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펌)산 채로 분쇄, 눈뜬 채 도살

깜보입니다 2021. 4. 5. 11:23

산 채로 분쇄, 눈뜬 채 도살…우리가 먹는 동물들의 삶 -비육우의 동물복지

 

게시글 본문내용

산 채로 분쇄, 눈뜬 채 도살…우리가 먹는 동물들의 삶

 

2021.04.05 (09:24)

 


요리사 모자를 쓴 채 활짝 웃는 닭, 너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돼지. 정육점이나 고깃집을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림들입니다. 우리가 먹는 동물들, 오로지 먹기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은 정말 그림에서와 같은 삶을 살다 죽는 걸까요?

■ "죽어라 낳거나 죽어라 찌거나"

한국인이 1년 동안 무려 10억 마리를 소비하고 있는 닭부터 볼까요.

닭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달걀을 얻기 위한 산란계와 고기를 얻기 위한 육계입니다. 인간의 쓸모에 따라 워낙 다른 품종으로 개량되다 보니 산란계는 죽어라 알을 낳는 일 외엔 쓸모가 없고, 육계는 죽어라 살을 찌우지 않고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데 알 낳는 산란계가 수놈으로 태어나면 어떨까요.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만든 품종인데 알을 못 낳는 수컷으로 태어났으니,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결국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습니다. 주로 마대자루에 떼로 들어가 깔려 죽거나 분쇄기로 들어가 갈려 죽습니다. 최근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알도 못 낳고 맛도 없는 쓸모없는 수평아리는 폐기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수평아리들의 죽음을 암시합니다.

 

현대 축산업의 이면을 드러내는 호주 다큐멘터리 ‘Dominion(2018)’의 한 장면. 갓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수평아리들이 의식이 있는 채로 분쇄기로 떨어지고 있다.


상품성이 없기에 이들은 편안히 죽을 처지도 못 됩니다. 상품으로 출하되는 동물들은 가스나 전기를 이용해 도축됩니다. 죽기 전 의식을 잃게 해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물보호법에도 규정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도축의 단계까지 가지 못 하는 수평아리들에 대한 처분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결국 국내 양계업계 상당수는 병아리의 의식이 있는 채로 마대자루에 넣어 깔려 죽이거나 분쇄기에 갈아 죽이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암컷은 공책만한 넓이의 닭장에서 매일 한 개 씩, 1년 반 동안 4백여 개가 넘는 달걀을 낳습니다. 더 이상 달걀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수평아리와 마찬가지로 분쇄기에 갈려 죽거나 싼값에 동남아 등에 팔려 나갑니다.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육계는 암수 구분 없이 살아남긴 하지만 한 달 안에 도축됩니다.

■ 한해 11.5억 마리 도살… 반려동물 140배

돼지는 어떨까요. 수퇘지는 특유의 냄새, '웅취'를 없애기 위해 어릴 때 거세합니다. 마취하려면 수의사를 불러야 하는데 이게 다 돈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작업자가 손으로 잡아당겨 떼어냅니다. 양돈업계에서는 "돼지가 어려서 크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론 극도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아 심하면 죽기도 합니다.

이빨과 꼬리도 자릅니다. 앉고서는 게 전부인 좁은 사육 틀(스톨)에서 살다 보면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돼지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때 생긴 상처는 돼지의 상품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마취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국내 한 돼지농가에서 새끼 돼지의 꼬리와 이빨을 자르고 거세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마취 없이 이뤄진다. 국내 대부분의 농가, 심지어 동물복지 농가에서도 비용과 시간 문제를 이유로 마취없이 외과적 처치가 이뤄지고 있다.


축산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편히 눈 감기 쉽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도살 시 고통을 최소화하고,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살로 넘어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와 전기를 이용해 기절시킨 뒤에도 여전히 상당수 동물은 다시 깨어나 의식이 있는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해 국내에서 식용 목적으로 도축된 동물은 11억 5천만 마리가 넘습니다. 이는 국내 반려동물 8백만 마리(추정)의 140배가 넘는 수입니다.

■ 오직 인간을 위해 태어나고 죽는 삶

우리가 먹는 축산 동물들의 삶. 어차피 죽는 삶이라지만, 이것이 곧 사는 동안 모든 고통을 감내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오로지 인간을 위해 태어나고 살고 죽는 생명인 만큼 살아 있는 동안에라도 불필요한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남 거창에 위치한 한 동물복지 농가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는 동물복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2018년 동물복지 전담 부서를 만들었지만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위주입니다. 지난해 관련 예산은 반려동물에 88억 원이 집중돼 축산동물에는 4억 원이 전부였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동물 관련 법안 50여 개도 대부분 반려동물과 실험동물 위주입니다.

KBS는 오늘(5일)부터 이틀 동안 축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보도합니다. 이와 함께, 살아 있는 동안에라도 동물이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동물답게 클 수 있도록 하자는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 의미와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 봅니다. 이 같은 노력이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 이로운 일이기도 한 이유도 알아봅니다. / 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비육우의 동물복지

경인일보 [참성단] 윤인수 2019-08-13

 

 


전주시는 지난 7월 1일 전국 최초로 동물복지 전담부서인 '동물복지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의 수가 증가하면서 동물 유기와 학대도 증가하는 현실에서 전주시민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임무를 전담하는 부서라 한다. 반려동물, 유기동물, 길고양이, 전시동물, 시민참여 등 5개 분야별로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추진한다는 야심찬 조직개편에 전국의 동물 애호가들이 환호했다.

반려동물 유기와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면수심을 비난하는 사회적 저항이 커지면서 급기야 동물복지를 전담할 행정조직까지 등장했으니, 전주시를 따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을 이을지 주목된다. 선출직에겐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반려동물 주인들의 환심을 사는 일이 매력적일 수 있어서다. 부모 자식 보다 반려견과 반려묘와의 정서적 유대가 각별해진 문화적 추세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반려동물을 향한 동물권이 확대되고 동물복지가 구체화 되는 추세와 달리 식용동물에 대한 동물복지는 더디기 짝이 없다. 동물보호단체의 개 식용 금지 캠페인이 드세지만 전통적인 식용 가축들의 열악한 사육환경은 동물복지와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에선 소가 특히 그렇다. 원인은 마블링을 기준으로 고기 등급을 결정하는 소고기 등급제다. 대리석 무늬와 같은 마블이 그물처럼 촘촘히 박힐수록 최상품 소고기 대접을 받는다.

등급별로 고기 값 차이가 크니 축산농가에선 제한된 시간 안에 소의 지방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좁은 우리에 가두고 사료를 먹이고, 출하 전엔 옥수수 사료만 먹인다. 섬유질이 없는 옥수수 사료를 먹은 소는 되새김질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포화지방은 차곡차곡 쌓인다. 지방세포 증식에 방해가 되는 비타민A 공급을 중단해 장님이 되는 소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환상적인 마블링을 얻기 위한 비인도적인 소사육 환경도 개선될 모양이다. 우선 마블링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지방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환상적인 마블링이 심장·혈관질환의 원흉이라는 정체를 드러내면서, '투뿔(1++)'을 향한 소비 열망이 급속히 식고 있다. 마블링이 소고기 등급 기준이 된 데는 글로벌 사료업체들의 농간이 개입됐다는 음모설도 정설이 되고 있고…. 마침 정부도 마블링 기준을 완화한 새로운 소고기 등급제를 연말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억지로 지방을 불려 온 한국 소들도 이제 동물복지의 사각지대를 탈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인수 논설

 

 

소고기 하루만 참으면, 자동차 3개월치 탄소 줄인다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2021.04.01

 

(사진 본사DB)/뉴스펭귄

 

 

채식주의자 또는 특정한 종교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면, 소고기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먹는 육류의 하나다. 하지만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소고기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소고기를 덜 먹으면 그만큼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과학적 사실이 속속 발표되면서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책 '육식의 종말'에 따르면, 소를 사육하려면 초지가 필요하고 초지 조성을 위해 대규모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 또 소에게 먹일 사료로 쓰이는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소가 풀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방귀나 트름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는데, 소 한마리가 매년 방출하는 메탄의 양은 평균 70~120㎏ 수준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의 2019년 통계 기준으로 전 세계에 약 15억7000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이 소들은 연간 약 1억500만~1억8000만t의 메탄을 배출한다. 트림과 방귀를 통해서다.

 

관련기사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는 '우리가 날씨다'라는 책에서 만약 전세계에 소들을 하나의 국가로 친다면 중국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 3위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소고기 1인분을 먹는 것은 이산화탄소 3㎏을 배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소 사육이 기후위기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뿐 만이 아니다. 소를 사육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물이 소요되는데, 물발자국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의 자료에 따르면 각 식품 1kg을 생산할 때 채소의 물 발자국은 322L가 발생하는데 비해 소고기는 1만5415L가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채식위주 식단을 권장했다. 하루 최소 400g에 해당하는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고 50g 이하의 설탕과 43g 이하의 고기를 먹을 것을 추천하고 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옥스퍼드 대학교(Oxford University) 연구팀은 WHO가 권장하는 채식 식단에 따를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29~7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4인 가족이 1주일에 하루만 고기, 치즈를 제외한 채식 식단을 실천하면 5주 동안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은 것과 같은 양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낼 수 있다.

또 1주일에 하루만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3개월 동안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2019년 8월 발표된 기후위기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기후변화와 토지(Climate Change and Land)' 특별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사람들이 동물성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채식을 할 경우, 80억t가량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2018년 전 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371억t 중 2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식단 구성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율 (사진 IPCC 기후변화와 토지 보고서)/뉴스펭귄

포어는 '우리가 날씨다'에서 존스 홉킨스대학 보고서를 인용, "전 세계의 고기와 유제품 소비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비농업 부문에서 배출량을 크게 줄인다 해도 전 세계 평균기온은 2도 이상 오를 것"이라며 동물성 제품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위기라는 시한폭탄을 해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은비 기자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