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스크랩] 민화, 민중의 삶이 담긴 그림

깜보입니다 2010. 12. 29. 10:53

민화는 생활공간의 장식이나 민속적인 관습을 목적으로 제작된 실용적인 그림을 말합니다. 대개 정식 그림교육을 받지 못한 무명의 화가들이 일반 민중을 위해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잡화, 별화, 속화 등으로 불리며 사대부들로부터 천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소박하고 자유분방하게 그려진 민화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림 속에 민중의 생활양식과 생각, 관습, 꿈, 신화, 종교관 등이 담겨 있는 것은 물론 당시 사람들의 미의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감상용 회화의 예술성만을 높이 평가해 온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 민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지식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국가문화유산 종합 DB(http://www.emuseum.go.kr/index.do)의 도움을 받아 민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민화의 특성
우리나라에서 ‘민화’라 부르는 그림들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장식을 위해 그린 그림
민화는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지는 그림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병풍 그림입니다. 병풍은 방 안을 치장하는 장식품이면서 동시에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방 안의 자질구레한 물건을 가려주고 웃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고, 집안의 큰 행사가 있을 때에는 행사 내용과 장소에 어울리는 병풍을 둘렀습니다. 돌상과 혼례상은 반드시 병풍 앞에서 받았고, 회갑연때도 병풍은 빠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세상을 떠난 사람의 시신도 병풍 뒤에 모셨습니다. 이처럼 병풍은 옛 사람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었던 탓에, 다채로운 그림들이 많이 그려졌습니다. 또한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기 위해 벽장문이나 다락문, 벽과 대문 등에도 민화를 붙였으며, 도자기나 가구, 돗자리 등의 생활용품에도 민화를 그려 넣어 멋을 더했습니다.

극채화조도 (새창)
 ▶ 극채화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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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징성이 부여된 그림
민화는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예를 들면, 물고기를 그린 어해도는 ‘다산’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물고기가 한꺼번에 알을 많이 낳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연못 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잉어는 출세와 부귀를 상징하고, 폭포를 거슬러 뛰어 넘는 잉어그림은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르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 밖에도 고사나 민담의 내용을 한두 가지 사물로 축약하여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민화에서 표현되는 상징성은 사회 전체에서 통용되기도 하지만 특수한 부류에서만 공유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리는 사람에 의해 그 상징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 주술적 신앙이 반영된 그림
민화 중에는 주술적 신앙이 반영된 그림들이 있는데, 옛 사람들은 이런 그림들을 걸어 두면 여러 가지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랑이 그림인데, 이는 호랑이가 악귀를 쫓아내는 영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월 초하룻날에는 궁중에서부터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영험한 힘을 지닌 동물 그림을 붙여 잡귀를 쫓기도 했습니다. 주술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민화로는 사신도, 산신도, 용그림, 신장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호랑이 민화 (새창)
 ▶ 호랑이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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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적 세계관과 미의식이 표현된 그림
민화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집단적 세계관과 미의식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민화가 단순히 감상을 위해서가 아닌 생활의 필요에 의해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즉, 민화 자체가 실용성과 대중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 속에 화가의 의도를 담는 것이 아니라 일반 민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담아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민화의 기법
민화는 그림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화가가 그렸기 때문에 정형화된 화법의 틀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이며 기발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 독특한 공간구성
민화는 전후·좌우·상하·고저에 대한 일관된 시점이나 작법을 유지하지 않습니다. 사물을 볼 때 굳이 한 방향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민화를 보면 여러 시각에서 바라본 모습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호랑이의 앞면과 옆면을 동시에 표현한다거나 어떤 사물을 그릴 때 그것의 겉과 속, 혹은 좌측과 우측을 동시에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그림은 서구 미술에서 말하는 입체파의 조형원리와 비슷한 것으로, 특히 정통회화에서는 잘 그리지 않았던 사물을 표현한 그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강렬한 색상대비
민화는 각각의 사물을 모두 하나의 완전한 존재로 그리기 때문에 색을 칠할 때에도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을 모든 사물에 똑같이 칠했습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사물에 선명한 붉은 색을 칠하면, 바로 옆에 있는 사물에도 선명한 파란색을 칠하는 형식이었지요. 이는 사물의 가치를 모두 동등하게 인정했던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하여 다른 부분이 약화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을 많이 사용하는데다가 대비까지 강해 언뜻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이고 강렬한 채색 기법은 민화만의 멋과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복합성과 반복성
민화는 주제가 일치하는 것이면 관련된 도상은 모두 하나의 화면에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묘사하는 시점이나 표현 기법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한편 똑같은 글자를 반복해서 쓴다거나 같은 모양의 그림을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리는 등의 기법은 리듬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는데, 이러한 반복성은 주술적인 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반복성의 대표적인 예를 보여주는 만호도의 경우, 호랑이 ‘호(虎)’자를 만 번 반복해서 쓰고, 그것이 다시 커다란 ‘호(虎)’자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일종의 부적으로 여겨졌습니다.


>> 민화의 종류
민화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연구자에 따라 분류 방법이 다르지만, 화제(畫題)별로 나누어 대표적인 것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축수도
축수도는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합니다. 민화 속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동물로는 사슴, 개, 토끼 등이 있지만, 가장 자주 등장했던 동물은 단연 호랑이입니다. 옛 사람들에게 있어 호랑이는 무서운 동물이면서 동시에 친숙한 동물이었기 때문이지요. 특히 조선시대에는 호랑이가 액운을 막아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매년 정초가 되면 호랑이를 그려 대문과 집안 곳곳에 붙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호랑이 그림 중에서도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와 그 밑에 앉아 이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호랑이를 그린 그림이 있습니다. 이를 ‘까치 호랑이 그림’이라 하는데, 다른 호랑이 그림들과는 달리 언제나 까치와 소나무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고 토끼가 시중을 들고 있는 그림도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민화 중에서도 가장 해학적인 것 중 하나로 꼽힙니다.

호작도 (새창)
 ▶ 호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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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화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통 산수화는 실제 경치와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고 이상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데 반해, 민화의 산수화는 사실성보다는 풍경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과장되어 표현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근법은 완전히 무시되는 경향이 강하고, 도식화된 구름, 나무, 강, 배, 물고기 등을 함께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화의 산수화에는 우리나라의 산천을 그린 것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천을 그린 것도 있습니다. 산수화 중에서 가장 민화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금강산도와 관동팔경도가 있습니다.

금강산도 (새창)
 ▶ 금강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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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조도
꽃과 새가 있는 풍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부귀와 장수, 합격과 승진 등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어 아무 방에나 격식 없이 걸어 둘 수 있는 그림 중 하나였지요. 민화 속에 나타나는 새는 거의 대부분 암수 한 쌍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부부의 금슬이 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화조도에 그리는 꽃과 새는 늘 비슷한 조합을 이루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면 오리와 백로는 연꽃과 함께 그려지고 학은 소나무와, 그리고 봉황은 오동나무와 함께 그려집니다. 특히 화조도 병풍의 경우, 첫 폭과 끝 폭에는 언제나 송학과 봉황이 그려졌습니다.

쌍압도 (새창)
 ▶ 쌍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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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해도
어류를 그린 그림으로, 붕어, 잉어, 숭어, 송사리, 메기, 상어, 고래, 가오리, 게, 새우, 홍합, 조개 등이 주로 등장합니다. 어해도는 복된 삶을 기원하기 위해, 혹은 부부간의 화합과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 그려졌습니다. 특히 물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그림은 과거를 앞둔 사람들에게 출세를 기원하며 격려의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세 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중 ‘삼여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과거에 합격하여 출세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새우나 조개, 게 등의 갑각류를 소재로 한 그림은 축하와 화합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회갑이나 진갑 등의 잔치에 선물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유리도 (새창)
 ▶ 유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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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용화
기용화란 책거리나 호피도 등을 일컫는 것으로, 흔히 병풍에 그려지던 그림이었습니다. 책거리는 책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이나 책장 속에 책이 꽂혀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인데, 흔히 문방사우를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들이 함께 등장하곤 했습니다. 유교를 중시했던 조선에서는 학덕이 높은 사람을 우대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자신이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자랑하기 위해 이런 그림을 방 안에 두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책이 귀했기 때문에 책장 속에 책이 잔뜩 꽂혀 있는 그림을 대신 걸어두기도 했지요. 책거리는 다른 민화들과는 달리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인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역원근법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입니다. 호랑이 가죽을 펼쳐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그린 호피도는 방 안을 장식하기 위한 용도뿐만 아니라 잡귀를 쫓는 역할도 했습니다.

책갑도 (새창)

 ▶ 책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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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수화
영수화는 용, 봉황, 기린, 해태 등 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린은 동물원이나 TV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닌 상상속의 동물로, 수컷을 ‘기’라 하고 암컷을 ‘린’이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영수화로는 사신도를 꼽을 수 있는데, 사신이란 동서남북 네 방향을 수호하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말합니다. 이는 동양의 음양오행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옛 사람들은 사신이 죽은 사람을 잡귀로부터 지켜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참고자료
     민화이야기 / 윤열수 / 디자인하우스(2003)
     네이버캐스트 ‘민화’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heritage/3088)
     다음 & 네이버 백과사전

 

 

>국가지식포털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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