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강산錦繡江山, 명승의 나라 |
사계절이 뚜렷하고, 계절 따라 고운 옷을 갈아입는 정말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다. 금수강산이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산천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에 우리의 산천은 금수강산이요 곧 명승의 나라이다.
우리 국토를 북에서 남으로 보면, 눈 덮인 설악산으로부터 철쭉이 만발한 소백산,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진 지리산, 바다 건너 우뚝 솟은 한라산 영봉, 동에서 서로는 무수한 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독도와 일출의 자태가 장관인 동해안의 절경에서부터 서해낙조의 아름다움이 황홀경을 연출하는 안면도 할매바위까지, 우리나라는 방방곡곡 온 산천이 그야말로 하늘의 선녀가 섬섬옥수로 수를 놓은 비단과 같은 금수강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토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경승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승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는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지금까지 국가에서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명승의 숫자만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명승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시작한 1970년대 초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단 7건의 명승이 지정되었을 뿐이며, 2007년 9월을 기준으로 현재 21건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정말 금수강산이라고 국민 모두가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자연에 대해 우리가 저지른 크나큰 모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는 현재 320건의 명승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일본도 335건의 명승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지정명승지 187건, 지방명승지 500건으로 총 687건의 명승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토의 규모와 여건에 비추어 북한과 일본의 사례를 우리나라의 상황과 단순하게 비교해 보아도 이것은 정말로 말이 안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든지 금수강산이라 부르고 있는 우리 국토의 자연에, 명승으로 지정할 만한 경승지가 북한과 일본에 비해 과연 그토록 부족하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서는 필자 스스로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우리의 자연이 너무 가까이 있고 너무 익숙해 있어서,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지내왔기 때문이라고.
그 결과, 우리의 명승 지정은 활발히 이루어 지지 못했다. 또한 규모가 큰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지정된 명승은 명승 전체를 한 곳에서 조망할 수 없고, 명승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그 모습을 확연히 보여줄 수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경관 요소가 명승인지 알 수조차 없다.
허나 우리나라 주변 국가의 명승은 작은 규모로 지정되는 사례가 많다. 북한의 경우도 그러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특히 일본의 명승은 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규모가 작은 단위경관을 기준으로 한 명승의 지정이 보다 많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명승은 한 눈에 들어오는 경관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규모의 경승지를 위주로 지정하여, 그 수를 크게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경승지는 경관 용어로 하나의 점경관 혹은 경관점이라고 하는데, 사진의 프레임이나 화가의 캔버스 내에 한 폭의 풍경으로 묘사되는 경관을 뜻하는 것이다.
설악산의 유명한 점경관으로는 울산바위, 비선대, 비룡폭포, 대승폭포, 용아장성, 십이선녀탕, 옥녀탕, 백담계곡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점경관은 대부분 명승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다수의 점경관들 중 특별히 중요한 점경관을 선정하여 명승으로 지정하면, 그곳을 찾는 국민들에게 명소의 의미를 보다 깊이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설악산 내에 있는 명승 제00호 울산바위에서’ 혹은 ‘명승 제00호 대승폭포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한다면, 명소의 의미는 보다 깊이 각인될 것이며, 이러한 장소의 가치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의 이름으로 그 위상이 한층 더 높아 지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명승의 유형은 산악경관, 계곡·폭포경관, 하천경관, 호소경관, 도서경관, 해안경관, 수계경관, 고원·평원경관, 암벽경관, 식생경관, 온천·냉광천지 등의 자연경승지와 더불어 지금은 옛길, 고정원 등과 같은 문화경승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명승의 지정 종류도 순수한 자연적 경승지로서의 명승, 자연경관과 인문경관(사적)이 함께 있는 명승·사적, 자연경관과 천연기념물이 함께 있는 명승·천연기념물 등 세 가지 형식으로 나누어 폭 넓게 지정하고 있다.
마을숲은 그 안에 솟대·장승·오리·돌탑과 같은 토착신 앙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고, 마을과 관련한 풍수적 문화현상을 지니고 있으며, 유교문화를 비롯한 제의행위·놀이·휴식 등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는 대상으로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적 특징을 지닌 특별한 자연유산이다.
근래에 명승으로 지정되고 있는 마을숲은 자연경관적 가치와 함께 역사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하여, 더 많은 대상을 명승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은 특별히 지정·관리해야 할 명승자원이다. 또한 동해 추암일출, 제주 성산일출, 안면도 할매바위 낙조 등은 특정 시간에 일어나는 일시경관으로서, 이들 모두 소중히 보존해야 할 중요한 경관자원이다.
앞으로 활용을 위주로 한 자연문화재의 지정을 확대하여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해 나갈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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