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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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보입니다 2018. 12. 13. 08:50

[박정웅의 여행톡] 강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강진(전남)=박정웅 기자 입력 2018.12.13.       

초겨울 햇살 영롱한 남도의 품
옛 선인 머물던 비경에 해상레포츠까지 '신구조화'

           - 강진만 망호출렁다리와 낙조. /사진=박정웅 기자
청자, 다산, 영랑…. 전남 강진의 자랑거리다. 일조량 많기로 전국에서 손꼽는다는 강진은 한겨울에도 온화하다. 강진여행은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뉜다. 앞의 자랑거리 셋에 하멜 권역을 더하면 된다. 이중 사람 아닌 것은 청자 하나뿐. 하지만 청자 역시 오랜 세월 사람이 빚어낸 것이다. 그러니 강진여행은 모두 사람과 잇댄 것이랄 수 있다.

강진에 또 다른 자랑거리가 생겼다. 강진 땅 남쪽을 물길로 가르는 강진만 힐링여행과 가우도 레포츠여행이 그것이다. 아홉 고을의 물길이 흘러든다는 탐진강 구강포는 강진만의 기수역에 해당한다. 드넓은 강진만 갈대밭은 낙조와 어우러져 정취가 그윽하다. 또한 바다를 가르는 가우도 짚라인, 요트, 제트보트는 강진여행의 쪽빛 콘텐츠다.

◆하멜 머물던 전라병영성

                 - 해자 복원사업이 한창인 전라병영성.
남도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웬 풍차인가. 사람과 잇댄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눈 푸른 이방인이다. 은둔의 나라 조선을 서양에 최초로 알린 <하멜 표류기>의 저자인 헨드릭 하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선원인 하멜은 13년간 조선에 머물렀다. 이 중 7년간 기거한 데가 병영면의 전라병영성 일대다. 말이 기거이지 억류된 하멜 일행은 화포 제작 등 각종 노역에 유치됐다.

기막힌 인연도 있었는데 낯선 땅에서 같은 네덜란드인을 만난 것. 20여년 전 하멜과 비슷한 경로로 조선에 흘러들어온 박연(얀 야너스 벨테브레)과의 조우다. 박연 역시 하멜처럼 일본 나가사키 항해 중 제주도에 표착했다.

                          - 하멜 기념상과 풍차
같은 표류 스토리를 간직한 두 사람의 앞길은 엇갈린다. 조선인 아내에다 아들과 딸까지 둔 박연은 병자호란에 참전, ‘조선귀신’이 된 조선인이다. 또 하멜 일행을 만났을 때 통역에 애를 먹었다는 ‘웃픈’ 일화가 전한다. 벼슬까지 했으니 그동안 네덜란드 말을 죄다 까먹었다는 얘기다. 반면 하멜은 오매불망 네덜란드인이었다. 제주도, 서울, 강진, 순천 등 전국을 전전한 이유도 부단한 탈출 시도 탓이다. 결국 탈출에 성공, 나가사키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하멜 표류기>를 완성한다.
          - 전라병영성과 하멜기념관은 수인산을 배경으로 들어섰다.
병영면에는 풍차가 돋보이는 하멜기념관이 있다. 하멜기념관 건너편은 마천목 장군이 쌓았다는 전라병영성이다. 병영면 지명은 이 전라병영성에서 유래한다. 하멜기념관 뒤로는 병영마을이다. 키 높은 옛 담장이 병영마을을 휘감는다. 빗살무늬 문양으로 흙과 돌을 켜켜이 쌓은 게 인상적이다. 담장이 높은 이유는 일종의 사생활 보호 차원이었다. 병영마을은 앞뒤의 전라병영성과 수인산성을 잇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다산과 영랑의 묵향

             - 다산이 강진 땅에서 처음 4년간 묵었다는 사의재.
뭍것과 갯것, 날것이 풍족한 강진 땅은 날까지 따뜻해 사람을 품기에 족했다. 다산 정약용과 영랑 김윤식이 대표적이다. 토박이인 영랑에 반해 다산은 외지인이다. 지금의 남양주(조안면) 사람인 다산은 유배의 땅에서 학문의 빛을 발했다. 유배가 철학의 깊이를 더한 셈이다. 어떤 이는 강진 하면 다산을 가장 앞에 내세운다. 강진은 다산과 떼려야 뗄 수 없고 다산과 그의 철학 또한 강진 땅과 맞닿아 있다는 소리다. 이는 다산연구의 대가인 박석무 다산연구소장이나 토굴에 기거한 유명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이의 이구동성이다.

읍내에는 다산과 영랑의 발자취를 간직한 데가 있다. 사의재(四宜齋)와 영랑 생가가 그곳이다. 사의재는 다산의 강진 18년 유배사의 출발지다. 동짓달 귀양길, 지칠 대로 지친 다산에게 따뜻한 밥과 자리를 내준 이는 주막집 아낙이었다. 다산이 강진 땅에서 처음 4년간 머문 데가 이 주막집이다. 사의재와의 인연은 어쩌면 훗날 다산과 다산철학을 있게 한 밑거름일 수 있다. 일단 얼어 죽거나 굶어 죽지 않았고 온정과 배려에 희망까지 길러냈으니 말이다.    

                 - 영랑 생가. 생가 뒷편 동백나무와 대나무가 푸르다.
한양 벼슬아치와 남도 주모와의 만남. 촌부가 건넨 밥과 술, 그리고 격려에 힘입어 다산은 학문의 불씨를 키웠다. 다산은 사의재기(四宜齋記)에 이렇게 적었다. ‘생각을 맑게 하되 더욱 맑게, 용모를 단정히 하되 더욱 단정히, 말을 적게 하되 더욱 적게, 행동은 무겁게 하되 더욱 무겁게 하라.’ 이 네가지를 바르게 하는 것을 스스로 주문한 다산은 사의재에서 <경세유표>를 집필했다.

군청 가까이에는 영랑 생가가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등 주옥같은 서정시를 발표한 김윤식 선생의 생가다. 생가에는 담, 샘, 동백나무, 모란, 장독대, 감나무, 은행나무 등 영랑의 시세계를 풍부하게 한 소재가 눈길을 끈다. 생가 바로 옆에는 영랑이 주도한 시문학파 기념관이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과 가우도

          - 데크길로 이뤄진 강진만 생태공원 탐방로를 걷는 탐방객들.
                                  -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밭.
강진만은 탐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곳이다. 강진만 생태공원의 주인은 갈대다. 이곳 갈대는 자르거나 꺾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특징이다. 탐방로 건너편에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모자(母子)로 보이는 고니 한쌍이 서로의 품을 파고든다. 갈대밭과 갯골을 잇는 데크형 탐방길을 느릿하게 걸음하면 좋다. 갈대꽃이 머리를 숙이는 해넘이에 강진만은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다.
                   - 망호해안과 가우도를 잇는 망호출렁다리.
강진만 한가운데 소 멍에 모양의 섬이 있다. 망호포구에서 출렁다리로 이어지는 가우도다. 강진만 8개의 섬 중 유일한 유인도다. 전라남도 선정 ‘가고 싶은 섬’ 가우도는 최근 레포츠 명소로 뜨겁다. 가우도 정상 청자타워와 건너편 저두해안을 잇는 해상 짚트랙(973m)이 설치된 까닭이다. 세개의 라인에서 세명이 동시에 짜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스릴은 바다에서도 만만치 않다. 제트보트가 강진만과 남해를 시원하게 질주한다. 뿐이랴. 다산초당을 품은 만덕산과 우람한 덕룡산 풍광을 바라보며 펼치는 뱃놀이(요트체험)도 있다.   
  - 저두해안과 가우도를 잇는 저두출렁다리. 강진만에서는 요트체험도 할 수 있다.         
레포츠에 앞서 가우도는 걷기여행 명소로 조명됐다. 강진만 양안(망호와 저두해안)에서 가우도를 잇는 두개의 출렁다리(해상도보교)가 ‘가고 싶은 섬’을 알렸다. 망호출렁다리(길이 716m)와 저두출렁다리(438m)는 가우도 생태탐방로(가우도 함께해길 2.4㎞)와 맞닿아 있다. 생태탐방로는 후박나무와 곰솔 군락, 당집(당제), 제주고씨 터, 꼬막·조개캐기, 낚시·어선체험 등 가우도의 자연과 생태, 역사와 문화를 아우른다.

◆'2019 올해의 관광도시' 강진

    - 한국민화뮤지엄.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진은 보다 많은 여행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특히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세부정보를 제공, 여행 편의를 꾀했다. 4개 권역은 각각 영랑권(영랑생가·사의재·남미륵사·강진만생태공원·강진오감통), 다산권(백련사·다산기념관·다산초당·석문공원·가우도), 청자권(고려청자박물관·한국민화뮤지엄·초당림·강진청자판매장·마량미항), 하멜권(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백운동 별서정원·강진다원·무위사)이다. 남도의 맛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강진한정식(영랑권), 강진사초개불(다산권), 강진회춘탕(청자권), 병영 돼지불고기(하멜권)가 대표적이다. <취재협조=강진군문화관광재단·SRT·여행공방>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강진(전남)=박정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