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 중에서 가치가 큰 것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2009년 10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72개의 예능과 53개의 기능 종목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총 182명(중복 지정 1명 제외)이 인간문화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6일에는 가곡, 대목장, 매사냥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우리나라는 이미 등재된 판소리와 강릉단오제 등을 포함하여 총 11종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형문화재는 무엇이고 어떻게 지정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무형문화재들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지식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문화재 학술조사 연구정보 DB(http://www.nricp.go.kr)의 도움을 받아 형체는 없지만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내려온 소중한 무형유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무형문화재란 무엇인가
문화재란 예술, 과학, 종교, 민속, 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지니고 있는 인류 문화 활동의 소산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는 크게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로 구분됩니다.
여기서 무형문화재란 연극, 음악, 판소리, 무용, 놀이, 의식, 무예, 공예기술 등 형체는 없지만 우리 민족의 흥과 얼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이 가운데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크고 보존 및 전승이 필요한 종목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예술적, 기술적 능력을 지닌 사람을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重要無形文化財保有者)라고 하는데, 흔히 ‘인간문화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 |
▶ 불교적 색채가 강한 민속무용 승무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출처 : KTV한국정책방송원(행정정보DB) ☞ 바로가기 |
이러한 무형문화재 제도는 현대화의 영향으로 사라지거나 변질될 위험이 있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 도입되었는데,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시·도지사가 문화재보호법을 근거로 한 조례에 의하여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에서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지정하는 ‘지방무형문화재’로 구분됩니다.
>>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기준
중요무형문화재 지정기준은 다음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역사상, 학술상, 예술상 가치가 크고 향토색이 현저한 것입니다.
ㆍ연극 : 인형극, 가면극
ㆍ음악 : 제례악, 연례악, 대취타, 가곡, 가사 또는 시조의 영창, 산조, 농악, 잡가, 민요, 무악, 범패
ㆍ무용 : 의식무, 정재부, 탈춤, 민속무
ㆍ공예기술 : 도자공예, 피모공예, 금속공예, 골각공예, 나전칠공예, 제지공예, 목공예, 건축공예, 지물공예, 직물공예, 염색공예, 옥석공예, 수매듭 공예, 복식공예, 악기공예, 초고공예, 죽공예, 무구공예
ㆍ기타 : 의식, 놀이, 무예, 음식제조 등
ㆍ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한 예능의 성립 또는 구성상 중요한 요소를 이루는 기법이나 그 용구 등의 제작·수리 등의 기술
>> 무형문화재의 전승체계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제도는 무형문화재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전승을 위해 보유자-전수교육조교-이수자-전수장학생(일반전수자)으로 이어지는 전승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 보유자
중요무형문화재의 기능 또는 예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관계전문가의 조사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정받습니다. 보유자는 자신의 기·예능을 전수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자질과 뜻이 있는 전수생을 선발하여 교육을 해야 합니다.
■ 전수교육조교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의 전수교육을 보조하기 위하여 기량이 뛰어나며 전승자로서의 자질이 있는 이수자 중에서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의 추천과 관계전문가의 조사와 평가, 그리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 사람을 말합니다.
■ 이수자
전수장학생으로 선정된 후 3년 이상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기·예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인정받은 사람을 말합니다.
■ 전수장학생
무형문화재의 기·예능을 전승하고자 하는 사람 중에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의 추천을 받아 선발합니다.
>>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에 의거하여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표목록 또는 긴급목록에 각국의 무형유산을 등재하는 제도입니다. 세계무형유산 대표목록은 언어, 문학, 음악, 춤, 놀이, 신화, 의식, 습관, 공예, 건축, 기타 예술 형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무형유산 등재 건수는 총84개국 213종이며, 우리나라는 총 11종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2001년)
종묘제례란 종묘에서 행하는 제향의식으로, 조선시대의 나라제사 중 규모가 크고 중요한 제사였기 때문에 종묘대제(宗廟大祭)라고도 했습니다. 유교가 국가의 근본이념이었던 조선에서는 조상에 대한 숭배를 인간의 도리이자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법도로 여겨 제사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 그리고 나라에 공적이 있는 공신들의 신주를 모셔 놓은 사당인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효’를 실천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제례는 최고의 품격을 갖추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장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 |
▶ 종묘제례악 출처 : KTV한국정책방송원(행정정보DB) ☞ 바로가기 |
종묘제례악은 종묘에서 제사를 드릴 때 의식을 장엄하게 치르기 위하여 연주하는 기악, 노래, 춤을 말합니다. 조선 세종 때 궁중희례연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보태평(保太平)과 정대업(定大業)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세조10년(1464) 제례에 필요한 악곡이 첨가되면서 종묘제례악으로 정식 채택되었습니다. 종묘제례악은 이후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약화되었으나 광해군 때 점차 복구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습니다.
■ 판소리 (2003년)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북치는 사람)의 장단에 맞추어 일정한 내용을 소리(창), 아니리(말), 너름새(몸짓)를 섞어가며 구연(口演)하는 일종의 솔로 오페라입니다. 판소리가 발생할 당시에는 그 수가 많았으나, 충·효·의리·정절 등 조선시대의 가치관을 담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만이 보다 예술적인 음악으로 가다듬어져 판소리 다섯마당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시대적 정서를 나타내는 전통예술 판소리는 삶의 희로애락을 음악과 함께 해학적으로 표현하며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 |
▶ 판소리 출처 : KTV한국정책방송원(행정정보DB) ☞ 바로가기 |
■ 강릉단오제 (2005년)
음력 5월 5일 단오는 수릿날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높은 날’ 또는 ‘신 날’이라는 뜻입니다. 본래 단오는 보리를 수확하고 모심기가 끝난 뒤에 한바탕 놀면서 쉬는 명절로서 풍농기원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수릿날의 전통을 계승한 강릉단오제는 오랜 역사의 과정을 걸쳐 온 전통문화 전승의 장으로 제례, 단오굿, 가면극, 농악, 농요 등 예술성이 뛰어난 다양한 무형문화유산과 함께 그네뛰기, 창포머리감기, 수리취떡먹기 등 한국의 역사와 독창적인 풍속이 전승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통축제입니다.
■ 강강술래 (2009년)
강강술래는 노래, 무용, 음악이 삼위일체의 형태로 이루어진 원시종합예술입니다. 춤을 추는 여성들 중에서 노래 잘하는 한 사람이 설소리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뒷소리를 받는 선후창의 형태로 진행되며, 노랫소리에 맞춰 많은 여성들이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춥니다. 전통적으로 강강술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기절기인 설, 대보름, 단오, 백중, 추석, 9월 중구 밤에 연행되었는데, 특히 팔월 추석날 밤에 대대적인 강강술래 판이 벌어졌습니다. 초저녁에 달이 뜰 때 시작하여 달이 서산에 기울 때까지 계속 이어졌던 강강술래는 여성들의 활달한 기상과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소박한 생활 감정과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노랫말은 민족의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
▶ 강강술래 출처 : KTV한국정책방송원(행정정보DB) ☞ 바로가기 |
■ 남사당놀이 (2009년)
남사당놀이는 꼭두쇠(우두머리)를 비롯해 최소 40명에 이르는 남자들로 구성된 남사당패가 각 지방을 떠돌며 주로 서민층을 대상으로 했던 놀이를 말합니다. 현실의 삶에 억눌린 민중들에게 노래, 춤, 음악, 무용, 각종 기예 등을 선보이며 즐거움을 선사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양반사회의 부도덕성과 서민을 천대하는 현실을 풍자를 통해 비판하고 민중의식을 일깨우는 역할도 했습니다. 열린 공간에서 놀이판이 벌어졌던 남사당놀이는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오늘날 민족 예술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 영산재 (2009년)
영산재는 49재(사람이 죽은 지 49일째 되는 날에 지내는 제사)의 한 형태로, 영혼이 불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하는 의식입니다. 야외에 영산회상도를 거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영산재는 복잡하고 장엄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데,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기 위해 해금, 북, 장구, 거문고 등의 각종 악기가 연주되고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등도 춥니다.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여러 중생이 모인 가운데 법화경을 설교하는 모습을 재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영산재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 부처님의 참 진리를 깨달아 번뇌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하고, 공연이 아닌 대중이 참여하는 장엄한 불교의식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 |
▶ 영산재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 바로가기 |
■ 제주칠머리당영등굿 (2009년)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本鄕堂)인 칠머리당에서 하는 굿입니다. 작은 어촌 마을인 건입동 주민들은 물고기와 조개를 잡거나 해녀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마을 수호신인 도원수감찰지방관(都元帥監察地方官)과 요왕해신부인(龍王海神夫人) 두 부부에게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비는 굿을 했습니다. 굿날이 되면 건입동 주민 뿐 아니라 제주시내의 어부와 해녀들도 참가하고 각 가정에서 제사에 쓰일 음식을 차려서 당으로 가져옵니다. 그러면 매인심방이 징과 북, 설쇠 등의 악기 장단에 맞추어 노래와 춤으로 굿을 진행하지요.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영등신에 대한 제주도 특유의 해녀신앙과 민속신앙이 담겨져 있는 굿이며, 우리나라 유일의 해녀의 굿이라는 점에서 그 특이성과 학술적 가치가 있습니다.
■ 처용무 (2009년)
처용무는 ‘처용’가면을 쓰고 추는 춤으로, 통일신라 제49대 헌강왕 때 살던 처용이 아내를 범하려던 역신(疫神 : 전염병을 옮기는 신)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궁중무용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추는 처용무는 가면·의상·음악·춤이 어우러진 수준 높은 무용예술로, 춤의 내용에는 음양오행설의 기본정신을 기초로 하여 악운을 쫓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통일신라에서 고려후기까지는 한 사람이 춤을 추었으나 조선 세종 때에 이르러 지금과 같은 다섯 사람으로 구성되었고, 성종 때에는 더욱 발전하여 궁중의식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조선 후기까지 노래의 가사나 음악을 바꾸어가면서 전승되어 왔습니다.
![]() |
▶ 처용무 출처 : KTV한국정책방송원(행정정보DB) ☞ 바로가기 |
■ 가곡 (2010년)
가곡은 시조시(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에 곡을 붙여서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으로, ‘삭대엽(數大葉)’ 또는 ‘노래’라고도 합니다. 가곡의 원형은 만대엽, 중대엽, 삭대엽 순이나 느린 곡인 만대엽은 조선 영조 이전에 없어졌고, 중간 빠르기의 중대엽도 조선말에는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의 가곡은 조선 후기부터 나타난 빠른 곡인 삭대엽에서 파생한 것으로, 가락적으로 관계가 있는 여러 곡들이 5장 형식의 노래모음을 이룬 것입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가곡은 우조, 계면조를 포함하여 남창 26곡, 여창 15곡 등 모두 41곡이지만, 이 가운데 여창은 남창가곡을 여자가 부를 수 있도록 조금 변형시킨 것으로 남창과 거의 동일합니다.
■ 대목장 (2010년)
우리나라에서는 나무 다루는 사람을 전통적으로 목장, 목공, 목수라 불렀습니다. 목장 가운데 궁궐이나 사찰 또는 가옥을 짓는 등 건축과 관계된 일을 대목(大木)이라 했고, 그 일을 하는 장인을 대목장(大木匠)이라 불렀지요. 대목장은 설계, 시공, 감리 등 나무를 재료로 하여 집을 짓는 전 과정의 책임을 지는 장인으로서 건축과 관련된 모든 기술과 기법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장인들을 지휘하는 통솔력도 있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대목장 전통을 통해 문화적 배경과 자연환경에 맞는 독특한 건축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 전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그 기능과 지식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했습니다.
![]() |
▶ 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대목장들 출처 : KTV한국정책방송원(행정정보DB) ☞ 바로가기 |
■ 매사냥 (2010년)
매를 훈련하여 야생 상태에 있는 먹이를 잡는 방식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식량 확보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자연과의 융화를 추구하는 야외활동을 자리매김 했으며, 전 세계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전승되고 있습니다. 처음 잡은 매는 야성이 강하여 매섭게 날뛰기 때문에 숙달된 봉받이가 길들이기를 합니다. 매를 길들이기 위해서 방안에 가두어 키우는데, 이를 ‘매방’이라고 하지요. 매사냥은 개인이 아니라 팀을 이루어서 하며, 꿩을 몰아주는 몰이꾼(털이꾼), 매를 다루는 봉받이, 매가 날아가는 방향을 봐주는 배꾼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매사냥은 한국, 아랍에미리트, 벨기에, 프랑스, 몽골 등 11개국이 공동으로 등재한 유산으로, 국제적 협력이 돋보이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참고사이트
문화재청 (http://www.cha.go.kr)
서울무형문화재 (http://www.seoulmaster.co.kr)
(사)한국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http://www.kpicaa.co.kr/index.asp)
>국가지식포털
'문화유산e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왕오천축국전, 1283년 만의 고국나들이 (0) | 2010.12.18 |
---|---|
[스크랩] 장승, 길목에 서서 민중과 함께 숨 쉬다. (0) | 2010.12.09 |
[스크랩] 장승, 길목에 서서 민중과 함께 숨 쉬다. (0) | 2010.12.03 |
[스크랩] 해외 반출 우리 문화재 얼마나 될까? (0) | 2010.11.29 |
[스크랩]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0) | 2010.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