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스크랩] 금수강산錦繡江山, 명승의 나라

깜보입니다 2007. 11. 20. 08:43
금수강산錦繡江山, 명승의 나라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나라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계절 따라 고운 옷을 갈아입는 정말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다. 금수강산이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산천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에 우리의 산천은 금수강산이요 곧 명승의 나라이다.

 

우리 국토를 북에서 남으로 보면, 눈 덮인 설악산으로부터 철쭉이 만발한 소백산,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진 지리산, 바다 건너 우뚝 솟은 한라산 영봉, 동에서 서로는 무수한 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독도와 일출의 자태가 장관인 동해안의 절경에서부터 서해낙조의 아름다움이 황홀경을 연출하는 안면도 할매바위까지, 우리나라는 방방곡곡 온 산천이 그야말로 하늘의 선녀가 섬섬옥수로 수를 놓은 비단과 같은 금수강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 명승을 가진 명승 빈국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금년에 유네스코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국보급 경승지,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다. 이것은 곧 우리의 아름다운 경승지가 세계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세계적 명승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국토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경승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승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는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지금까지 국가에서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명승의 숫자만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명승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시작한 1970년대 초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단 7건의 명승이 지정되었을 뿐이며, 2007년 9월을 기준으로 현재 21건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정말 금수강산이라고 국민 모두가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자연에 대해  우리가 저지른 크나큰 모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는 현재 320건의 명승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일본도 335건의 명승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지정명승지 187건, 지방명승지 500건으로 총 687건의 명승을 보유하고 있다.

 


어찌해서 북한은 우리보다 그렇게 많은 명승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면 일본은 우리보다 스무 곱이나 더 아름다운 나라인가? 이러한 상황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토의 규모와 여건에 비추어 북한과 일본의 사례를 우리나라의 상황과 단순하게 비교해 보아도 이것은 정말로 말이 안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든지 금수강산이라 부르고 있는 우리 국토의 자연에, 명승으로 지정할 만한 경승지가 북한과 일본에 비해 과연 그토록 부족하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서는 필자 스스로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우리의 자연이 너무 가까이 있고 너무 익숙해 있어서,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지내왔기 때문이라고.


명승으로 지정되어야 할 점경관

2003년 이전 우리나라의 명승 지정에 대한 인식의 기반은, 그 규모가 대단히 큰 것을 대상으로 삼아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기자기함에 바탕을 둔 우리나라 자연의 특성을 간과한 잘못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의 명승 지정은 활발히 이루어 지지 못했다. 또한 규모가 큰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지정된 명승은 명승 전체를 한 곳에서 조망할 수 없고, 명승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그 모습을 확연히 보여줄 수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경관 요소가 명승인지 알 수조차 없다.

 

허나 우리나라 주변 국가의 명승은 작은 규모로 지정되는 사례가 많다. 북한의 경우도 그러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특히 일본의 명승은 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규모가 작은 단위경관을 기준으로 한 명승의 지정이 보다 많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명승은 한 눈에 들어오는 경관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규모의 경승지를 위주로 지정하여, 그 수를 크게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경승지는 경관 용어로 하나의 점경관 혹은 경관점이라고 하는데, 사진의 프레임이나 화가의 캔버스 내에 한 폭의 풍경으로 묘사되는 경관을 뜻하는 것이다.

 


설악산은 매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무수히 지닌 명승지로서 현재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그 커다란 규모로 인해,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에는 수도 없이 많은 점경관이 위치해 있다. 그러나 설악산의 점경관은 대단히 아름다운 경승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경관의 정확한 위치 지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점경관의 가치가 일반인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설악산의 유명한 점경관으로는 울산바위, 비선대, 비룡폭포, 대승폭포, 용아장성, 십이선녀탕, 옥녀탕, 백담계곡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점경관은 대부분 명승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다수의 점경관들 중 특별히 중요한 점경관을 선정하여 명승으로 지정하면, 그곳을 찾는 국민들에게 명소의 의미를 보다 깊이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설악산 내에 있는 명승 제00호 울산바위에서’ 혹은 ‘명승 제00호 대승폭포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한다면, 명소의 의미는 보다 깊이 각인될 것이며, 이러한 장소의 가치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의 이름으로 그 위상이 한층 더 높아 지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이 명승으로 지정될 수 있는 수많은 점경관을 지니고 있는 천연보호구역이 홍도, 설악산, 한라산, 대암산, 대우산, 향로봉, 건봉산, 독도 등과 같이 무수히 많다. 앞서 열거한 천연보호구역 내의 점경관을 찾아 명승으로 지정한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다수의 점경관이 명승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다.


명승의 개념과 유형의 확대

점경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명승의 지정과 함께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명승의 개념도 다양하게 확대되어야 한다. 명승이란 예로부터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경승지로서 역사적·예술적·경관적 가치가 크며, 빼어난 자연미와 함께 그 형성 과정에서 비롯된 고유성·희귀성·특수성이 큰 곳을 나타낸다.

 

이러한 명승의 유형은 산악경관, 계곡·폭포경관, 하천경관, 호소경관, 도서경관, 해안경관, 수계경관, 고원·평원경관, 암벽경관, 식생경관, 온천·냉광천지 등의 자연경승지와 더불어 지금은 옛길, 고정원 등과 같은 문화경승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명승의 개념은 국가마다 다양하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달리 명승의 개념을 정함에 있어 협곡·계류·습원·산악 등의 자연경관으로 형성된 자연적 명승과 공원·정원·교량 등 인공경관으로 형성된 인문적 명승으로 구분하며, 다양한 대상을 명승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명승의 지정 종류도 순수한 자연적 경승지로서의 명승, 자연경관과 인문경관(사적)이 함께 있는 명승·사적, 자연경관과 천연기념물이 함께 있는 명승·천연기념물 등 세 가지 형식으로 나누어 폭 넓게 지정하고 있다.


고정원, 옛길, 마을숲, 조망지점 등 인문적 명승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명승의 유형도 현재보다 다양해져야 한다. 고정원, 옛길, 마을숲, 조망지점 등이 우선 명승으로 포함되어 확대해 나가야 할 인문적 명승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공원과 함께 고정원의 대다수가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광한루원, 담양소쇄원, 보길도 윤선도정원,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 등과 같은 고정원이 모두 사적으로 분류되어 지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정원은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적 가치를 고려해 볼 때, 명승으로 다시 분류되어 지정되어야 할 문화재라고 생각한다.


또한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 이용했던 옛길은 지나간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문화경관이다. 현재 일본이나 미국의 전통옛길은 중요한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많은 옛길이 남아 있다. 도보로 다니던 시대에 만들어져 전해오고 있는 옛길은 우리의 전통적 문화경관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앞으로 조속히 명승으로 지정되어야 할 대상이다.


다음으로 마을숲은 그 모습이 특히 아름다운 자연경승이다. 현재 마을숲은 천연기념물로 약 15건 정도가 지정되어 있다. 지금까지 마을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유는 마을숲이 지니고 있는 식물로서의 자연과학적 특성 때문이었다. 이처럼 마을숲은 식물로서의 자연성도 중요하지만, 마을숲이 지니는 문화재적 의미는 문화경관적 특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숲은 그 안에 솟대·장승·오리·돌탑과 같은 토착신 앙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고, 마을과 관련한 풍수적 문화현상을 지니고 있으며, 유교문화를 비롯한 제의행위·놀이·휴식 등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는 대상으로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적 특징을 지닌 특별한 자연유산이다.

 

근래에 명승으로 지정되고 있는 마을숲은 자연경관적 가치와 함께 역사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하여, 더 많은 대상을 명승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조망지점 또한 명승으로 지정·보존되어야 할 명승자원이다. 특히, 낙락장송이 드리워진 양양 의상대의 일출은 너무나 아름다운 조망경관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은 특별히 지정·관리해야 할 명승자원이다. 또한 동해 추암일출, 제주 성산일출, 안면도 할매바위 낙조 등은 특정 시간에 일어나는 일시경관으로서, 이들 모두 소중히 보존해야 할 중요한 경관자원이다.


명승 지정을 통해 아름다운 국토의 모습을 널리 밝혀야…

최근 문화재청은 명승자원의 발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명승은 빠른 속도로 다수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명승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문화재이다. 따라서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아름다운 경관자원을 명승으로 지정하여, 관광자원으로써 다양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문화재는 오로지 보존을 해야 하는 국보나 보물 같은 개념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또한 문화재는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제의 대상으로도 여겨져 왔다. 명승은 활용을 전제로 하는 문화재이므로 문화재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가고 있는 현 시점으로 볼 때, 그 중요도가 매우 큰 자연유산이다.

 

앞으로 활용을 위주로 한 자연문화재의 지정을 확대하여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해 나갈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제주도의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것과 때를 같이 하여, 지금까지 너무도 소홀하게 대접해왔던 우리나라 금수강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우리 국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밝혀, 보다 많은 경관자원이 명승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한 뜻을 모아야 할 때이다. 


▶글 : 김학범 (문화재위원, 한경대학교 교수)
▶사진 제공 :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출처 : 숲과 문화 학교
글쓴이 : 동수마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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