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스크랩] 조상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새소리(소쩍새와 두견)

깜보입니다 2011. 10. 14. 13:27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예언자, 소쩍새
우리나라에는 소쩍새와 분류학적으로 비슷한 종류가 약 10여 종이 살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 소쩍새다. 체구에 비해 우는 소리는 아주 멀리 퍼지며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 맹금류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농부들이 피곤하고 졸린 밤에 적막을 깨트리는 대표적 야행성 맹금류로 우리나라의 경우 4월 말이나 5월 초에 찾아오는 여름철새다. 사실 맹금류에 속하지만 크기가 작다 보니 작은 들쥐나 주로 곤충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쩍새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의 마을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온 새다.


 

옛 문학서적 자료에 의하면 우리 조상들은 이 새의 소리에 대해 여러 가지로 자유연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대시조전서(심재완, 1972)에 의하면 우리의 선조들은 소쩍새의 소리를 “솥적 솥적” 혹은 “솥적다 솥적다鼎小”하고 운다고 표현했다. 기후가 좋아雨順風調 농사가 잘 되어 풍년이 들 것이니 솥이 작을 거라는 암시로 풍년을 미리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 보릿 고개를 맞이한 우리네 조상들은 듣기에 따라서는 “솟작다”, “솟작다” 하고 우는 소리가 마치 ‘솥이 작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배고픔에 대한 위안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기風雨가 순조롭지 못한 해에는 “솥탕 솥탕” 운다고 표현했다. 즉 흉년이 들므로 솥이 텅 빌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소쩍새는 그 해의 풍년과 흉년을 점쳐 주는 예언자의 역할도 하였다.

옛날에 며느리를 아주 미워하는 시어머니가 살았는데, 이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먹는 밥이 아까워서 아주 작은 솥을 주고 밥을 지으라고 했단다. 이렇다 보니 며느리가 밥을 지어 온 식구에게 퍼주고 나면 먹을 밥이 항상 부족해 결국 며느리는 굶어죽고 말았는데……후에 그 영혼은 한 마리 새가 되었고, 그 때의 배고픔이 원한이 되여 “솥이 작다” 또는 “솥작다”, “솥작다”하고 밤마다 울어댄다는 것이다.


 

또 옛날 우리나라 먼 뒤 쪽의 진두강津頭江가에 살면서 아홉 명의 남동생을 둔 누나가 의붓어미의 시샘에 견디다 못해 죽은 후 영혼이 변하여 이 새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그래서 ‘아홉이나 남아 있는 오랍동생을 /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 이 산山 저 산山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라고 기술했다(강헌규, 공주대 논문집 30, 1992).


 

김소월은 시 속에 이 새의 울음소리를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으로 듣고 ‘접동새’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 라는 시에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에서처럼 이 시에서의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우리 민족의 민족적 애환이 담긴, 즉 고통을 견디는 아픔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달래가 붉게 물이 들도록 피를 토해 우는 새, 두견
소쩍새와는 분류학적으로 다르지만 소리가 재미있게 자유연상되어 문학에 표현된 새가 있다. 두견이라는 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흔히 소쩍새와 혼동하나 이 둘은 분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새다. 중국의 시가에서는 두견杜鵑 또는 두견새와 소쩍새를 구분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우리나라의 시나 소설 등에서도 두견새는 소쩍새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소쩍새를 가리키는 다른 말로는 귀촉도歸蜀道, 두자杜字, 두혼杜魂, 망제望帝, 망제혼望帝魂, 불여귀不如歸, 시조時鳥, 자규子規, 촉조蜀鳥, 촉혼蜀魂 등이 있다. 이들 중 불여귀는 이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중국음으로 불여귀거不如歸去 혹은 귀거歸去로 들리기 때문이라고 한다(강헌규, 공주대 논문집 30, 1992). 그러나 불여귀거 혹은 귀거로 들렸다면 필자의 생각으로는 소쩍새가 아니고 두견새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홀딱 자빠졌다. 쪽박 바꿔 주”, “쪽쪽쪽 바꿔 줘 쪽쪽 쪽 바꿔 줘” 이것은 문학에 나타나는 두견새의 자유연상 소리다. 이 새의 가녀리고 빠른 템포의, 조금은 방정스러운 울음소리가 우리 조상들의 정서에 이 같이 연상된 것이다. ‘쪽박’이란 작은 바가지를 말한다. 또 이 새의 울음소리와 쪽박을 차다(동냥질을 하고 다니다. 또는 거지가 되다.), 쪽박세간(값어치 없는 하찮은 세간)의 쪽박과도 연관이 있다고 했다(강헌규, 공주대 논문집 30, 1992). 쪽박새에 얽힌 전설과 이 새의 울음소리와 그 연상에 대한 “쪽쪽 쪽 바꿔 줘”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밥을 지으라고 쌀을 내어 줄 때에는 조그만 바가지로 내어 준다. 그리고는 밥을 적게 지었다고 구박하며 때려서 며느리는 시달림에 못 견뎌 죽었다. 며느리가 죽어서 새가 되었는데  시어머니에게 당한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한이 되어 “쪽쪽 쪽 바꿔 줘”라고 운다고 하여 ‘쪽박새’라고도 한다. 새가 된 며느리는 쌀을 큰 바가지로 바꿔서 퍼 달라고 “ 쪽 쪽 바꿔 줘”라고 운다는 것이다(강헌규, 공주대 논문집 30, 1992). 

배고픔에 대한 설움이든지 님을 그리워함에 대한 절규든지 초저녁부터 밤중까지 울기를 계속하는 소쩍새나 두견새는 진달래가 붉게 물이 들도록 피를 토해 우는 새란 의미로 진달래를 두견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낮이 점점 길어지면 시골 논에는 물이 고이게 된다. 그러면 청개구리나 참개구리의 합창이 시작되고 이 개구리 소리에 뒤질세라 소쩍새 또한 개구리 소리와 화음을 이뤄 울어댄다. 봄이 깊어지면서 습한 밤공기를 타고 멀리서 들려오는 두견새의 구슬픈 소리는 시인들의 시상을 자극했고 문학인들의 가슴을 아리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옛 농가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도 변했다. 개구리 보기가 힘들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소쩍새 소리 듣기도 쉽지 않다. 소쩍새는 오래된 나무구멍이나 딱따구리 등이 파놓은 구멍을 둥지로 이용하며  5~6월경에 둥글고 흰색의 알을 약 3~5개 낳는다. 두견새는 스스로 둥지를 짓지 않고 남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몰래 맡겨서 기르게 하는 얌체(?)짓을 하는 새다. 소쩍새는 천연기념물 제324-6호로, 두견이는 천연기념물 제44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 환경이 훼손되고 도심생활이 팍팍하다고 하더라도 소쩍새와 두견이가 우는 계절에 잠시 시간을 갖고 도심을 탈출하여 그들이 오는 곳을 찾아 간다면 아직은 어렵지 않게 우리 조상들이 자유연상 했던 재미난 소리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사진 · 조삼래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문화재위원 사진·문화재청, 연합콘텐츠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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