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새로 이사를 한 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무겁습니다. 꿈자리도 뒤숭숭합니다. 이사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고 하자 동료가 말합니다. “그 집, 수맥 흐르는 거 아냐? 집 기운이 안 좋으면 그렇다던데?”
동료 간에 간단히 주고받은 대화지만 이 안에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심오한 풍수지리설이 담겨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풍수사상에 대해 증명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풍수지리설에 기반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집터가 좋아야 사람도 건강하고 일이 잘 풀린다고 했습니다. 조상 묘를 잘 써야 자손이 번창한다고도 했습니다. 조상 묘를 잘 못 써 자손이 망했다는 사람, 이사를 가더니 집안 식구 모두에게 흉한 일만 벌어졌다는 사람, 반대로 조상 묘를 이장하고 나서 자손에게 좋은 일만 줄줄이 생겼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풍수지리설에 기반한 것입니다.
지식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국가학술연구 DB (http://www.riss.kr)'와 '유교문화 종합 DB (http://www.ugyo.net)'의 도움을 받아 풍수란 무엇이고 풍수지리설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또 현대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응용되고 있는 재미있는 풍수지리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풍수와 풍수지리설
풍수(風水)는 인간이 살기 좋은 땅을 찾다가 나온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기후와 풍토, 물과 관계된 모든 것을 가리킵니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 즉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 것’이 기본원리입니다. 풍수란 말도 장풍득수를 줄여 부른 말이란 설도 있습니다. 기본논리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 땅 속을 돌아다니는 생기를 사람이 접합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입니다.
인체의 이론을 자연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 몸에 혈관이 있어 이 길을 따라 영양분과 산소가 운반되는 것처럼 땅에도 이와 같은 생기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몸의 기운이 전신을 순행하는 경락처럼 땅에도 땅의 기운이 돌아다니는 용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상을 풍수지리설이라도 부르고 풍수설, 지리설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에는 산의 기운, 땅의 기운, 물의 기운 등을 판단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연결시키는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이 담겨 있습니다. 때문에 과거 도성이나 사찰, 주거, 분묘 등을 축조하는 데 있어 재앙을 물리치고 행복을 가져오는 땅의 형태, 기운 등 지상(地相)을 판단하려 했습니다. 풍수의 자연현상과 변화가 인간 생활의 행복에 깊게 관여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풍수지리설에서는 동서남북 네 방위를 청룡, 백호, 주작, 현무 4가지로 나눠 모든 산과 강, 집 등은 이들 4개의 동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또 풍수지리설에 근거해 집을 짓거나 묘를 쓸 때는 땅 속에 흐르는 정기가 물이나 바람에 의해 방해받거나 흩어지지 않는 장소를 선택해 사용했습니다. 그래야만 땅의 정기를 받아 주거하는 사람이나 자손이 잘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 청룡도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바로가기 |
>> 풍수지리설의 역사
풍수는 중국에서 형성된 사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다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풍수에 관한 최초 기록은 <삼국유사>의 탈해왕에 관한 대목입니다. 왕이 등극하기 전 호공으로 있을 때 산에 올라 초승달과 같은 모양의 택지를 발견하고 속임수를 써 그 택지를 빼앗은 후 후에 왕이 됐다는 내용입니다.
백제, 고구려가 도읍을 정할 때에도 활용했습니다. 백제가 반달모양의 부여를 도성을 삼은 것이나 고구려가 평양을 도읍으로 정한 것도 풍수지리설이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풍수사상이 활기를 찾은 것은 신라 말기입니다. 도선이란 풍수대가가 나온 것도 바로 이 시대입니다. 고려시대에는 풍수지리설의 전성기를 이뤘습니다. 도선에 의해 전체가 지어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도선의 영향을 받은 <도선비기>는 세상에 전해지면서 예언서라 불리며 민심을 현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풍수지리설은 이어져 고려의 도읍지 개경(개성), 조선의 도읍지 한양 등 나라의 도읍을 정할 때 명당자리를 찾는 근거가 됐습니다. 현대에 와서도 조상의 묘를 쓸 때는 물론 생활 곳곳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 조선시대의 풍수지리서 출처: 국가문화유산 종합 DB ☞ 바로가기 |
>> 풍수지리설의 구분
풍수지리설은 풍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음택풍수’, ‘양택풍수’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음택풍수(陰宅風水)
음택은 무덤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 효 관념이 부각되면서 음택풍수가 성행했습니다. 산 사람은 땅의 생기 위에서 삶을 영위하며 기운을 얻는 반면 죽은 자는 땅 속에서 생기를 직접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기가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죽은 자가 얻는은 생기는 후손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진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를 동기감응(同期感應), 친자감응(親子感應)이라고 합니다. 조상과 자손은 같은 기운을 갖고 있어서 서로 감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연결 역할을 하는 것이 뼈인데 조상의 뼈가 땅의 기운을 받아서 자손의 뼈로 전송하면 자손이 잘된다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조상의 묘를 쓸 때 명당자리를 찾아 썼던 이유입니다. 특히 왕실의 무덤을 보면 풍수 원리에 따라 최고의 명당자리에 들어서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세종대왕부부인묘 출처: 장서각 소장 국학자료 ☞ 바로가기 |
> 양택풍수(陽宅風水)
양택은 주택을 말합니다. 주거지를 고르는 데에 풍수를 이용한 이론입니다. 양택풍수의 핵심은 배산임수(背山臨水)입니다. 산을 등지고 물에 접해 있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땅은 분명 사람이 살기 좋은 땅으로 여겼습니다. 이런 배산임수 원리에 충실히 따른 곳이 바로 서울의 명당에 자리한 경복궁입니다.
▶ 경복궁 전경 출처: 장서각 소장 국학자료 ☞ 바로가기 |
경복궁은 주산은 북-현무인 백악산이, 남-주작은 관악산, 동-청룡은 대학로 뒷산인 낙산, 서-백호는 인왕산이 맡아 경복궁을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는 장대한 한강이 흘러 그야말로 배산임수, 명당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산과 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수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양택풍수와 더불어 도읍이나 군현, 혹은 마을 등 취락풍수에 있어서는 양기풍수(陽基風水)란 용어를 씁니다. 그러나 양택․양기․음택풍수 모두 풍수 술법에 있어서는 그 본질이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 풍수사상으로 본 우리 민족의 자연관
풍수지리설을 풍수사상이라고도 칭하는데 이는 풍수사상을 통해 우리 민족의 자연관, 토지관, 지리관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풍수사상 측면에서 우리 민족의 자연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내룡의 맥세는 북룡(北龍)의 시조인 곤륜산으로부터 수려․장엄하고, 광채 나고 둥글며 생기에 찬 산으로 연면히 이어져 길지인 혈장 뒤쪽 주산에까지 뻗어내려야 한다. 이 연맥(連脈)은 주위 산들의 공손한 호위를 많이 받을수록 좋으며, 생동․변화하면서도 조화와 안정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둘째, 혈을 중심으로 국면을 구성하고 있는 길지 주변 산세는 현무, 주작, 청룡, 백호 사신사의 원칙을 갖춰야 한다. 풀이하면, 주산은 주인이나 임금답게 위엄을 갖춰야 하나 험악하거나 지나치게 위압적이면 좋지 않다. 안산·조산(朝山)은 신하나 아내처럼 결코 주산을 압도해서는 안 되며 내리 눌러서도 안 된다. 좌우의 청룡·백호는 명당의 국면을 전체적으로 감싸 안은 듯해야 하고, 거역의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주산에 붙어서 답답한 감을 주어서도 안 된다. 산의 모양은 둥글고, 단정하고, 밝고, 맑고, 유연하고, 중첩되고, 아름답고, 유정해야 한다.”
“셋째, 물은 반드시 길한 방위로부터 슬며시 흘러들어와 흉한 방위로 꼬리를 감추듯 빠져나가야 한다. 물에서 탁취가 나거나 흐리면 안 되고, 혈전(穴前)에 공손히 절을 올리듯 유장하게 지나가야 한다. 급직류해서 혈을 향해 쏘듯 흘러서도 안 된다. 이때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면 불길하며, 남녀상배하고 음양상보하는 천리에 따라 물과 산이 어우러지듯 해야 좋은 것이다.”
“넷째, 혈자리는 음양의 조화가 집중적으로 표출된 곳이기 때문에 ‘음으로 오면 양으로 맞아들이고(陰來陽受), 양으로 오면 음으로 맞아들이는(陽來陰受)’ 생기집중의 장소를 정확히 잡아야 한다.”
“다섯째, 좌향은 산수로 대표되는 국면의 전반이 일정한 형국으로 좌정되었을 때 전개후폐(前開後閉), 즉 혈의 앞쪽은 트이고 뒤쪽은 기댈 수 있는 선호성 방위를 선택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조상들은 풍수의 윤리성으로 길지, 즉 좋은 땅에는 주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 현대에 응용되고 있는 재미있는 풍수인테리어
오늘날 풍수지리설은 집안을 꾸밀 때도 활용됩니다. 무조건 예쁘게 꾸미기보다는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고 나쁜 기운은 막는 풍수인테리어가 그것입니다. 우선 집안의 행운을 가늠하는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현관과 침실, 주방을 꼽는데 우리 집에 행운을 불러줄 풍수인테리어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행운이 시작되는 현관 인테리어
행운이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인 현관은 무조건 밝은 것이 좋습니다. 어두침침하고 잘 신지도 않는 신발을 줄줄이 진열해 놓는 것은 복을 내쫓는 격입니다. 따라서 신지 않는 신발은 신발장에 넣어두고 더러운 신발이나 매트는 나쁜 기운을 증폭시키니 늘 청결을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산이나 우산꽂이 등도 보이지 않게 수납하는 것이 좋습니다.
▶ 환한 현관 인테리어 |
조명은 밝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백열등 조명이 좋고 신발장 아래 작은 화분이나 포인트 화병을 두는 것도 좋습니다. 또 현관에 풍경화를 두면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해줍니다. 거울은 전신 크기를 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현관문을 열었을 때 왼쪽 벽에 걸어두면 금전운이 상승합니다.
> 금전을 부르는 주방 인테리어
돈을 부르는 주방은 청결한 주방입니다. 더러운 그릇이나 주방기구, 물때나 기름때가 절어 있고 지저분해 주방의 기운이 흉하면 좋은 운이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주방은 늘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방창가에 작은 화분을 놓아두고 밝은 조명을 사용하는 것은 돈을 부릅니다. 따뜻하고 밝고 화사한 그림이나 가구를 사용하고 따뜻한 색의 컬러로 주방을 꾸미는 것이 좋습니다.
▶ 정돈된 주방의 전경 |
그릇은 주방으로 들어온 운을 담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설거지한 후 물기를 빼기 위해 그릇을 엎어두는 것은 운이 담길 그릇에 운이 고이지 못하고 운이 흐르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설거지 후에는 마른 행주로 닦아 엎어두지 말고 바로 놓아두도록 합니다. 반면 찬장 속 유리컵은 그릇 안에 엎어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칼은 밖에 내놓은 상태로 사용하면 금의 기운이 잘려나가 금전과 관계된 고민이 계속되므로 사용 후 보관함이나 서랍장에 바로 넣어두도록 합니다.
> 집안 행운을 머금는 침실 인테리어
침실은 잠자는 곳이지만 지친 몸과 마음이 휴식하는 곳입니다. 침실에서 중요한 것은 방위와 머리 방향, 컬러입니다. 침대는 창문 쪽에 헤드부분이 놓이고 침실문을 바라보고 잘 수 있는 위치가 가장 좋습니다. 이때 창문 쪽과 침대 사이는 공간을 두고 침대 양쪽에는 사이드 테이블을 두도록 합니다. 조명도 너무 밝은 것보다는 어느 정도 차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대만 덩그러니 있거나 빛이 너무 밝으면 금전운이 달아나기 때문입니다.
▶ 금전운을 부르는 옐로우톤의 침실 |
커튼은 레드계열을 사용하고 침구는 금전운을 부르는 옐로나 골드 계열을 선택합니다. 노란색 꽃을 장식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랑과 화합을 이끄는 노란색 계열은 부부 금슬을 좋게 합니다.
> 학업 성적 올리는 아이 방 인테리어
아이 방문에 풍경을 달아주면 맑은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좋은 기를 전달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 방 이름을 현판에 새겨 걸어두거나 아이의 장래희망과 연결된 좋은 글귀를 적어두고 존경받는 인물들과 관계된 내용을 적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과거 양반가에서는 자식 출세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 방에 편액을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 참고문헌 및 참고사이트
ㅇ 시티디자이너 경기도시공사 블로그 (http://blog.naver.com/gico12)
ㅇ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encykorea.aks.ac.kr)
ㅇ 네이버 백과사전 및 캐스트
>국가지식포털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펌]숭례문의 편액은 누가 썼나요? (0) | 2011.11.20 |
---|---|
[스크랩] 나의 고백, 자화상 (0) | 2011.11.19 |
[스크랩] 전하와 폐하의 차이점은, 합하, 각하는? (1) | 2011.10.03 |
[스크랩] 숨 쉬는 그릇, 옹기 (0) | 2011.09.21 |
[스크랩] 벽화, 그림을 입은 벽 (0) | 2011.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