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스크랩] 천연염색, 자연의 색을 물들이다.

깜보입니다 2011. 11. 24. 10:10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로 물건에 색을 입혔습니다. 그렇게 입힌 색은 은은하고 부드러워 시간이 흐를수록 멋스러움을 더했고, 염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효능은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던 자연의 색은 합성염료가 들어오면서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대량 생산된 합성염료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의 삶 속을 파고들었고,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며 다양한 방법으로 발달한 전통적인 염색법은 그 맥이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천연 염료의 다양한 효능이 부각되면서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은 다시금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전통을 부활시키고 옛것을 현대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까지 더해지면서, 오늘날의 천연염색은 우리의 삶과 관련된 모든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합성염료의 대체 염료로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지식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 정보 DB (http://www.ndsl.kr)'와 '국가학술연구 DB (http://www.riss.kr)'의 도움을 받아 21세기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천연염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천연염색이란?

천연염색이란 꽃, 나무, 풀, 흙, 돌, 조개 등과 같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염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용되는 염료는 크게 동물성, 식물성, 광물성으로 분류되는데, 재료에 따라 함유된 색소의 양이 일정하지 않고 같은 염재라 하더라도 품종, 재배지, 지리적 환경, 생육 조건, 수확 후 경과 일수, 채취 부위와 시기, 보관 방법 등에 따라 색상에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어떤 물을 얼마만큼 사용했느냐에 따라 같은 채도와 명도에서 차이가 나는 까닭에 한 번 염색한 색상을 똑같이 재현해 내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염료에는 한 가지 색만을 낼 수 있는 단색성 염료와 매염제의 종류, 색소의 추출 온도, 염색하는 과정 등에 따라 한 가지 염료로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 다색성 염료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매염제란 옷감과 연료를 매개시켜 준다는 의미로, 섬유에 대한 친화력이 부족하여 직접 섬유에 염색이 되지 않는 염료를 섬유와 결합시켜 염색이 잘 되도록 하거나 색이 잘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매염제는 크게 천연 매염제와 합성 매염제로 나뉘는데, 천연매염제에는 잿물, 석회, 철장, 오미자 등이 있으며 합성매염제에는 알루미늄, 철, 구리, 주석, 크롬 등이 있습니다.

천연염료로 염색한 명주실 (새창)
천연염료로 염색한 명주실
    출처: 문화재 학술조사 연구정보 DB  ☞ 바로가기



>> 염료의 분류

천연염색에 사용되는 염료는 크게 채취 대상과 색상을 기준으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 채취 대상에 의한 분류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동물성, 식물성, 광물성으로 분류됩니다.

동물성 염료

조개류의 분비물, 동물의 피, 오징어 먹물, 붉나무에서 기생하는 벌레집인 오배자, 선인장에서 기생하는 연지벌레 암컷을 건조한 코치닐 등에서 얻는 염료로, 채취가 어렵고 가격이 비싸 오늘날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식물성 염료

식물의 잎, 꽃, 줄기, 열매, 뿌리, 나무껍질 등에서 추출한 염료로, 천연염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염료로 사용되는 식물 중에는 약초로 쓰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각 염료의 약성에 따라 속옷, 유아복, 잠옷, 환자복, 침구류 등에 염색하여 활용하면 좋습니다.

광물성 염료

색깔 있는 돌이나 흙, 또는 금속에서 얻는 염료로, 물에 잘 녹지 않고 섬유 표면에 정착되지 않아 염색 보다는 주로 채색 재료로 쓰였습니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 폼페이 벽화, 돈황 벽화, 고구려 고분벽화 등이 광물성 염료로 채색되었으며, 섬유를 염색할 때는 풀이나 아교 같은 접착 성분의 매염제를 넣어 사용했습니다.

 

> 색상에 의한 분류

천연염색은 보통 최종 염색물의 색상을 따라 분류하는데, 그 기준이 되는 것은 우리의 전통색인 ‘오방색’입니다. 오방이란 음양오행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동서남북과 중앙의 다섯 방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각 방위에 색깔을 적용하여 풀이한 것을 ‘오방색’이라 하는데, 오방색은 양(陽)에 해당되는 오방정색과 음(陰)에 해당되는 오방간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통 염색에서 기본이 되는 색상은 오방정색이며, 정색과 정색을 나타내는 중간 방위에 오방간색을 만들었습니다.

오방적색

오방간색

방위

색상

방위

색상

청색

동쪽과 중앙 사이

녹색

백색

동쪽과 서쪽 사이

벽색

중앙

황색

남쪽과 서쪽 사이

홍색

적색

북쪽과 남쪽 사이

자색

흑색

북쪽과 중앙 사이

유황색

 

예로부터 사용해온 염료를 색상에 따라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ㅇ 청색계 염료 - 쪽, 닭의장풀, 누리장나무 등
ㅇ 황색계 염료 - 치자, 울금, 황련, 황백, 괴화 등
ㅇ 적색계 염료 - 꼭두서니, 홍화, 소목, 자초 등
ㅇ 흑색계 염료 - 오배자, 밤나무, 도토리, 오리나무, 먹, 숯 등
ㅇ 자색계 염료 - 자초, 소목, 오배자, 코치닐, 락충 등
ㅇ 갈색계 염료 - 오리나무열매, 도토리, 정향, 밤, 감 등
ㅇ 녹색계 염료 - 쪽물을 들인 후 그 위에 황색 계열의 염료로 다시 물들임

쪽풀과 쪽물로 염색된 모시포 (새창)
쪽풀과 쪽물로 염색된 모시포
    출처: 문화재 학술조사 연구정보 DB  ☞ 바로가기


천연염색 재료들 - 치자, 쑥, 잇꽃, 소목 (새창)
천연염색 재료들 - 치자, 쑥, 잇꽃, 소목
    출처: 문화재 학술조사 연구정보 DB ☞ 바로가기


>> 염색 방법

천연염색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침염이지만, 다양한 기법의 문양염도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 침염

옷감을 미지근한 물에 20-30분 정도 담근 후, 염액에 넣어 잘 주물러 줍니다. 천을 주무르는 이유는 색소가 잘 침투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최소 20분 이상 푹 담근 상태로 주물러주지 않으면 색상이 흐리거나 얼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염색이 끝나면 옷감에 염료가 남지 않도록 흐르는 물에 6-7회 정도 수세해야 하는데, 이때 제대로 헹궈내지 않으면 탈색 및 변색의 원인이 됩니다. 30-40도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매염제를 넣은 뒤 완전히 녹으면 수세한 옷감을 넣어 약 20분 정도 매염합니다. 매염이 완료되면 옅은 물이 나올 때까지 6-7회 정도 수세한 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줍니다.

천연 염료는 화학 염료만큼 염액에 색소 함량이 많지 않은 탓에 한 번의 염색만으로는 진한 색상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반복 염색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 번 염색을 하고나면 완전히 건조시킨 뒤에 다시 염색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건조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 염색을 할 경우, 기존에 염색했던 색이 빠져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 문양염

옷감 표면에 무늬를 나타내는 문양염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염색법으로, 대표적인 기법에는 방염, 채회염, 인화염 등이 있습니다. 방염이란 물들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염액이 스며들지 않게 방염되는 재료를 이용하여 무늬를 넣는 방법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방염법으로 염색한 직물을 '힐'이라 불렀는데, 방법에 따라 납힐, 교힐, 협힐로 나뉩니다.

납힐이란 직물에 문양을 그리고 필요한 부분만 밀랍·파라핀·풀 등으로 방염한 뒤 염색하여 문양을 나타내는 방법을 말하며, 교힐(홀치기염)은 실이나 끈으로 직물을 부분적으로 묶은 다음 염액에 담가 부분적으로 염색이 되지 않도록 하여 문양을 나타내는 방법을 말합니다. 협힐은 2개의 판에 같은 문양을 조각하고 그 사이에 옷감을 접어 끼워 꽉 조인 후 염색하여 문양을 나타내는 방법인데, 오늘날의 판염과 비슷합니다. 채회염은 옷감위에 붓으로 직접 무늬를 그려 넣는 방법을 말하며, 인화염은 목판에 무늬를 새긴 후 연지·쪽 등의 염료를 묻혀 연속적으로 찍어 무늬를 나타내는 방법을 말합니다. 

전통 천연염색 체험 (새창)
전통 천연염색 체험
    출처: 행정정보DB                        ☞ 바로가기



>> 천연염색의 장점과 활용

자연에서 채취한 색소를 사용하는 천연염색은 화학 염료에 비해 오염 물질 배출이 적고 자연스러우면서 부드러운 색감을 얻을 수 있는 염색법입니다. 염료의 대부분이 약초로 쓰이는 탓에 인체에 유익하다는 장점도 있는데, 실제로 우리 선조들은 염료의 약성에 따라 각기 다른 약리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 착안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옷에 물을 들여 입기도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청색을 염색할 때 사용하는 ‘쪽’을 들 수 있습니다. 쪽은 항균성과 살충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애용해 온 식물 중 하나로, 쪽물로 염색한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 ‘으리’라는 피부병이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조선시대에는 피부염을 예방하고 부상을 입었을 때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의병들에게 쪽물 들인 속옷을 입도록 했습니다. 쪽물 들인 옷은 특히 남성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쪽이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따뜻한 성질이 있는 쑥은 여성에게 좋습니다. 쑥물을 들인 속옷은 몸을 따뜻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생리통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한 강한 살균 작용으로 각종 균의 발육을 억제시키는 역할도 하지요. 어린아이가 입는 옷은 살균력과 방충성이 강한 황련으로 염색하는 것이 좋은데, 너무 어린 신생아에게는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력이 많이 떨어진 노인들에게는 심장 기능을 활성화시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자초나 홍화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균성이 높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황토는 남녀노소에게 모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황토로 염색한 옷을 입고 다니면 피부 유연성이 증대되고 모공의 노폐물 제거가 촉진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생활양식이 달라지면서 섬유 쪽에 치중되어 있던 천연염색은 이제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하여 주택의 벽지와 바닥재, 유리, 목재, 금속, 도자기, 가죽, 예술작품 등 우리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염색을 체험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염료와 염색 방법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 천연염색의 활용 범위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 참고문헌

ㅇ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천연염색, 이종남, 현암사, 2004
ㅇ 아름다운 우리의 색, 천연염색, 송화순·김병희, 숙명여자대학교 출판국, 2004

 

- 국가지식포털 객원기자 주유정 -

출처 :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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