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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국박물관 소장 `고려시대 불교미술품`

깜보입니다 2011. 11. 8. 08:57

 

 

고려시대의 연구자료, 불교 미술품
영국박물관의 한국실은 1998년 영국도서관이 세인트 판크라스 역 옆에 있는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확보된 공간에 국제교류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설치되어 2000년 11월 8일에 개관하였다. 한국 관련 소장품은 1880년대 일본에서 근무했던 금속공학자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윌리엄 가울랜드(William Gowland)가 1884년 한국에서 수집하여 박물관에 기증한 삼국시대 토기를 시작으로 최근 한광호 선생 기증 기금으로 구입한 조선시대 회화까지 다양하다. 영국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 대한 조사가 국립문화재연구소 국외박물관 한국문화재 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고서가 근년 간 발간될 예정이다.

 

영국박물관 소장 한국 문화재는 다른 서구 박물관의 소장품과 마찬가지로 도자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수집 경위와 함께 소개된 바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도자기 이외의 고려시대 불교미술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시대 유물은 순청자, 상감청자 등의 도자기와 청동거울, 금제장신구, 향완 등의 금속공예품, 나전칠기, 불설아미타경 등 290여 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나전칠기 경함을 비롯한 불교미술품은 우리나라에도 남아 있는 예가 많지 않는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고려시대의 불교문화뿐만 아니라 당시의 공예 기술을 연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처의 말씀,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불교의 경전을 손으로 베껴 써서 책으로 만든 사경寫經은 처음에는 부처의 말씀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불교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제작하였으나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사경 행위 자체를 공덕을 쌓는 것으로 여겨 금과 은으로 정성을 담아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이러한 사경은 불교를 국교로 삼은 고려시대에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빌기 위한 불사佛事의 하나로 크게 유행하였다.

영국박물관 소장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으로 감색종이紺紙에 금으로 변상도를 그리고 은으로 글자를 썼다. 본문 앞부분에는 불교 경전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인 변상도變相圖가 두 쪽에 걸쳐 그려져 있다. 매우 도식화되고 여백을 남김없이 채운 14세기의 전형적인 변상도 양식이다. 본문 뒷부분에는 1341년 승려 고총聰古이 그의 어머니를 위해 제작하였다는 내용의 발원문이 있다(比丘聰古 特爲 慈親寫此 阿彌陀經一部 以延福壽於 三寶光中吉祥如意者 至正元年 五月).

 

정교와 세밀의 절정, 나전칠기 경함螺鈿漆器 經函
고려시대의 나전칠기는 지금까지 알려진 작품이 모두 16점으로 불교와 관련된 경함, 염주합, 불자拂子와 화장구로 알려진 모자합母子盒 등 이다. 영국박물관 소장품은 빈틈없이 섬세한 자개 조각으로 국화 송이를 당초 줄기로 정연하게 엮어 배치한 무늬를 가진 경책經冊을 담는데 사용한 함이다. 방형 몸체에 모깍기한 뚜껑이 있는 형태로 석관과 함께 고려시대의 양식적 특징을 보여준다. 1272년(원종 13)에 대장경을 넣어둘 함을 제조하기 위해 설치된 전함조성도감鈿函造成都監에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나전에 관해서는 문종(文宗, 1019년~1083년)이 요나라 왕실에 나전칠기를 선물로 보냈다는 내용이 있는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를 비롯한 문헌 기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그 기법이 매우 정교하고, 그 세밀함은 가히 귀하다고 할 만하다’고 언급하여 당시의 고려 나전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아있는 실물 자료가 많지 않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점을 제외한 유물들은 영국박물관을 포함한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 흩어져 있다.

 

세련된 금속공예품, 향완香과 정병淨甁
향완이란 불단佛壇에 안치해 놓고 향을 피우는 데 사용한 고려시대의 향로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표현된 박산향로와 백제의 금동대향로, 통일신라의 병향로 등 고대 향로가 고려시대에 이르러 바리 모양의 몸체와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는 받침을 가진 정형화된 형태로 변화하였다. 이와 같은 고려시대의 향완은 현재 70여 점이 남아 있는데 이 중 두 점을 영국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향완은 일반적으로 몸체와 기대를 별도로 주조하여 결합하는데, <사진 5>의 지정십팔년 소재사至正十八年 逍災社 향완은 보는 것과 같이 나팔 모양의 받침대만이 남아 있다. 받침대의 중심에 굵고 가는 은입사로 용무늬를 생동감 있게 가득히 돌리고, 그 위에 활짝 핀 연꽃의 잎을 올려 장식하였다. 당시의 금속공예 기술을 보여주는 표면의 은입사 문양은 섬세하면서도 화려하다. 받침대 아래 부분에는 굽이 부착되어 있는데 직선 면에는 여의두문如意頭文을, 마지막 단에는 명문을 은입사로 새겼다. 명문에는 이것이 비슬산 소재사 지장전의 향완이며 주상전하, 공주전하, 왕후전하의 무병장수와 태평천하를 바란다는 내용과 함께 공덕주와 화주도 밝혀두었다. 연호와 발원자, 발원문, 소장 사찰과 봉안장소를 알 수 있어 당시의 은입사 공예품을 연구하는데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상과 발원계층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至正十八年戊戌六月日 毗瑟山 逍災社 地藏前 香 主上殿(下)萬歲 公主殿下 壽千秋 王后殿下 壽無疆 天下大平 大功德主 妙海 化主 逵海).

 

<사진 9>의 향완 역시 넓은 구연부를 가진 바리 모양의 몸체와 나팔 모양의 높은 받침대를 갖춘 고배高杯 모양이다. 향완 바깥 면 전체에 은사銀絲로 범자梵字를 비롯한 갖가지 문양을 베풀었다. 몸체 중앙 네 곳에 꽃무늬로 원을 만들고 그 안에 범자를 한 자씩 넣었다. 몸체 아래에는 연꽃무늬가 돌아가며 새겨져 있고 받침대 윗부분에는 구름무늬가 있다. 받침대는 위쪽은 연꽃무늬, 중앙과 아래쪽은 덩굴무늬, 굽에는 구름무늬를 은입사 하였다.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불교적 장엄성이 표현되어 있다.

 

향완과 함께 고려시대 불교 금속공예품의 세련된 형태와 장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유물이 정병이다. 정병淨甁은 본래 깨끗한 물을 담는 물병으로 원래 인도에서 승려가 여행할 때 밥그릇이나 의복과 함께 매고 다니던 물병에서 유래한 것으로 범어로는 쿤디카Kundika라고 한다. 승려의 필수품이었던 것이 부처님 앞에 정수를 바치는 공양구로 변용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많은 수의 정병이 청동이나 청자로 제작되었으며, 때로는 그 표면에 은입사 또는 이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된 청자 상감 기법으로 물가풍경, 용, 구름, 연판 등의 문양을 시문하였다.

 

글 · 오세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영국박물관 파견 근무
사진 · Copyright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글쓴이 : 한국의재발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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