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병풍(十長生屛風)
십장생(十長生)이란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10가지 경물과 동-식물로
자연에선 해(日), 월(月), 산(山), 내(川),
식물로는 대나무(竹), 소나무(松), 영지(靈芝:불로초),
동물로는 거북(龜), 학(鶴), 사슴(鹿)등을 일컫는다.
때로는 돌(石), 물(水), 구름(雲)을 꼽기도 하고
신선이 먹는 다는 천도(天桃)를 그려넣기도 한다.
십장생 그림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아주 널리 사랑받았다.
왕과 왕비의 내실에 장식되어 어떤 병풍은 가운데에 4개의 붙밝이창이 뚫려있다.
경복궁 자경전 굴뚝에선 벽화로도 장식되어 있다.
이것이 민간으로도 그대로 전해지어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아 병풍. 필통, 함, 장롱, 술병,베갯모, 수저보 등에 도자기, 자수, 목공예, 병풍 등으로 수도 없이 제작되었다.
이 십장생은 우리 조상들이 신선사상과 민간신앙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독특한 도상이며 관념체계이다.
중국과 일본에는 십장생 그림이 없을 뿐 아니라 장생은 있어도 십장생이라는 개념은 없었던 듯 아직까지 중국문헌에서 십장생이란 단어를 확인하지 못했다.
십장생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말 목은 이색이 “우리 집에는 세화(歲畵:설맞이 그림) 십장생이 있는데 10월인데도 아직 새 그림 같다”고 노래한 것이다.
또 조선 초 성현은 연초에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십장생에 대해 시를 남겼다.
십장생도의 도상은 기본적으로는 궁중에서 사용된 십장생병풍이었다.
8곡 내지 10곡병풍을 대폭의 화면으로 삼아 험준하면서도 환상적인 산자락을 화면가득 메우고 아래쪽으로는 소나무, 천도복숭아가 줄지어 펼쳐지며 그 사이로는 냇물과 사슴, 거북, 영지가 점점이 배치된다.
화면 위로는 해와 달이 떠 있고 학이 무리지어 날고 있다. 불로장생의 현장 같기도 하고 신선의 세계 풍광 같기도 하다.
진채(眞彩)로 그려진 궁중 십장생병풍은 장엄한 청록산수화이다.
고려시대에 고려불화가 있었다면 조선시대에는 십장생병풍 같은 궁중 장식화가 있었다는 찬사를 모낼 만하다.
왕세자 치유 십장생병풍
조선시대 왕실에는 십장생병풍을 많이 제작하였다.
왕과 왕비의 내전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옥외 행사를 위해 항시 여러 틀이 상비되어 있었다. 왕실의 혼례나 환갑 같은 큰 잔치 때는 그 행사를 위해서 별도로 새 십장생병풍을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오늘날에도 제법 여러 틀이 전해져 현재 알려진 것이 20점 정도 된다.
국립고궁발물관에는 불발기창이 나 있는 실내 장식용만도 10여점 남아 있다.
이 십장생병풍은 거의 똑같은 도상의 청록진채화(靑綠眞彩畵)로 대개 19세기 작품이다.
시대가 오래된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실제로 사용했던 장식 병풍이기 때문에 낡으면 새로 제작하며 계속 교체했고, 이 때문에 왕조 말기에 남아 있던 것만이 전해지는 것이다.
본래 궁중의 십장생병풍은 민간에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일제강점기에 와서는 ‘이왕가(李王家) 유물’로 전락되고 관리가 허술한 틈에 외부로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한동안 십장생병풍은 장식 그림이라고 해서 본격적인 회회작품보다 예술성이 낮게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일찍부터 한국적 특색이 강한 이 왕실의 유물에 주목했다. 미국 오리곤대 박물관의 십장생병풍은 1924년에 서울에 있던 테일러 무역상사에서 구입한 것이다. 이 병풍은 특이 하게도 8폭의 십장생 그림에 별도로 영중추부사 이유원(李裕元)등 13명의 좌목(座目:이름과 관직)이 2쪽 붙어 있다. 박본수 학예연구사(경기도박물관)는 이 인물들은 고종 16년(1879), 6세 나이의 왕세자(순종)가 천연두에 걸렸을 때 치료를 맡았던 의약청의 관리들임을 ‘승정원일기’에서 확인했다. 왕세자의 병이 완치되자 이를 경하하면서 세자의 장수를 기원하며 그린 기념화로 그 제작 동기를 명확히 알려주는 유일한 십장생병풍이다.
그러나 본래 궁중장식화에는 화원의 낙관이 찍히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도 화가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다.
조선일보 2011.08.04과 11일 유홍준의 국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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