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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책과 삶]당쟁이 조선 멸망의 원인이었나…신사임당, 과연 현모양처?

깜보입니다 2010. 11. 20. 10:19
ㆍ조선사회연구회 20돌 ‘조선사회 이렇게 본다’ 펴내

조선사회연구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조선사회 이렇게 본다>(지식산업사)라는 책을 펴냈다. 이 연구회는 1989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부설된 한국학대학원의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대부분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전 국사편찬위원장·왼쪽 사진)의 제자들이다.

이성무 원장은 “박사과정 지도학생이 많은 데다 같은 조선시대지만 주제가 현격하게 다르다보니 내가 일일이 다 봐줄 수가 없어서 선배와 후배를 멘토 개념으로 묶어주고 여름과 겨울에 두 차례씩 학위논문 주제를 발표, 토론하는 형식으로 학회가 시작됐다”며 “제자들 가운데 걸출한 역사학자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모임을 갖는 사이에 대학원생들은 어느덧 중견교수가 됐다. 연구회 소속으로 이번 집필 작업에 참여한 역사학자는 이성무 원장을 비롯해 신명호(부경대), 김재명(원광대), 송양섭(충남대), 최봉영(한국항공대), 이종길(동아대), 장영민(상지대), 김상기(충남대), 권오영(한국학중앙연구원), 이기순(홍익대) 등 29명이다.

이 책은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외교와 국방, 사상과 교육 등 분야별로 4부로 구성되어 조선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살피고 있다. 모두 조선사회를 연구한 필자들은 각자 전문분야나 관심사에 따라 글을 쓰면서도, 200자 원고지 50~60장의 길지 않은 원고량에 맞춰 학술적 성격보다는 일반인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한 문체와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했다.

이성무 원장은 ‘사대부란 무엇인가’ ‘당쟁의 어제와 오늘’이란 글에서 조선의 선비정신, 사림정치를 소개하면서 당쟁을 일삼다가 멸망을 가져왔다는 종래의 편견을 비판하며, 전통을 잃어버리고 무분별하게 외래문화의 수용을 부르짖는 오늘날의 현실을 꼬집는다.

조선을 양반사회라고 하면서 지나치게 문신 위주로 역사연구가 이뤄진 만큼 비주류로 이해되는 무신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선왕국과 대한민국의 연결고리로서 대한제국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도 나왔다.

이상적인 현모양처로 알려진 신사임당이 정말 그랬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이순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오늘날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의사나 국제회의 통역사와 같은 직업이 조선시대에는 중인 신분인 의관과 역관이었음을 비교한 글(이남희 원광대 교수), 왕실혼례의 과정을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자세하게 그려낸 글(이미선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과정 수료) 등은 일반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부분이다.