올라가는 겁니다. 현지에서도 팔아먹을 물량도 못 구해서 여수, 고흥, 남해 등지에서 사다가 장사하는데

이 낙지가 어떻게 서울까지 팔려 나간단 말입니까.

 

하물며 어찌어찌 서울까지 올라갔다 칩시다.

 

횟집이나 낙지 전문점에서 팔아먹을 물량도 못 구해서 안달인데

시험용 낙지를 마트에서 구입했다지요. 이게 말이 됩니까?

 

 

주로 윗 지방으로 올라가는 낙지는 여수, 고흥, 남해 등지에서 낙지주낚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잡아내는 물량으로 성체가 다 된 녀석들입니다. 늦가을부터 본격적인 어장이 형성되어 구정 이후까지 어업을 행하고, 대부분 성체이며, 큰 것들은 문어만한 것들도 잡힙니다. (대략 1m정도)

 

시험용으로 쓰인 낙지 크기를 정확하게 보지 못했지만, 세발낙지가 아닌 성체크기의 녀석들이라면 중국산일 가능성이 아주 아주 농후합니다. 8~9초에는 낙자주낚 어장이 형성되지 않고, 잡아들이는 물량 또한 미미합니다.

 

 

또 한가지

만일 시험용 낙지가 진짜 국산 낙지였다면, 말 그대로 엄청난 대 재앙입니다.

낙지는 단년생 생물입니다. 뉴스를 보니 중금속 오염은 보통 오랫동안 인간처럼 오랜시간 살 수 있는 생물에서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낙지가 어디서 잡히나요? 뻘속에서 잡히죠. 낙지 주식이 뭘까요?

뻘속에 사는 수산물들을 주식이지만

낙지주낚은 를 미끼로 사용합니다. 낙지가 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 낙지주낚사진입니다. 깊은 물속에서 낙지가 미끼인 "게"를 먹기위해 주낚에 붙으면 훌터 올리면서 쳐나가는 방식으로 잡아냅니다.

 

 

만약 시험용 낙지가 국산이였다면, /서해안에서 잡히는 모든 어폐류 및 꽃게등은 중금속에 오염된 상태고, 먹을 수 없는 상태여야 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이렇게 믿어야 하나요?

특히, 세발낙지 였다면, 몇개월 자라지도 않은 녀석일텐데 중금속 오염이라니..

서울시 발표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됩니다.

 

  서두에 아버님이 60평생 살아오시는 동안 날씨 이외에 낙지값이

크게 폭등하거나 폭락한적이 없으셨다고 말씀 드렸는데

생각해보니 날씨 이외에 가격변동 사항이 있긴 있었습니다.

 

재작년 그리고 작년 겨울이였는데요.

한때 환율이 1400에서 박스권 형성하고 있었지요.

낙지값이 어땠을까요?

환장하게 올랐습니다. 미친듯이 올랐지요. 잡히는 물량은 전년도에 비해서 반절도 안됐는데

경매에 붙인 값은 비슷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달러값이 비싸서 중국산 낙지 수입업자들이 주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요가 늘어서 값이 올라간게 아니라... 중국산 낙지 수입이 줄어들어서 국산 낙지값이 오르다니...

정말 씁쓸하더군요.

 

 

오늘 뉴스 보니 여전히 서울시에서는 시험에 사용된 낙지 중 일부는 국내산이 확실하고,

여전히 낙지 내장과 머리를 먹는 것은 위험하다고 발표하고 있네요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께서 잡으신 낙지를 서울시청으로 보내서

이게 국산낙지니 다시한번 시험해 보시오.

라고 말하고 싶지만들어줄리 만무할 것 같고..

산지에서 직접 시료용 낙지를 구입하여 실험해볼 요량은 없었는지

겨울에 추운 바다에서 일주일씩 잠도 못자면서 어장하시는데서울시 발표 한번으로 그분들 수입이 절반 가까이 날아가 버리는 현실이 참 어이가 없기도 하구요. 식약청에서 무해하다고 먹어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끝까지 고집 부리는 이유가 뭔지도 궁금합니다. 누구 말마따나 그렇게 몸에 안 좋다면 평생 낙지를 드셔오신 우리 아버지 같은 분들 혈액 채취라도 해볼 요량은 없는지 결국 피해 보는 것은 어민들과 낙지 음식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인데그분들 피해는 누가 감싸줄지안타깝기만 하네요.

 

 

끝으로 낙지에 대한 제 견해 몇가지 알려 드릴께요.

낙지는 산채로 소금장에(참기름) 찍어먹는게 가장 맛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입 속에서 빨판으로 달라 붙는 느낌이 싫다면, 살짝 데치듯이 삶아 먹는 것도 좋습니다. 꽃게등을 삶을 때는 된장 한숫가락 정도 넣고 삶아야 하지만, 낙지의 경우 그냥 아무런 간 없이 삶아도 맛있습니다. 너무 익히면 질겨지므로 살짝 데치는게 좋습니다. 머리는 좀 오랫동안 삶아야 하구요. 머리를 반으로 갈랐을 때 먹물이 흐른다면 덜 삶아진 상태니까 되도록이면 더 익혀서 드셔야 합니다. 덜 익은거 먹으면 배탈납니다. 세발낙지 같이 작은놈의 경우 머리채 한입에 먹는게 제맛이지만 성채의 경우 머리가 질겨서 생으로 먹긴 좀 힘듭니다. 그래서 보통 머리는 삶아 먹습니다. 냉동된 낙지의 경우 국산이라 적혀있어도 수입산일 경우가 농후합니다. 낙지가 죽어버리면 경매 값이 산낙지에 비해 1/3값도 못 받기 때문에 어민들은 어떻게든 살려서 팝니다. 바다 위에서 어장을 더 할 수 있는 상황이여도 낙지 상태가 죽을 것 같으면 어장 포기하고 입항을 택합니다. 어장을 포기 하면서 발생하는 손실보다 죽은 낙지를 팔게 될 때 발생하는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죠.(좋은 어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2~3일씩 바다에서 대기하기도 합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낙지는 살아있을 때 제값을 받기 때문에 국산 낙지는 어떻게든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됩니다. 일부러 낙지를 죽인 후 냉동시켜서 유통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냉동된 낙지의 경우 운송이나 통관 등을 이유로 냉동시키는 경우라 보시면 됩니다. 같은 무게의 소 한마리 보다 낙지가 더 비쌉니다. 한우 500kg 한마리 가격보다 낙지 500kg이 더 비쌉니다. 값이 좋을 때는 2배까지도 비쌀 때도 있습니다. 중국산 낙지와 국내산 낙지는 구분이 불가능 합니다. 구분이 어려운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 모양, 맛 등 모든 것이 똑같습니다. 그래도 잡히는 수역이 다르기 때문에 서울시 발표를 불신하는 것입니다. 다른 수산물도 그렇겠지만, 수협 공판장에서 경매가격보다, 마트나 시장에서 팔리는 소매가격이 더 싼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원산지는 국산이라 적혀 있습니다. 도매가격 보다 소매가격이 더 낮다니유통업자가 자선사업가는 아닌지 의심해 볼만 합니다. 지방 국도를 달리다 보면 물차 2대가 나란히 서서 활어를 옮기는 장면을 한번쯤 보셨을 겁니다. 보통 한쪽에는 중국산이 다른 차량에는 국내산이 실려 있습니다. 이걸 양쪽으로 섞게 되면 양쪽 다 국내산이 됩니다.

 

저는 미국산 소고기보다 중국산 수산물들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활어들이 그러한데적어도 미국산 소고기를 육회로 드시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회 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공장이 많이 들어서있고, 오염되어 있는 중국 동부 바다에서 잡힌 활어를 아마 중국현지인들도 날것으로는 안먹을 그 활어를 우리는 날것으로 먹게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회를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은 국산인줄 알겠지만 말입니다. 원산지 분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활어가 아닌 냉동품 수산물 등만 수입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몇 달전에 대중 수산물 수입을 더욱 완화되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발생하고 있는 이 난국을 누가 책임져 줄지 참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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