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스크랩] 숨 쉬는 그릇, 옹기

깜보입니다 2011. 9. 21. 08:27

김치 냉장고가 대중화되면서 사계절 내내 아삭아삭 신선한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반 냉장고와 다르게 김치 냉장고는 문을 열 때나 닫았을 때 항상 0℃ 내외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김치 냉장고의 원리는 땅 속에 묻어놓은 김장독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커다란 장독을 땅 속에 묻어 놓고 김장 김치를 보관했는데 한 겨울 땅 속 김장독에서 바로 꺼낸 얼 듯 말 듯 아삭한 김치 맛은 반찬이 많지 않은 겨울철 별미였습니다. 장독에 넣어둔 김치가 이렇듯 맛이 있었던 데에는 ‘숨을 쉴 수 있는’ 장독의 특성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 원리가 작용한 것입니다.

때문에 멋진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그릇에 보관했던 음식보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서민적이고 구수한 우리 옹기에 보관했던 음식의 신선도가 더 오래 보존되는 것을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식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http://www.emuseum.go.kr)' 와 '장서각 소장 국학자료 (http://yoksa.aks.ac.kr)'의 도움을 받아 조상의 지혜가 담긴 옹기의 과학적 원리와 옹기의 종류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옹기(甕器)란?

옹(甕, 瓮)은 ‘독’이라는 우리말의 한자어로 그릇의 형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보통 진흙만으로 반죽해서 구운 후에 잿물을 입히지 않아 윤기가 나지 않는 그릇을 일컫는 ‘질그릇’과 질그릇에 잿물을 입혀 구워 윤이 나고 단단한 그릇을 일컫는 ‘오지그릇’을 통틀어 옹기라 합니다. 옹기는 전통적으로 음식물을 저장하거나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등을 발효시키고 저장하는 발효용구로서 우리 조상들의 필수적인 생활용기로 사용해 왔습니다.

옹기 (새창)
옹기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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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의 역사

옹기가 정확히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 유물인 빗살무늬 토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진흙을 물에 반죽해 모양을 만들고 햇볕에 말려 사용해 왔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토기들은 쉽게 깨지고 액체를 담을 수 없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더 단단한 그릇이 필요하게 됐고 그래서 토기를 불에 굽기 시작한 것입니다.

옹기는 아마도 삼국시대 이후 그릇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단단한 도기, 유약을 바른 도기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와 같은 도자기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옹기는 서민들이 애용하던 생활용기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삼국시대 고구려의 안악 3호분 고분벽화에서는 크고 작은 독을 늘어놓은 장면을 발견할 수 있고, 백제와 신라시대에는 쌀, 술, 기름, 간장, 젓갈 등을 저장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시대에 와기전(瓦器典)이라 해서 옹기 생산을 담당하는 기관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인 12세기 초, 송나라 서긍이 쓴 <선화봉사 고려도경>에는 쌀과 장을 저장하는 용기로 큰독을 사용했고, 과일이나 식초, 식수 저장용으로도 사용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또 조선 초기 <경국대전>에서는 14개 기관에 옹장이 104명 있고, 각기 조역 2인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17세기에 들어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옹기에도 변화가 보입니다. 기존의 질그릇 표면에 약토를 입힌 옹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김준근의 풍속도에는 가마가 있는 옹기점과 제작 모습, 파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20세기 들어서도 옹기는 널리 사용되다가 현대에 이르러 생활방식의 변화와 플라스틱, 스테인레스 그릇 등 다양한 용기가 등장하면서 옹기 제작은 점차 쇠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옹기의 특성

옹기는 통기성과 저장성, 발효성, 경제성, 친환경성,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옹기의 특성을 살펴보겠습니다.

> 통기성

옹기가 높은 온도에서 잘 구워지면 옹기 내부에 있던 결정수가 빠져나가면서 미세한 통로인 기공이 무수하게 형성됩니다. 이 미세한 통로가 옹기 외부와 내부 사이의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 ‘숨 쉬는’ 그릇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 구멍은 크기가 매우 작아서 이보다 크기가 작은 산소는 쉽게 드나들 수 있지만 빗방울과 같은 것들은 통과할 수 없습니다. 또 물보다는 작고 산소보다는 큰 구조를 가진 소금기나 설탕기는 옹기 표면으로 흘러나가 맺히게 됩니다. 이를 두고 우리 조상들은 옹기가 ‘땀을 낸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통기성 때문에 김치의 맛을 내는 젖산균이 오랫동안 활동하도록 할 수 있었고, 때문에 늘 아삭한 김치의 맛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 꽃이나 금붕어를 옹기에 넣어두면 훨씬 싱싱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방부성과 저장성

옹기에 쌀이나 보리, 씨앗 같은 것들을 넣어두면 오랫동안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이 역시 옹기의 과학적 원리가 작용한 것입니다. 옹기를 구울 때 나무가 타면서 생기는 검댕이가 옹기의 안과 밖을 휘감으면서 방부성 물질이 입혀지기 때문입니다. 잿물유약에 들어가는 재 역시 음식물이 썩지 않게 하는 방부효과가 있습니다. 또 옹기에 난 구멍들이 옹기 내면에 형성된 불순물을 밖으로 밀어내는 작용을 해서 내용물이 부패하지 않고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장능력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 경제성과 친환경성

옹기에 사용하는 흙이나 땔감, 유약 등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때문에 예로부터 옹기는 싼 가격에 거래되며 일반 서민들의 유용한 생활용기로 애용돼 왔습니다. 또 이들 재료들이 모두 자연에서 얻어진 친환경적인 것들이어서 우리 몸에 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금이 가거나 깨진다하더라도 흙 자체가 재료이기 때문에 다시 흙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옹기는 몸에도 해롭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용기라 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쓰임새

옹기는 장독대, 부엌, 곳간을 비롯해 신앙용, 의료용품, 악기 등 서민들의 실생활 곳곳에서 활용됐습니다. 우선 보자면 간장이나 김치 등을 저장하던 ‘장독(항아리)’, 마을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저장하던 ‘물항’, 술이나 쌀을 저장하던 ‘술항’, ‘쌀항’, 재래식 화장실 바닥을 파고 묻어 분뇨를 저장하던 ‘똥항’ 등이 있습니다. 똥항에 저장된 분뇨는 가득 차면 ‘똥장군’ 등에 퍼 담아 밭의 거름으로 활용했습니다. ‘장군’이란 술이나 간장, 분뇨, 물 등을 담아 나르는 용기로 내용물에 따라 ‘술장군’, ‘물장군’, ‘똥장군’ 등으로 불렸습니다.

물장군 (새창)
물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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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떡이나 밥을 찌던 ‘시루’, 양쪽에 손잡이가 달려 예로부터 여인네들이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날랐던 ‘동이’, 가정신앙의 하나로 장독대를 관장하는 철륜님께 정성을 드릴 때 사용하던 ‘청수통이’, 채소를 씻거나 빨래감 등을 담는 ‘널박지’, 쌀이나 보리, 깨 등을 씻거나 설거지통으로 쓰였던 ‘옴박지’, 야외에 나갈 때 술 등을 넣어 어깨에 멜 수 있도록 실을 꿰 어깨에 메고 다니던 ‘자라병’ 등도 있습니다. 또 어패류를 소금에 절여 장기간 저장하던 용기로 크기가 큰 ‘배항’, 크기가 작은 ‘젓조쟁’ 등 ‘젓동이’가 있었으며 곡식이나 고추를 갈 때 사용하던 ‘확독’, 어른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에 밑에 작은 불구멍을 낸 전용 ‘목욕통’까지 그야말로 옹기는 실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돼 왔습니다.

동이 (새창)
동이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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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 제작 과정

옹기는 우선 우리 주변에서 얻어지는 흙으로 그릇 모양을 만들고, 황토흙에 부엽토와 재, 물을 섞어 만든 식물성 유약인 잿물유약을 입혀 구워냅니다. 이때 흙 안에 있는 잡물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깨끼질’이라 합니다. 깨끼질을 하는 이유는 흙 안에 불순물들이 있으면 옹기를 가마 안에서 구울 때 불순물 때문에 깨져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흙의 점성을 높여주기 위해 곧매라는 도구를 이용해 마치 떡메로 떡을 쳐 쫄깃한 떡을 만들 듯 찰진 흙을 만들기 위한 ‘곧매질’도 이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흙을 ‘질’이라 하는데 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래떡 모양을 만들어 놓고 그릇벽을 쌓아 그릇 형태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옹기는 그늘에서 말린 후에 잿물을 입히고 잿물이 마르기 전에 ‘환치기’라 해서 손가락을 이용해 무늬를 그려주는 작업을 합니다.

그늘에서 말린 옹기는 어느 정도의 분량이 되면 햇볕에 말려주고 이 과정이 끝나면 옹기 가마 안에 넣고 장작불로 약 10여 일 정도 불을 때서 완성합니다. 이 때 흙의 입자가 모래 한 알 없이 너무 곱거나 흙이 자기화가 될 정도로 높은 온도로 구워질 경우 옹기 특유의 ‘숨 쉬는’ 기능을 살릴 수 없게 됩니다. 때문에 옹기는 도공들의 오랜 경험과 슬기가 밑바탕 돼 ‘적당하게’ 구워진 것이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옹기가마 (새창)
옹기가마
    출처: 장서각 소장 국학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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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 제작 과정(요약)

흙을 쳐서 잘 다지기(흙 밟기)→깨끼질 하기→곧매질 하기→그릇벽 쌓기→수래와 도래로 벽 다지기→그늘에서 말리기→잿물 입히기→잿물이 마르기 전에 문양 그리기(환치기)→햇볕에 말리기→가마에 굽기

전통옹기 제작 (새창) 전통옹기 제작 (새창)
전통옹기 제작
    출처: 행정정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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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만드는 도구들 (새창)
옹기 만드는 도구들
    출처: 장서각 소장 국학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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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와 관련한 박물관, 전시 및 축제


> 옹기민속박물관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북한산 자락 아래 위치한 이곳 박물관은 1991년 고려민속박물관이란 이름으로 개관했다가 1993년 옹기민속박물관이 됐습니다. 어린이와 성인이 참여할 수 있는 도예교실 등을 운영하고 다양한 우리문화 체험교실이 열리고 있어 우리의 옹기도 눈으로 보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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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2004년 3월 24일 개관한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위치합니다. 옹기박물관과 현대도자미술관으로 구성돼 있어 우리 옹기의 우수성과 아름다움, 근현대도자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곳입니다. 옹기박물관은 2009년 12월 21일 정식 등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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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도기박물관

1997년 3월에 소아과 의사인 이정복 박사가 청소년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와 정서함양을 위해 대전에 개관한 사립박물관입니다. 토기 및 질그릇 1,000여 점, 옹기 500여 점,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도자기 500여 점을 소장하고 관람객을 맞고 있으며 매년 1~2회 기획전 개최와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동산도기박물관 (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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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옹기박물관

2003년 청주시 명암동에 개관한 옹기 박물관으로 400여 점의 옹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물관 외관도 옹기의 색깔과 모양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전시실은 1층에만 마련돼 있고 나머지 층은 음식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 울산옹기축제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우리나라 전통 옹기 최대 집산지인 외고산옹기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는 올해 11회를 맞았습니다. ‘울주 외고산 옹기축제’에서 올해 ‘울산 옹기축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오는 9월 30~10월 4일, 5일 동안 열립니다. 옹기장인 8인의 삶과 자연주의적 그릇 옹기에 관한 전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는 기네스월드레코드 심판관으로부터 ‘세계 최대 옹기(World's Largest Earthenware pot)’란 명칭으로 기네스 세계기록 인증서를 받은, 울산옹기마을에서 제작한 세계 최대 옹기가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2011 울산 옹기축제 홈페이지 (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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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옹기전

문화재청이 우리 궁궐의 일상성을 회복하고 궁궐 생활상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경복궁 내 장고(醬庫)를 개방한 기념으로 2011년 9월 16일부터 10월 3일까지 경복궁 옹기전을 개최합니다. 경복궁에는 2곳의 장고가 있었는데 이번에 개방하는 장고는 함화당과 집경당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장고입니다. 2001년 발굴조사를 거쳐 2005년에 복원했으며 연회나 제례에 사용하는 장을 보관했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함화당과 집경당, 장고에서 개최돼 옹기의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토·일요일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 보유자 정윤석의 옹기제작 시연도 함께 진행됩니다.

※ 참고문헌 및 참고사이트

ㅇ 옹기민속박물관 (http://www.onggimuseum.org)
ㅇ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 윤용이
ㅇ 카인즈 (http://www.kinds.or.kr)
ㅇ 한국민속문화대백과사전
ㅇ 네이버 지식사전, 백과사전

 

>국가지식포털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글쓴이 : 한국의재발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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